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 대표팀 선수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우승을 거두자 김호곤 감독을 비롯한 올림픽팀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그리스팀과 올림픽팀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홈 이점에다 잔뜩 기세가 오른 그리스의 자신감은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리스와 치르는 첫 경기는 한국의 8강 진출에 최대 걸림돌이다. 한국과 그리스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잘 조련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경기 스타일이나, 강호들을 맞아 강한 정신무장으로 경기를 압도하며 근소한 차이의 승부를 펼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리스는 유로2004에서 대인방어와 스위퍼시스템으로 짜여진 철저한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다 잘 훈련된 역습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하
지만 그리스가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런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오판이다. ‘조직력+정신무장’ 한국과 비슷 1994년 미국월드컵 그리스 대표 출신인 스트라토스 아포스폴라키스 감독(40)은 유로2004의 오토 레하겔 감독과 상반된 전술을 구사해왔다. 특히 홈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데다 한국과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 초반부터 맹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승리는 선제골에 달렸다. 월드컵 기록을 살펴봐도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002년 월드컵까지 대회 첫 경기에서 이긴 48개 팀 중 조별 예선을 통과한 팀은 44개로 91.6%의 높은 확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개최국과 치른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심리적인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스와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경기를 펼쳐본 적이 없어 전력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홈팀인 그리스는 유럽 예선을 거치지 않아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 4월27일 독일과 치른 친선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후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1대 1로 비겼고, 호주와도 0대 0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도다. 4월21일 일본에서 벌어진 그리스와 일본 올림픽대표팀 간의 친선평가전에서 양팀이 1대 1로 비겼다는 사실은 한국에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은 전반 21분 다나카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종료 직전 그리스 카페타노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그리스 축구협회는 7월8일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할 22명의 예비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유로2004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최우수선수(MVP)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33•AEK아테네)를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27•인터 밀란), 공격수 지시스 브리자스(31•피오렌티나) 등 우승 주역들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디미트리오스 파파도풀로스(23•파나시나이코스)만이 포함됐다. 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로 유로2004 올스타에 뽑힌 수비수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23•파나시나이코스)도 제외됐다. 대신 그리스의 ‘헬레닉 내셔널리그’ 출신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고, 와일드카드로는 수비수 스톨티디스(29•올림피아코스), 네메글레라스(29•이라클리스), 미드필더 사파니스(28•파나시나이코스) 등 3명이 뽑혔다.
아포스폴라키스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로 수비를 안정시킨 뒤 유로2004에서 후반 조커로 활약한 파파도풀로스와 살핑기디스 젊은 투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파파도풀로스는 지난 시즌 그리스리그에서 17골을 터뜨리며 득점2위에 올랐고, 살핑기디스는 15골로 파파도풀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득점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차두리의 팀 동료인 아마나티디스 이오아니스(23•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5골을 터뜨린 공격 지향적인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조심해야 할 것은 그리스 홈팬들의 열성적 응원이다. 기자는 유로2004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그리스의 조직적인 응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스 팬들은 수적 열세에도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팬들을 압도하는 조직적인 응원을 90분 내내 끊임없이 펼쳤다. 그리스는 아르헨티나, 터키와 더불어 세계 3대 열성 홈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정에서의 위력적인 그리스 응원이 홈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응원가 ‘안 돼요 송’ 야릇한 가락 지난해 말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그리스 아테네를 찾았던 이천수는 “홈팬들의 위압적인 응원에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유로2004에서는 언뜻 한국말의 ‘안 돼요’로 들려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안 돼요 송’으로 불렸던 그리스 응원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상 야릇한 가락으로 마치 상대를 비꼬는 듯한 응원가는 한국 선수들을 신경 쓰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일찌감치 본선에 대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7월8일 아테네에 캠프를 차린 그리스는 8월7일까지 3단계 담금질로 한국과 치른 첫 경기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15일까지 아테네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카르페니시로 이동해 28일까지 캠프를 차린다. 최종훈련은 다음달 8일까지 테살로니카에서 진행한다. 유상철 송종국 등 와일드카드까지 모두 합류한 한국은 오스트리아에서 현지 클럽팀과 평가전을 통해 거친 유럽축구에 대비한 후 그리스로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호곤 감독은 “그리스는 수비가 견고하고, 개인기를 바탕으로 빠른 축구를 하는 팀이다. 이에 대비한 전술훈련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