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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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남대문시장, 성공 열쇠를 찾아라

  • 최영일 / 디지털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0-07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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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9일, 포화 상태인 사이버 공간에 의미 있는 사이트 하나가 추가됐다. 이름 하여 e-남대문닷컴이다. 의류도매상가로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남대문 패션 도매상가의 공식적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태동한 것이다. 인터넷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 당연히 존재했어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엔 굳이 남대문시장을 언급하지 않아도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넘쳐난다.

    또한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보라. 남대문과 동대문으로 대표되는 대형 재래시장과 동네마다 오래 전 ‘장터’가 상설화된 지역별 재래시장들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70년대 이후 ‘슈퍼마켓’이라는 엉뚱한 이름을 단 잡화점식 구멍가게가 동네 아이들의 코묻은 돈부터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아줌마들의 두부 한 모에 이르기까지 생필품 상거래 거점이 되었고, 현재는 집단 주거지역을 센터로 하는 대형 마트와 주요 상권마다 편의점 체인이 동맥과 실핏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를 빼면 쇠퇴하던 재래시장의 상징적 이름인 남대문시장이 ‘e’를 달았다는 것이 뭐 그리 역사적이라는 것일까. MIT 교수인 마이클 터투조스는 가상사회에 대한 미래 예측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스 출신인 그는 어릴 적 주말만 되면 자연스럽게 동네마을의 도로를 따라 개설되던 벼룩시장의 모습이 인터넷 세상 속에 재현될 것으로 조망했다.

    인터넷의 특징은 ‘하향식’ 일괄설계와 획일적 건설 시스템이 아닌 ‘상향식’의 자발적이고 생태적인 공간형성이라는 점이다. 역사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연구하는 인간사회의 초기 ‘시장’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따라서 전통 재래시장인 ‘남대문’의 모습이 디지털 방식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실험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소비자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e-남대문이 웹사이트의 하나로 단지 판매와 판매 촉진의 채널로서만 기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 패션의 메카로 급부상한 북부 이탈리아 지역은 전통적 가내 수공업식 하청 네트워크를 ‘유연적 생산방식’ 혹은 ‘네트워크형 제조집단’으로 재창조하여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체제와 대자본의 거대 다국적기업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제적 성공을 가능케 했다. e-남대문의 배후에도 첨단형 유연생산방식과 다양한 고객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 집단의 연결 망이 필요하다.



    10억원 정도가 투자된 ‘남대문닷컴’의 시스템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도매의 경우 가격이 감추어진 채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네고’의 폭을 감안한 오프라인식 발상이다. 특히 해외 바이어의 경우 ‘거래’의 핵심정보가 바로 ‘가격’이다. 남대문닷컴이 이러한 맹점을 품질과 서비스라는 경쟁력으로 돌파할 것인지 가격정보 차단의 한계에 걸려 넘어질지 주목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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