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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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견고한 수비벽 신화 뚫어라

올림픽 축구팀 그리스전 본격 담금질 … 홈팬들 열광적 응원도 두려움의 대상

  • 리스본=최원창•굿데이신문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4-07-16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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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명! 견고한 수비벽 신화 뚫어라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 대표팀 선수들.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처음으로 전파했다는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카. 8월12일 새벽 5시(한국 시간) 그리스 제2의 도시인 이곳의 카프탄조글리오 스타디움에선 2만5000여명 규모의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색과 청색 응원단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 빅매치가 열린다. 2002년 월드컵과 유로2004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과 그리스가 올림픽 8강 길목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 올림픽대표팀과 1952년 이후 5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 선배들의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그리스 올림픽대표팀은 이날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벌인다. 그리스를 비롯한 멕시코 말리와 A조에 속한 한국은 당초 조 추첨이 끝난 직후 ‘행운의 조 편성’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우승을 거두자 김호곤 감독을 비롯한 올림픽팀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그리스팀과 올림픽팀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홈 이점에다 잔뜩 기세가 오른 그리스의 자신감은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리스와 치르는 첫 경기는 한국의 8강 진출에 최대 걸림돌이다. 한국과 그리스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잘 조련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경기 스타일이나, 강호들을 맞아 강한 정신무장으로 경기를 압도하며 근소한 차이의 승부를 펼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리스는 유로2004에서 대인방어와 스위퍼시스템으로 짜여진 철저한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다 잘 훈련된 역습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하

    지만 그리스가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런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오판이다. ‘조직력+정신무장’ 한국과 비슷 1994년 미국월드컵 그리스 대표 출신인 스트라토스 아포스폴라키스 감독(40)은 유로2004의 오토 레하겔 감독과 상반된 전술을 구사해왔다. 특히 홈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데다 한국과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 초반부터 맹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승리는 선제골에 달렸다. 월드컵 기록을 살펴봐도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002년 월드컵까지 대회 첫 경기에서 이긴 48개 팀 중 조별 예선을 통과한 팀은 44개로 91.6%의 높은 확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개최국과 치른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심리적인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스와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경기를 펼쳐본 적이 없어 전력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홈팀인 그리스는 유럽 예선을 거치지 않아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 4월27일 독일과 치른 친선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후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1대 1로 비겼고, 호주와도 0대 0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도다. 4월21일 일본에서 벌어진 그리스와 일본 올림픽대표팀 간의 친선평가전에서 양팀이 1대 1로 비겼다는 사실은 한국에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은 전반 21분 다나카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종료 직전 그리스 카페타노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그리스 축구협회는 7월8일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할 22명의 예비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유로2004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최우수선수(MVP)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33•AEK아테네)를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27•인터 밀란), 공격수 지시스 브리자스(31•피오렌티나) 등 우승 주역들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디미트리오스 파파도풀로스(23•파나시나이코스)만이 포함됐다. 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로 유로2004 올스타에 뽑힌 수비수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23•파나시나이코스)도 제외됐다. 대신 그리스의 ‘헬레닉 내셔널리그’ 출신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고, 와일드카드로는 수비수 스톨티디스(29•올림피아코스), 네메글레라스(29•이라클리스), 미드필더 사파니스(28•파나시나이코스) 등 3명이 뽑혔다.



    아포스폴라키스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로 수비를 안정시킨 뒤 유로2004에서 후반 조커로 활약한 파파도풀로스와 살핑기디스 젊은 투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파파도풀로스는 지난 시즌 그리스리그에서 17골을 터뜨리며 득점2위에 올랐고, 살핑기디스는 15골로 파파도풀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득점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차두리의 팀 동료인 아마나티디스 이오아니스(23•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5골을 터뜨린 공격 지향적인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조심해야 할 것은 그리스 홈팬들의 열성적 응원이다. 기자는 유로2004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그리스의 조직적인 응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스 팬들은 수적 열세에도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팬들을 압도하는 조직적인 응원을 90분 내내 끊임없이 펼쳤다. 그리스는 아르헨티나, 터키와 더불어 세계 3대 열성 홈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정에서의 위력적인 그리스 응원이 홈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응원가 ‘안 돼요 송’ 야릇한 가락 지난해 말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그리스 아테네를 찾았던 이천수는 “홈팬들의 위압적인 응원에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유로2004에서는 언뜻 한국말의 ‘안 돼요’로 들려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안 돼요 송’으로 불렸던 그리스 응원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상 야릇한 가락으로 마치 상대를 비꼬는 듯한 응원가는 한국 선수들을 신경 쓰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일찌감치 본선에 대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7월8일 아테네에 캠프를 차린 그리스는 8월7일까지 3단계 담금질로 한국과 치른 첫 경기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15일까지 아테네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카르페니시로 이동해 28일까지 캠프를 차린다. 최종훈련은 다음달 8일까지 테살로니카에서 진행한다. 유상철 송종국 등 와일드카드까지 모두 합류한 한국은 오스트리아에서 현지 클럽팀과 평가전을 통해 거친 유럽축구에 대비한 후 그리스로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호곤 감독은 “그리스는 수비가 견고하고, 개인기를 바탕으로 빠른 축구를 하는 팀이다. 이에 대비한 전술훈련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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