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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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보물찾기 “심봤다”

  • 글·사진=허시명/ 여행작가 www.walkingmap.net

    입력2004-11-12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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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의 보물찾기 “심봤다”

    6년근으로 자라기까지의 모습.

    요즘 도처에서 ‘심봤다’ 소리가 들린다. 어떤 공무원은 산삼을 캐서 불우이웃을 도왔다 하고, 민박집 텃밭에 묻어둔 산삼을 몰래 캐먹었다 낭패를 본 피서객도 있다. 또 어떤 단체는 백두대간을 타고 다니며 산삼 씨앗을 뿌린다고 하고,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지리산 자락을 산삼으로 덮어버리겠다고 호언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산삼캐기 체험여행도 생겼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은근슬쩍 내게도 산삼 한 뿌리 캘 수 있는 행운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문제는 그 좋다는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캘 수 있다는 것.

    산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그리 쉽지가 않다. 꿩 대신 닭이라고 우선 인삼에 대한 정보부터 알아보자. 인삼과 산삼의 성분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람이 심으면 인삼이고 새가 심으면 산삼이라는 말도 있으니 인삼의 생김새를 알면 산삼을 구별하는 감도 생길 것이다.

    10월21일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인삼박물관에 가봤다. 정관장 홍삼을 만드는 부여의 고려인삼창 본관 1층에 있는 250평 규모의 박물관이다. 대한민국 최대 히트 상품이자 장수 상품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인삼박물관이 이제야 문을 열다니,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인삼박물관에 들어서자 인삼향이 짙게 풍겼다. 인삼을 쪄서 만드는 홍삼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모아 만든 향이라고 했다. 인삼향을 맡으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내 몸이 약탕 속에라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숲 속의 보물찾기 “심봤다”

    홍삼을 만들기 위해서 수삼을 씻어 말린다(위).찐 홍삼.

    전시관 자동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인삼의 나신이었다. 이곳에선 인간의 몸을 닮은 것을 최고의 인삼으로 친다. 두 다리를 뻗고 있는 형태의 인삼이 성분이나 약효가 좋기 때문이란다. 이는 우리 조상이 경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고 한다.



    전시용 알코올 병에 담긴 인삼의 생김새는 가지각색이다.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을 닮은 게 있고, 발레를 하듯 몸을 휘감고 있는 게 있는가 하면, 남녀가 합궁하는 형상의 인삼도 있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인삼의 재배와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사실 산과 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검은 비닐 볕가리개 설비를 갖춘 인삼밭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까이서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인삼도둑으로 오인받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인삼 뿌리는 땅 속에 있어서, 정작 땅 위로 노출된 인삼의 모습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숲 속의 보물찾기 “심봤다”

    7월에 열리는 인삼열매, 인삼딸.인삼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인삼부부. (위부터).

    산삼이든 인삼이든 가장 쉽게 가늠하는 방법은 인삼꽃을 보는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삼꽃이 지고 나서 열리는 인삼열매를 보는 것이다. 열매가 예뻐서 종종 꽃으로 잘못 알기도 하는 인삼열매는 ‘인삼딸’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파란 꽃대 위에 붉은 팥알처럼 맺히는데, 산삼을 처음 캔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 열매를 보고 횡재한 사람들이다.

    7월이 되면 인삼딸이 붉어진다. 열매는 이빨로도 깨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자연 상태에서 발아되는 데 21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인삼을 밭에 심을 때는 그 단단한 껍질을 인위적으로 열어주는 `개갑(開匣)’ 처리 과정을 거친다.

    개갑처리 방법은 이렇다. 인삼딸을 따서 과육을 완전히 제거한 뒤 7월 중·하순 개갑장에 넣어 약 100일 동안 물을 뿌려주면 싹이 나와 종자껍질이 벌어지게 된다. 씨앗 껍질이 열리면, 10월 하순이나 11월 초순 땅에 심으면 된다.

    인삼박물관에서는 이러한 인삼의 성장과정은 물론, 인삼을 캐는 데 쓰는 특이한 도구도 살필 수 있다. 인삼을 발아시키는 개갑시루, 종자와 모래를 분리할 때 썼던 얼게미, 묘삼을 심는 조막손, 수삼 캐는 호미, 볏짚이엉을 설치할 때 쓰던 이엉매잽이(대바늘) 등이다.

    인삼에 대한 상식을 이 정도 쌓은 뒤에는, 박물관 안에서 심마니 옷을 입고 인삼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인공 숲이 조성된 작은 무대인데, 그 안에 더덕 도라지와 함께 인삼이 숨겨져 있다. 인삼을 찾게 되면 ‘심봤다’고 소리치면 된다. 협소하긴 하지만, 보물찾기 하듯 인삼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부여 고려인삼창에서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는 홍삼의 제조과정이다. 홍삼 제조장은 인삼박물관과 연결돼 있다. 세계 40개국으로 수출되는 정관장 홍삼이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홍삼은 수삼(막 캐서 마르지 않은 인삼)을 쪄서 말린 것이다. 수삼은 금방 삭아버리기 때문에 건삼이나 홍삼으로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홍삼은 단순하게 저장을 위한 가공상품이 아니다. 수삼을 찌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분이 강화되면서 품질이 극대화된다. 홍삼이 6년근만을 사용하고(건삼은 보통 4년근이다) 최고가의 인삼가공상품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숲 속의 보물찾기 “심봤다”

    인삼찾기 체험장에서 ‘심봤다’를 외치고 있는 한 체험행사 참여자

    홍삼 공장에 들어서니 모자를 쓴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오는 수삼을 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삼을 씻고, 말리고, 이를 증삼기에 넣어 증기로 찐다. 인삼의 전분이 호화(糊化, 전분의 치밀한 구조를 무너뜨리는 작업)되어 소화가 잘되게 변하고, 조직은 견고해지고 붉은 기운을 띠게 된다.

    홍삼을 자연광에 건조시키는데, 다 건조되면 수삼에 함유된 75%의 수분이 14%로 떨어져, 보관이 용이하게 된다. 이렇게 가공 처리된 홍삼이 150가지의 상품으로 포장돼 세계로 팔려나간다.

    인삼박물관과 홍삼 제조장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인삼향과 홍삼 기운으로 내 몸이 단단해진 것 같았다. 인삼 잎과 인삼딸도 단단히 보아두었으니 이제 산에 가면 산삼도 캘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박물관 입구의 매장을 지나오면서 내 지갑이 홀쭉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인삼박물관 찾아가기위치 충남 부여군 규암면 고려인삼창 본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연중무휴(주말 및 공휴일은 사전예약),

    문의 041-830-3242.

    홍삼 제조과정을 보려면 예약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서논산 나들목-홍산 서천 방면-백제교-고려인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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