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무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은근슬쩍 제외된 재벌총수 등 일부 핵심 증인 선정 문제를 놓고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의원들이 나타낸 반응이다. 특히 LG카드 사태의 최고위 책임자인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제외된 것을 두고 민노당은 격양돼 있다.
구회장의 그룹 경영권까지 위협한 LG카드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수익성을 무시한 ‘1등 전략’으로 LG카드 부실을 키운 LG그룹에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구회장의 ‘1등 LG’ 도전 선언과 맞물려 LG카드는 카드업계 1위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나 주변 환경이 악화되면서 ‘1등 전략’이 부메랑이 됐다.
카드대란 이전 구회장의 당시 LG카드 이헌출 사장에 대한 ‘총애’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전 사장은 업계 5위 수준이던 LG카드를 2000년 업계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 구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LG카드만큼만 해봐라” “열심히 하니까 결국 1등을 하지 않느냐”는 등 이사장을 지목해 남다른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LG카드 사태와 구회장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국회 정무위와 재경위는 카드대란 및 LG카드 사태와 관련해 구회장을 제외하고 진념 전 재경부 장관과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무위에서 제외됐으나 재경위 증인으로는 나선다. 재경위는 또 유동성 위기 총책임자 격인 구본진 LG화학 부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LG그룹 쪽에선 최종 책임자인 구회장 대신 강부회장과 구부회장 등이 선정된 것이다. 재경부 금융국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도 증인에서 제외됐다.
(좌) LG카드 사태 당시 괴로워하고 있는 직원. (우)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회장의 증인 제외를 두고 국회 주변에선 4년 전 ‘현대 증인 로비’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00년 국감 때 정몽헌 당시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대가로 현대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씩 받은 혐의로 정무위 소속 의원 4명이 기소된 사건이 오버랩된다는 것. 과거 국회에선 총수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 로비가 벌어진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민노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카드대란의 주요 책임자들을 현직 장관이나 국회의원,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은 민생을 외면한 책임회피 정치의 전형”이라면서 “경제파탄, 민생파탄 정책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끼워넣기, 봐주기 없는 증인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