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을 못해 긴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은 비단 한국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중국 대학생들도 한국 대학생 못지않게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역시 만성적인 실업문제에 이어 최근 고학력 실업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중국 노동사회보장부(이하 노동부)는 11월23일 졸업정원제 실시로 정원이 40% 확대된1999년 입학자의 경우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대졸자가 212만명으로 급증했으나 취업률이 50%에 불과해 1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졸자가 2004년에는 280만명, 2005년에는 34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졸업생 총수는 정원 확대 이전보다 2.9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몇 년간 사회의 대졸자 수요 증가폭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대졸자의 취업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그동안 고속성장으로 취업 걱정을 하지 않던 중국 대학생들이 졸업정원제 실시에 따른 후유증으로 ‘100만명 실업자’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대학생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은 구조적 모순. 중국 노동부의 2003년 3/4분기 보고에 따르면 중서부 지역의 경우 구인 수요는 많으나 업무환경과 생활조건이 열악한 탓에 대졸자가 이 지역을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졸자의 취업난은 사회 전체 취업환경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도시로 유입된 신규 노동력이 1000만명,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가 1150만명,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1억5000만명에 달해 대졸자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당국은 물론 지방정부, 대학 당국, 지도교수들까지 나서서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대학가에는 대학원 진학 붐이 일어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해도 된다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중국 공무원 500만명 중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69%로 나타났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37%나 증가한 수치다. 이 증가인원 180만명 모두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것은 아니다. 각종 시험을 통과해 대학 졸업장을 딴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사스로 인한 경영난도 실업에 한몫
구직자의 고학력화 바람에 힘입어 어떤 업체는 일과 상관없이 무조건 고학력자를 채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대졸자가 청소원을 한다거나 대학원 이수자가 판매원으로 나서고 박사가 험한 일을 한다는 등의 뉴스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짜 졸업 장이 나도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수입이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이가 나는 것도 고학력화 붐의 계기가 됐다. 직장인의 수입은 학력 수준 단계별로 약 1만 위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연평균 수입은 약 4만 위엔, 전문대졸 이하 학력 소지자의 연평균 수입은 약 2만 위엔으로 나타났고, MBA(경영자 수업)이수자는 연평균 수입이 7.43만 위엔으로 석·박사보다 20%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맞닥뜨릴 가장 심각한 도전은 ‘실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중국 국정 분석 연구보고’를 통해 “앞으로 중국은 실업, 고성장 유지, 빈부격차, 환경악화 등 4가지 과제를 안게 될 것이며, 이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실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성장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고 예측했는데, 그동안 ‘시아깡(下崗)’이라는 국유기업과 향진(집체)기업 개편 과정에서 대량의 정리해고자가 발생했다.
지역간의 분할된 노동시장이 점차 통일된 노동시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농촌노동력의 도시 유입이 증가하면서 도시 취업난은 더욱 가중됐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산업 등 고급기술산업의 집중 육성이 제조업 부문의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켜 취업난은 극대화됐으며, 올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탓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된 점도 실업률 급증에 한몫했다. 기업들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예상해 투자를 유보하고 고용인원을 감원했다. 사스로 인한 피해기업이 주로 노동집약적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수요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은 사스를 빌미로 노동계약을 파기하고 임금표준을 낮추어 노사관계가 악화됐다. 또 취업박람회 취소 등으로 인해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졌으며 이에 중국정부 산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은 일자리확대를 위해 산업간의 균형발전, 노동시장 자유화, 서비스산업 육성, 직업교육 강화, 사회보장체제 정비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 중국의 취업문제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노동력경제연구소 차이팡(蔡昉) 소장은 수많은 실업인구를 볼 때 퇴직 취업인구의 일부가 ‘은폐성 취업 단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민영 개인경제 중에서 취업신고를 하지 않은 실업인구, 장기휴가 중인 인원, 제2직업 종사 인원과 도시의 농민 근로자 외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퇴직보조금을 수령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팡 소장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취업압력을 부인할 수 없으나 노동자원 또한 중요한 재산”이라고 설명한다. 거대한 노동력의 공급은 향후 20년 간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유지시키는 필수조건이라는 것. 노동력이 저생산율 영역에서 고생산율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실업난 절망할 단계 아니다” 시각도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도 취업압력이 해결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우선하다 보니 취업률 제고를 통한 실업 해소에 원천적으로 눈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고도의 경제발전을 위해 향후 기업들의 고용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앞으로 실업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전국공안회의에서 주장한 대로 실업은 나라의 안정을 해치는 최대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동시에 가능케 할 실업 해결책을 찾는 것은 절망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강조한 3대 발전전략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베이징대학 펑쥔 교수는 “금세기 들어 야심차게 입안한 서부 대개발 사업, 기존 동북공업지대의 부흥, 중국 경제의 핵심인 동부 연해 지방의 지속 발전 전략 등을 계속 추진해나갈 경우 실업문제의 해결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에 최근 연 20~30%씩 고속성장하는 정보기술(IT)산업을 주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종 정책의 입안이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창업 열기를 부추길 수 있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IT산업단지를 건설할 경우 새 일자리를 마련해줄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다. 금융, 보험, 증권업 등 서비스업에 주목하는 것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전략으로 손색이 없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은 국제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전기를 맞았다. 중국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26.9%에 불과하다. 