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에서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기수와 경주마.
윤흥렬 EtN TV 회장 10억여원 ‘최고’
마사회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이 자료는 경제적 여유와 주 5일제 근무 등의 여파로 말에 대한 관심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몽구 현대차, 김승연 한화, 박용오 두산,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재벌 총수 상당수가 애마클럽인 서울마주협회(회장 정진태·이하 마주협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변웅전, 지대섭, 신영균 전 의원 등 22명의 정계 인사들도 마주로 활동하고 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와 오경의 전 마사회 회장, 영화배우 김지미 김희라, 탤런트 김영철씨 등도 마주협회 회원이며 MBC 엄기영 앵커도 최근 애마클럽 일원이 됐다. 변호사도 14명이나 되고, 전·현직 언론인도 17명이다. 조흥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풀무원, 신라명과 등 법인들도 한때 마주로 등록했거나 현재까지 마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작성한 마주 명단 및 마주별 수득 상금 현황.
소문난 말 마니아로 7두의 경주마를 키우고 있는 윤회장은 아무래도 고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다. 1대 마주로 등록한 그는 9월3일 전화통화에서 “말의 눈을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특한 애마론을 공개했다. 윤회장은 10억원의 수득 상금과 관련 “상금을 소득으로 보면 난센스”라며 “대부분은 다시 경마 발전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윤회장은 7두의 경주마 외에 10여두의 ‘씨암말’을 키우고 있다.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경주마를 통해 고소득을 올린 인사들 30여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순서만 바뀔 뿐 항상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주협회 한 관계자는 “개인 마주의 경우 10두까지 말을 소유할 수 있어 말을 많이 가진 마주들의 상금배당률이 높고, 그들이 항상 고소득자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상금랭킹 상위에 자리한 인사는 지대섭 전 의원을 비롯해 김채겸 전 의원 등이다.
재벌총수들 상금 성적은 ‘별로’
마주협회 회원인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03년 2월 2억5967만원의 재산 증가 내용을 신고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경주마 2마리가 서울경마공원에서 4230만원을 벌어주었다”는 내역을 공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반면 재벌 총수들의 성적은 변변찮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 관계자는 “총수들의 경우 마방을 찾는 등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런 분위기가 경기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마주들은 경마대회를 앞두고 수시로 마방을 드나들며 경주마들의 컨디션 등을 챙기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윤흥렬 EtN 회장
우근민 전 제주지사
엄기영 MBC 앵커
탤런트 김영철씨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
그러나 사업 개념으로 경주마를 살 경우 보이지 않는 투자비 등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진환 총무계장은 이와 관련 “최소한 한 달에 77만원의 관리비가 필요한데 특식을 먹이거나 치료를 할 경우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감가삼각비 등을 감안할 경우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을 했다. 경우에 따라 은행이자보다도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경마는 본질적으로 도박의 성격이 있다”며 “구입한 경주마의 성적이 좋을 경우 경기 수입은 물론 경주마가 은퇴한 뒤에도 씨수마(종마)로 인기를 끌어 돈을 벌 수 있다”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경주마가 명마 반열에 오를 경우 번식용으로 또다시 마주에게 큰돈을 안긴다는 것(상자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