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이창호 9단은 황금방패다. 스승 조훈현 9단 등의 ‘전류’들을 강태공 같은 느릿함과 기다림으로 제압하며 10년 세도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을 위시한 최철한 8단 같은 전천후 공격수들에게 이창호 ‘전가의 보도’가 점차 먹혀들지 않고 있다. 끝내기에서 곧잘 뒤집어지기까지 한다.
우리 나이 서른 살. 이창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어리고 팔팔한 후배기사들을 상대로 장기전을 마냥 도모할 수도 없다. 도전1국에서도 이창호 9단은 좋은 바둑을 한발 두발 물러서며 끝내기로 승부하려다 낭패를 보았다. 그러자 2국에서는 방패를 버리고 창을 들고 나왔다.
실전진행도.
막상 백이 잡겠다고 덤비자 다급해진 흑은 1 이하로 안간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었다. 흑13 때 백이 계속해서 15에 이어 끝장을 보고자 하는 건 흑A~백D까지 교환한 다음 흑E로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수가 골치 아프다. 물론 이렇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때쯤 슬며시 살려주며 백14·18로 좌변을 건설, 이창호 초식으로 돌아서 대세를 결정해버린다. 184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