향후 10여년 동안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겨우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을까 말까 한 수준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정부가 서비스업의 성장에 전력투구할 경우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실업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020년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업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한국도 중국이 어떻게 이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노동사회보장부(이하 노동부)는 11월23일 졸업정원제 실시로 정원이 40% 확대된1999년 입학자의 경우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대졸자가 212만명으로 급증했으나 취업률이 50%에 불과해 1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졸자가 2004년에는 280만명, 2005년에는 34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졸업생 총수는 정원 확대 이전보다 2.9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몇 년간 사회의 대졸자 수요 증가폭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대졸자의 취업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그동안 고속성장으로 취업 걱정을 하지 않던 중국 대학생들이 졸업정원제 실시에 따른 후유증으로 ‘100만명 실업자’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대학생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은 구조적 모순. 중국 노동부의 2003년 3/4분기 보고에 따르면 중서부 지역의 경우 구인 수요는 많으나 업무환경과 생활조건이 열악한 탓에 대졸자가 이 지역을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졸자의 취업난은 사회 전체 취업환경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도시로 유입된 신규 노동력이 1000만명,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가 1150만명,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1억5000만명에 달해 대졸자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당국은 물론 지방정부, 대학 당국, 지도교수들까지 나서서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대학가에는 대학원 진학 붐이 일어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해도 된다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중국 공무원 500만명 중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69%로 나타났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37%나 증가한 수치다. 이 증가인원 180만명 모두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것은 아니다. 각종 시험을 통과해 대학 졸업장을 딴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사스로 인한 경영난도 실업에 한몫
구직자의 고학력화 바람에 힘입어 어떤 업체는 일과 상관없이 무조건 고학력자를 채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대졸자가 청소원을 한다거나 대학원 이수자가 판매원으로 나서고 박사가 험한 일을 한다는 등의 뉴스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짜 졸업 장이 나도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수입이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이가 나는 것도 고학력화 붐의 계기가 됐다. 직장인의 수입은 학력 수준 단계별로 약 1만 위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연평균 수입은 약 4만 위엔, 전문대졸 이하 학력 소지자의 연평균 수입은 약 2만 위엔으로 나타났고, MBA(경영자 수업)이수자는 연평균 수입이 7.43만 위엔으로 석·박사보다 20%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맞닥뜨릴 가장 심각한 도전은 ‘실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중국 국정 분석 연구보고’를 통해 “앞으로 중국은 실업, 고성장 유지, 빈부격차, 환경악화 등 4가지 과제를 안게 될 것이며, 이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실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성장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고 예측했는데, 그동안 ‘시아깡(下崗)’이라는 국유기업과 향진(집체)기업 개편 과정에서 대량의 정리해고자가 발생했다.
지역간의 분할된 노동시장이 점차 통일된 노동시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농촌노동력의 도시 유입이 증가하면서 도시 취업난은 더욱 가중됐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산업 등 고급기술산업의 집중 육성이 제조업 부문의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켜 취업난은 극대화됐으며, 올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탓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된 점도 실업률 급증에 한몫했다. 기업들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예상해 투자를 유보하고 고용인원을 감원했다. 사스로 인한 피해기업이 주로 노동집약적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수요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은 사스를 빌미로 노동계약을 파기하고 임금표준을 낮추어 노사관계가 악화됐다. 또 취업박람회 취소 등으로 인해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졌으며 이에 중국정부 산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은 일자리확대를 위해 산업간의 균형발전, 노동시장 자유화, 서비스산업 육성, 직업교육 강화, 사회보장체제 정비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 중국의 취업문제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노동력경제연구소 차이팡(蔡昉) 소장은 수많은 실업인구를 볼 때 퇴직 취업인구의 일부가 ‘은폐성 취업 단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민영 개인경제 중에서 취업신고를 하지 않은 실업인구, 장기휴가 중인 인원, 제2직업 종사 인원과 도시의 농민 근로자 외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퇴직보조금을 수령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팡 소장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취업압력을 부인할 수 없으나 노동자원 또한 중요한 재산”이라고 설명한다. 거대한 노동력의 공급은 향후 20년 간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유지시키는 필수조건이라는 것. 노동력이 저생산율 영역에서 고생산율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실업난 절망할 단계 아니다” 시각도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도 취업압력이 해결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우선하다 보니 취업률 제고를 통한 실업 해소에 원천적으로 눈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고도의 경제발전을 위해 향후 기업들의 고용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앞으로 실업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전국공안회의에서 주장한 대로 실업은 나라의 안정을 해치는 최대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동시에 가능케 할 실업 해결책을 찾는 것은 절망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강조한 3대 발전전략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베이징대학 펑쥔 교수는 “금세기 들어 야심차게 입안한 서부 대개발 사업, 기존 동북공업지대의 부흥, 중국 경제의 핵심인 동부 연해 지방의 지속 발전 전략 등을 계속 추진해나갈 경우 실업문제의 해결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에 최근 연 20~30%씩 고속성장하는 정보기술(IT)산업을 주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종 정책의 입안이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창업 열기를 부추길 수 있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IT산업단지를 건설할 경우 새 일자리를 마련해줄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다. 금융, 보험, 증권업 등 서비스업에 주목하는 것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전략으로 손색이 없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은 국제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전기를 맞았다. 중국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26.9%에 불과하다. 향후 10여년 동안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겨우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을까 말까 한 수준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정부가 서비스업의 성장에 전력투구할 경우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실업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020년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업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한국도 중국이 어떻게 이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