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서울지방검찰청 청사. 강력부 출신 검사들이 승승장구하는 이면에는 검찰의 탈정치화 바람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역전의 발판이 된 것은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대북송금 특검 수사. 사상 최초로 국가정책을 놓고 수사를 벌이는 데 부담을 느낀 특검과 검찰은 강력부 출신 검사를 주축으로 수사를 진행시켰다. 특수·기획통과는 달리 성역 없이 파헤치는 강력부 특유의 수사 스타일은 결국 대북송금 와중에 불법 정치자금이 제공된 단서를 찾아냈고 이는 정치권을 뒤흔든 초대형 태풍으로 변했다.
대검찰청의 한 과장급 검사는 “현대와 SK 비자금 사건이 서울지검 특수부로 배정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며 “강력부 검사가 비교적 정치색이 덜했기 때문에 중용됐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 주력 검사들 역시 강력부 출신이다. 문효남 대검기획관과 남기춘 중수1과장을 비롯해 실무검사의 절반 이상을 강력통이 차지하고 있는 것. 이 같은 강력부의 전면배치가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에 비견되는 검찰 대혁신의 발판이 됐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사 스타일보다는 시대적인 요구가 앞섰다는 평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묵묵히 음지에서 일해왔고, 특히 조직폭력배들과 싸워왔다는 강력부 검사들의 이미지가 새로운 시대의 검찰상을 찾고 있던 검찰 수뇌부와 국민의 요구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가동산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강민구 전 수원지검 검사는 강력부 출신 검사임을 내세워 한나라당 서울 금천구 지구당위원장 예비선거에서 30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는지 노무현 대통령은 11월10일 강력부 검사 1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다독이기 수법이다”라는 비난도 있었으나 강력부 검사들이 검찰을 대표해 청와대에 초청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한 사법연수원에서부터 강력부를 지망하는 예비 법조인이 늘고 있다고 하니 당분간 강력부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