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체포됐던 프리랜서 사진가 석재현씨와 부인 강혜원씨.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열정이 넘쳐서 제 욕심대로 취재에 나섰다가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드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분들이 절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는데, 정신적으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국 감옥에서 추운 겨울을 나며 동상에 걸렸던 석씨의 손은 여전히 빨갛게 얼어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는 게 석씨의 말이었다. 석씨는 항소심에서 2년형이 확정된 이후 오히려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돼 몸도 편해졌다고 한다.
이날 아침까지도 석방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석씨는 오전 10시경 부인 강씨를 면회하고서야 석방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절차는 빠르게 처리됐다. 가석방으로 산둥성 지방의 감옥에서 나온 그는 ‘추방’ 형식으로 베이징을 거쳐 오후 5시 비행기로 우리나라에 도착, 다른 입국인들과 똑같이 수속을 밟았다.
“아침까지도 석방 사실 몰랐다”
그는 곧바로 3월5일부터 ‘석재현 석방 후원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 편도나무를 찾았다. 이날 작가 없이 끝날 예정이었던 후원전은 그를 환영하는 전시가 되었다.
이 자리에는 그가 프리랜서로 일했던 뉴욕타임스의 도쿄 특파원 제임스 브룩스씨도 참석했다. 석씨가 탈북자 취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뉴욕타임스 때문이었으므로 뉴욕타임스는 그가 체포되자 중국 외교부 등에 편지를 보내는 한편, 미국에서 그를 돕는 성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게 돼 선뜻 취재를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산둥성에서 몇 명의 탈북자들을 취재하고 옌볜으로 들어가 탈북자 20명 정도와 함께 기차로 14시간을 이동한 후 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계획이었는데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곳에서 체포됐지만,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어서 곧 석방되리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관광비자를 갖고 있었던 석씨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탈북 브로커 혐의로 2년형이라는 중형을 받고, 10년형 이상을 받은 중국의 일반 범죄자 20명과 같은 방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무엇을 보거나 듣는 것이 전혀 불가능했고, 화장실 사용 등도 완전히 공개된 채 이루어졌다고 한다.
중국의 감옥을 묘사할 때 그는 석방이 실감나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탈북자들을 도왔던 최훈씨 등 10여명의 한국인들이 아직도 감옥에 있습니다. 이들도 하루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또 저와 함께 체포된 탈북자 20여명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을 꼭 찾아보고 싶습니다.”
대구 경일대 등에서 강의하던 그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 한국과 미국에서 흑인과 수인(囚人), 수행자 등 사회적 소수의 초상화를 찍어왔다. 최근에는 뉴욕타임스와 많은 작업을 해왔다.
이날 갤러리 편도나무에는 후원전을 위해 발벗고 뛰었던 선배 사진작가 성남훈씨와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김녕만씨 등 50여명의 사진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석씨의 석방을 축하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