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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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얻은 ‘사랑만점 부부생활

  • 정경우/ 부산 메디칼 비뇨기과 원장·전 동아대 의대 주임교수

    입력2004-06-02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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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로 얻은  ‘사랑만점 부부생활
    12년 전 어느 날 한 노부부가 30대 중반의 아들을 데리고 필자를 찾아와 “교수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노부부는 발기가 안 되는 아들의 물건을 어떻게 하든 제대로 만들어달라는 것. 결혼 뒤 어렵게 얻은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약간의 뇌성마비를 앓았지만 심한 편이 아니어서 그럭저럭 살아올 수 있었다.

    문제는 결혼이었다. 발기가 되지 않아 결혼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늦게 얻은 외아들한테서 꼭 대를 잇고 싶었지만 결혼을 시킬 수 없자 수소문 끝에 필자를 찾아왔다.

    검사결과 환자는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해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기가 잘되지 않는 상태였다. 요즘은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다양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되는 등 치료법이 다양해졌으나 당시에는 음경해면체 내 자가 주사법이나 음경보형물 수술밖에는 환자에게 적용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의논 끝에 음경보형물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1시간 30분간의 수술 뒤 아들은 훌륭하고 완벽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슈퍼맨’으로 부활했다. 음경보형물 수술은 스스로 발기되지 않는 음경 내부에 새로운 기계 장치인 보형물을 넣어 인위적으로 성기를 발기시켜 기능을 되찾아주는 방법이다.

    뇌성마비 아들이 결혼하던 날 필자는 특별초대를 받아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 후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과 함께 돌잔치에도 초대받았다. 요즘도 1년에 한두 번은 꼭 안부전화를 걸어오는 환자와 그 가족 덕분에 의료인으로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수술로 얻은  ‘사랑만점 부부생활
    최근 통계에 따르면 결혼생활 실패의 원인 중 약 50%는 성생활 등 부부생활의 문제라고 한다. 부부간의 성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이혼하기에 앞서서 서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라. 아마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성 문제로 불화를 겪는 환자를 진료할 때면 필자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 환자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필자에게 이 환자는 단순한 환자의 차원을 넘어 20년 의사생활의 큰 보람이자 피곤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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