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

비만 탈출 엄마가 도와주마!

방학 중 자녀 ‘살과의 전쟁’ 절호의 기회 … 올바른 생활습관 키워주고 운동 병행 땐 큰 효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7-30 12: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비만 탈출 엄마가 도와주마!

    인스턴트 식품과 정크푸드는 아동과 청소년 비만의 주원인이다.

    ‘방학(放學)’. 해마다 이맘때면 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예전 같으면 주로 ‘무얼 가르칠까’에 대해 고민했지만, 요즘은 여기에다 아이들의 외모나 치아교정, 나아가 비만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한다.

    최근 ‘아동 비만=부모 책임’이란 등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도 ‘애들 비만은 괜찮아’ ‘크면 다 키로 간다’며 무심코 넘겨버리는 부모가 있다면 이는 사랑스러운 자녀를 무서운 성인병에 이르도록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0~13살에 시작된 소아·청소년 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발전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이 시기에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고 체지방 세포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비만을 방치하면 성인이 돼 동맥경화나 기타 질환을 불러올 수 있어 청소년기의 비만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비만 청소년 10명 중 8명이 비만 관련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팀이 서울과 5대 광역시를 포함한 전국 14개 중학교 36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 청소년은 정상 청소년에 비해 고지혈증 4배, 고혈당 5배, 간기능 이상은 최고 1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인 확률이 더 높았다. 이는 자녀들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주로 어머니가 관리하고, 음식의 조리방법이나 식단 조절 등도 어머니 몫이기 때문이다.

    비만은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평상시의 행동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아이에겐 부모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서도 부모, 특히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Tips 참조).



    고등학교 1학년 상진이(가명)는 171cm에 몸무게 93kg으로 허리둘레가 44인치다. 이미 학교에서 고혈압, 지방간에 고혈당 증세로 건강검진을 권고받은 상태. 비만센터에서 혈압을 측정해보니 150/95, 공복 혈당이 104로 당뇨병 이전 단계 수준. 상진이는 이번 여름방학을 계기로 엄마의 협조 아래 ‘살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우선 가족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 생활습관부터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상진이는 간식으로 하루에 라면 한 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를 즐겨 먹는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입이 심심하다’는 핑계로 늘 곁에 과자를 두고 먹는다. 어머니는 평소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었으나, 이번 방학에는 ‘군기’를 좀 잡기로 했다. 일단 냉장고에서 냉동·인스턴트 식품, 청량음료, 아이스크림을 모두 없앴다. 라면, 통조림, 과자 등도 치우고 대신 과일, 채소, 해조류로만 냉장고를 채웠다.

    소아·청소년 비만 80% 성인 비만으로 발전

    식사는 모든 가족이 하루 세 번 일정한 시간에 20분 넘게 천천히 먹기로 했다. 상진이 밥그릇은 아예 작은 것으로 바꿨다. 밥상에는 현미 잡곡밥을 올렸고, 식단도 지방과 탄수화물 위주에서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으로 꾸몄다.

    간식은 세 번의 식사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한 우유·요구르트 등의 유제품과 과일, 감자, 콩류, 조그만 새우, 멸치 등으로 준비했다. 밤참은? 물론 절대 금물. 시작한 지 일주일, 상진이는 아직 냉장고 주변을 서성이다 문을 여닫곤 하지만 그런대로 잘 따르고 있는 편이다.

    요즘 아이들이 대체로 그렇듯 상진이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컴퓨터 게임이나 TV 오락 프로그램에 매달린다. 몸이 무거운 탓인지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피로가 쉽게 쌓여 잠을 자는 시간도 또래 애들보다 긴 편이다.

    하지만 일단 살을 빼려면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다. 달리기보다는 힘을 덜 들이고 오래할 수 있는 걷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에 아침 저녁으로 엄마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운동을 도중에 그만두지 않게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운동으로 몸이 좀 가벼워지면 아령을 이용한 근육운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TV를 볼 때도 이젠 누나와 함께 체조를 하면서 본다. 먹는 광고가 나오면 즉시 채널을 돌린다. 사실 TV 광고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방학 동안에는 욕실 청소와 청소기 돌리기, 걸레질, 빨래 널기 등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상진이가 도맡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아도 10분에 약 40~50kal는 족히 소모된다.

    평상시의 행동방식과 마음가짐이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이 스스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 탈출 엄마가 도와주마!

    살찌지 않는 식단에 적응한 아이들은 비만아가 될 확률이 매우 낮다.

    매주 한 번씩 몸무게와 허리둘레를 재고 전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너무 자주 재면 아이에게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을 줄 수 있기 때문. 또한 날마다 식사일기를 쓰게 했다. 그날의 식사일기를 통해 얼마나 먹었는지, 왜 많이 먹었는지 스스로 파악해 조절하게 하기 위함이다.

    걷기 등 유산소운동 중요 … 칭찬과 격려로 용기 돋워야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작은 변화라도 보이면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방학 중에 보여준 노력과 성과에 따라 평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기타 사주기로 했다. 이미 상진이는 고혈압, 지방간, 고혈당의 위험도를 갖고 있어 비만센터를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결과는 표준체중보다 30kg이 더 나가는 고도비만.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소장 강재헌 교수는 “현재 소아와 청소년에게 사용이 허가된 비만 치료제는 소장에서 지방분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30% 줄여주는 제니칼이 있다”며 “배설되는 지방의 양은 식이성 지방 섭취를 제한하면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지 않아 신경 계통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자녀들에게 올바른 식습관, 생활습관을 키워주는 게 어떨까. 어찌 보면 길지 않은 기간. 하지만 일단 ‘바른 생활태도’를 몸에 익힐 경우 자녀에게 평생의 웃음과 건강을 가져다준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자녀의 비만 탈출을 위한 부모의 10가지 역할

    1. 하루 세 끼 식사를 반드시 하되 작은 그릇에 담아 20분 이상 천천히 먹게 한다.

    2. 튀기거나 볶은 요리보다는 굽거나 데친 요리를 먹게 한다.

    3.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기보단 과일, 채소, 해조류 등 ‘대체식품’을 권장한다.

    4. 여름철 청량음료 대신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5. 외식,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6. 먹고 나서 바로 잠자지 않게 한다.

    7. 군것질 용돈을 줄인다.

    8. 자녀들이 좋아하는 운동 위주로 날마다 30분 넘게 같이 한다.

    9. TV 시청 및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친구들과 밖에서 충분히 놀게 한다.

    10. 비만이 심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식사, 운동, 약물요법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받게 한다.

    (발표: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