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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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등쌀 밀려 떠났다간 ‘실패 찜’

호기심 많은 적극적 성격 적응 확률 높아 … 부모 동반 체류보다 나홀로족이 영어 빨리 늘어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7-16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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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가 얼마나 늘까요?”“초등학생 아이 혼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자녀의 해외 전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단골 질문이다. 해외 단기전학부터 조기유학, 해외 및 국내 영어캠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몇 살 때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지, 비용 대비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학부모들의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사이 캐나다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단기전학 프로그램. 1~2년 해외에 머물며 외국문화를 경험하고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성숙한 초등학생이 낯선 환경에서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에 직면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영어 조기 습득” 장점 반해 “정서적 불안” 지적 만만찮아

    현재 상당수 한국 어머니가 자녀의 캐나다 유학에 동행해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약 30%의 초등학생은 ‘나홀로 유학족’으로 현지 홈스테이에 머물며 학교에 다닌다. 한국인 캐나다 이민자나 친척이 ‘나홀로 유학족’의 가디언(guardian·지킴이)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 1명의 1년 유학에 지출되는 비용은 4000만원 선(비용을 최소화할 경우 2500만원 선). 어머니가 동행할 경우 두 배의 체류 비용이 든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캐나다 밴쿠버의 힐 크레스트 초등학교에 다녔던 박정은양(12·서울 노원구 중계동)은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가 즐거웠다”며 “유창한 영어실력은 물론 자립심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용감하게 나홀로 유학을 택했다.

    그러나 박양의 캐나다 생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영어문법과 단어를 착실하게 공부해 갔지만 한 달 동안 학교 수업에서 입 한 번 뻥긋할 수도 없었기 때문. 처음엔 아는 친구 하나 없는 교실에서 수업 내내 겉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캐나다 홈스테이의 아주머니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다.

    부모 등쌀 밀려 떠났다간 ‘실패 찜’

    현지 담임 선생님과 함께 포즈를 취한 박정은양(아래)

    “도시락에 남겨온 음식을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다음날 점심에 다시 싸주곤 했어요. 라면을 좋아한다고 하니, 매일 컵라면만 주기도 했고요. 결국 얼마 안 가 한국인 홈스테이로 옮겨서 편해졌어요.”

    박양이 캐나다 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응하기 시작한 것은 3개월이 지난 이후다. 현지의 TV를 즐겨 보면서 자연스럽게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공기 좋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서 즐겼던 캠핑도, 크리스마스 파티도 모두 신나는 추억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양은 다시 한국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8월 모교로 복학해 남은 6학년 과정을 마칠 예정인데 가장 걱정거리인 수학 과목의 진도를 쫓아가기 위해 개별지도를 받고 있다. 또 외국어학원의 인텐시브 코스에 다니며 하루 네 시간씩 영어 수업을 듣는 건 기본이다.

    중학교 1학년인 조소라양(13) 역시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다녔다. 캐나다에 혼자서 머물며 익힌 영어 실력 덕분에 모 외국어고에서 주최한 영어경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시 한국의 중학교에 적응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을까. 캐나다에서 방과 후 일주일에 세 번, 한국 교육과정을 공부해둔 덕택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은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 등쌀 밀려 떠났다간 ‘실패 찜’
    박양과 조양은 해외 단기유학에 성공한 대표적 경우다. 그러나 이들의 사례로 해외 단기유학의 장점을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두 학생의 공통점은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성격이 적극적이라는 것. 유학원 ‘씨엔제이 에듀케이션(C&J Education)’의 송찬호씨는 “자녀의 욕구가 아니라 부모의 강요에 의해 유학을 떠난 학생은 적응에 실패하고 석 달 만에 한국에 돌아오기도 한다”며 학생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녀의 탈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캐나다는 아동법이 발달해 있어 교사나 홈스테이의 부모가 아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중·고등학생들에 비해 초등학생은 마리화나 등 마약의 유혹에서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어머니와 함께 유학을 떠난 학생은 ‘나홀로 유학생’에 비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유학원 ‘토피아아이비클럽’의 김석환 이사장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학생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언어 환경이 조성돼 ‘나홀로 유학족’보다 영어 실력을 빨리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3~4주 해외 영어캠프는 ‘영어’보다 ‘문화체험’에 초점

    단기유학 경험이 ‘평생의 영어 실력’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0대의 전문직 종사자 김모씨는 2년 전 캐나다로 단기유학을 다녀온 딸을, 해외체류 경험자를 전담으로 가르치는 전문어학원에 보내고 있다. 아직 어휘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해외체류 경험자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돕는 전문 영어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세한 아카데미’의 김철영 대표는 “초등학교 시기의 해외체류 경험이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영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 영어에 대한 배경지식과 언어를 논리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구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기유학을 보낼 여건이 어려운 학부모가 대안으로 택하는 것은 영어캠프다. 유학원과 어학원 등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해외캠프에 참가하는 초등학생이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개 3~4주 동안 이뤄지는 해외 영어캠프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뤄지며, 비용은 300만~400만원 선이다. 해외 영어캠프는 영어 실력 향상보다 ‘문화체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유학원 ‘교육과 미래’의 한수미씨는 “한국 어린이 수십명이 참가하는 영어캠프는 실질적으로 영어를 쓸 기회가 적기 때문에 영어 능력 향상에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다만 겨울방학 영어캠프의 경우 캐나다 초등학교 수업을 직접 청강할 기회가 많아 언어 습득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단기유학의 열풍을 바라보는 영어교육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숙명여대 TESOL대학원의 황선혜 주임 교수는 “만 11~13살이 모국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알려져 있으나, 외국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보는 데는 논란이 있다. 좀더 늦게 배우면 외국어 문장구조를 더 빨리 습득하게 된다. 자녀 혼자 외국의 낯선 환경에 노출될 때 겪는 스트레스와 갈등이 그 나이에 형성돼야 할 정서적 안정감과 인지 발달을 저해할 수도 있다. ‘나홀로 유학’보다는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외국인 친구들과 접하고 의사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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