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국 ② 미국 ③ 일본 ④ 영국 ⑤ 독일
퀴즈 둘. 다음 자동차 선진국 중 자동차 메이커별, 모델별로 보험료가 다르게 책정되는 차등화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① 한국 ② 프랑스 ③ 캐나다 ④ 미국 ⑤ 일본
정답은 모두 ①번이다. 배기량이 같더라도 메이커별, 모델별로 제가끔 다른 자동차보험료는 자동차 선진국 소비자들이 새차 혹은 중고차를 구입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자동차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은 자동차보험료를 책정할 때 배기량과 차량 가격만을 기준으로 하고, 자동차 모델별로 상이한 ‘수리비’(손상 정도+수리 용이성)는 고려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차등화 제도 도입을 환영한다. 배기량이 같더라도 수리 비용이 현저하게 달라 보험료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손해보험사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모델별로 보험료를 달리하면 보험료율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자동차 회사가 더 튼튼하게 차를 설계하게 되는데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가 업계 눈치를 보는지 제도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처럼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 제도 도입 시급
보험료 차등화 제도가 자동차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고 시 수리비용을 줄이려면 개발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데다, 부품 판매 이익도 일부 줄어들 수 있는 것. 특히 소비자들이 ‘보험료 등급’을 튼튼한 차, 안전한 차를 가름 짓는 척도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보험료 등급이 자동차의 안전성을 가리키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작사 및 모델별로 손상성과 수리성은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날까. 보험개발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전병헌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국내 차종별, 차명 모델별 손해상황(손해율)’을 보면 자동차 업체가 보험료율 차등화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를 미뤄볼 수 있다.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자동차와 많이 드는 자동차가 또렷하게 구별되는 것. 같은 회사가 제작한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모델에 따라 손해율은 천차만별이다. 보험에 가입된 ‘전체 차종’의 손해율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표 참조).
손해율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손해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산출하는 통계수치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지만 사고 시 차량의 손상 정도나 수리비 지출 정도를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손해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손해율을 72%(보험료 1만원 중 72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수준) 정도로 예상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전병헌 의원은 “수치를 살펴보니 브랜드 네임만 믿고 치밀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의심할 정도로 손해율이 높은 차량도 있다”고 말했다.
중형차는 NEW EF쏘나타 2.0오토(39.3%), 대형차는 뉴그랜저XG 2.5오토(37.7%), 소형차는 마티즈CVT(61.4%)가 수정손해율이 가장 적은, 즉 손상 정도와 수리 비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승용차다(이하 2003년 4월~2004년 3월 기준). 수정손해율은 같은 배기량의 차종이라도 할인 할증, 가입 경력, 연령 특약, 가족 특약, 중고차 요율 등 보험료가 차등 적용되는 것을 고려해 모델별 비교가 가능하게 손해율을 교정한 것으로 동일한 ‘보험료 조건’에서 비교한 손해율을 말한다.
(좌) 9월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현대자동차 NF쏘나타 발표회. (우) GM대우자동차 라세티 해치백.
(좌) 쌍용자동차가 발표한 다목적차(MPV)로디우스.
대형차는 에쿠스 3.5오토(43.4%)에 이어 SM5 2.5오토(46.6%) 그랜저XG 3.0오토(47.8%) 순으로 손해율이 높았고, 뉴그랜저 2.5오토(67.3%) 뉴다이너스티 2.5오토(55.5%) 에쿠스 3.0오토(52.8%)가 동급 차종에서 상대적으로 손상 정도가 더 크고 수리 비용이 많이 든다.
준중형차는 아반떼XD 1.5오토(53.0%) SM31.5오토(55.2%)가 수정손해율이 우수하고, 100%가 넘는 손해율을 기록한 아반떼 1.5(101.9%)를 비롯해 세피아1.5(93.6%), 세피아II 1.5(87.6%)가 수정손해율이 높았다. 아반떼 1.5의 경우 손해보험사 처지에선 받은 보험료보다 지불한 보험금이 더 많은 것이다.
소형차 중에선 티코(84.0%)가 사고 났을 때 손해가 가장 컸고, 비스토(79.3%)가 그 뒤를 이었다. SUV는 테라칸 2.5인터쿨러디젤(43.9%)이 가장 우수했던 반면, 리콜 시비를 겪은 레조(76.5%)와 카렌스1.8 LPG(73.4%)가 동급 차종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형에선 티코가 수정손해율 가장 높아
그렇다면 모델별 보험료율 차등화가 실시되고 있는 미국에서 한국차의 손상성과 수리성은 세계 유수 업체들의 그것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주간동아’가 입수한 미국 고속도로손실정보연구원(HLDI)의 2003년 9월 자료에 따르면 한국차의 ‘충돌 손실(collision losses)’지수는 하위권에 머물렀다(아래 표 참조).
중형차는 도요타 캄리가 83점(100점을 기준으로 100점보다 낮으면 손실이 적고 높으면 손실이 높은 것을 나타냄), 시보레 말리부가 84점, 혼다 어코드가 87점을 받은 것에 비해 쏘나타와 레간자는 각각 118점, 옵티마가 101점을 받는 데 그쳐 동급 차종 중 최하위권에 포진해 있었다.
소형차는 엘란트라(아반떼의 수출명) 102점, 엑센트 128점, 누비라 120점, 스펙트라 133점으로 아반떼를 제외하면 새턴SL(86점) 폴크스바겐골프(94점) 혼다 시빅(110점)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SUV에선 싼타페(68점)가 높은 등급을 받았으나 스포티지(104)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표 참조).
한편, 금감위는 올 6월 메이커별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 제도 도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손해보험사들은 금감위가 대부분의 자동차 선진국이 도입했고 당연히 도입해야 할 제도를 자동차 업계의 이해관계에 밀려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은 모델별 차등화와 함께 지역별 차등화를 검토해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 차등화에 거세게 발발해 지역별 차등화 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지역별은 포기하더라도 모델별 차등화만이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모델별 등급 평가 국내외서 이중 행태
자동차 업계는 왜 손해율이나 충돌시험 결과가 보험료율에 반영되고 또 보험료율에 따른 자동차 등급이 일반에 공개되는 걸 꺼릴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에선 모델별 등급 평가를 ‘참아내고’ 있으면서도 정작 ‘고향’에선 제도 도입을 꺼리는 건 난센스라는 비판이 거세다. 보험개발원은 벌써부터 보험금 지급 실적 자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순천대 김현우 교수(자동차학)는 “현재의 보험료 시스템은 자동차 업체가 끌어안아야 할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안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업계가 더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소비자들을 다르게 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Tips
표 읽는 법
등급은 차량가격 대비 수리비의 크기에 대한 평가 결과임.
1+,1, 2+ … 11+, 11의 순으로 ‘1+’가 가장 좋은
등급, 11이 가장 나쁜 등급. 예컨대 1500cc급에선
뉴엑센트 1.5가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