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면이 ‘박사의 고장’임을 자랑하는 표지석(위)과 입간판.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어 있는 시골 농가를 구입해 전원주택으로 꾸미는 방법과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의 임야나 논밭을 사 지목변경을 한 뒤 전원주택을 짓는 방법이다. 후자를 택하는 이들은 대개 낯선 시골마을에 들어가 살기가 부담스러워 차라리 마음 편하게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새로 집을 짓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두 번째 방법은 풍수적인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새로 산 땅이 집터로 적합한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땅에 집을 짓게 될 경우 오래가지 않아 주인이 바뀌거나 폐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터가 좋은 터일까? 풍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전원주택 터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선 성종 때 권신인 임사홍은 임금에게 올린 상소에서 “집터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보려면 그 집에 살았던 주인들을 3대에 걸쳐서 살펴보십시오(先看三代主)”라고 하였다. 즉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별 탈 없이 살다 나갔느냐, 망해서 나갔느냐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 임사홍의 이 말은 전원주택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땅을 보는 안목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면, 가급적 안전하게 시골의 빈집이나 빈터를 구해 집을 개조하거나 새로 지으라고 권하고 싶다. 낯선 마을에 들어가 살기가 부담스럽다면 마을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있는 빈집이나 빈터를 구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빈집이나 빈터로 남았다는 것은 그 집안이 망해 나갔다는 증거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농촌에 빈집이 생기게 된 것은 산업화와 도시화 때문이지 땅 때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에 있는 빈집 가운데 아무 집이나 고르라는 말이 아니다. 우선 어느 고장 어느 마을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고장과 마을을 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역시 그 땅에서 이전에 어떤 사람들이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힘차게 내려온 주능선 아래의 전형적인 명당터에 자리잡은 뇌천마을.
삼계면의 모든 마을에서 골고루 박사를 배출한 것도 아니다. 마을별로 삼계면 ‘덕계리’라는 행정구역 안에 중촌과 쭛쭛 마을이 있는데, 중촌은 20가구에서 9명의 박사를 배출하여 가구당 0.45명인 반면 이웃한 쭛쭛 마을에서는 35가구에서 2명의 박사만 나왔다. 또 삼계면 ‘뇌천리’라는 행정구역 안에 뇌천과 쭛쭛 마을이 있는데, 뇌천은 23가구에서 9명의 박사가 나와 가구당 0.39명인 반면, 이웃한 쭛쭛 마을은 21세대에서 박사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지세의 차이다. 박사를 많이 배출한 마을의 경우 풍수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물론 박사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이곳에 부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이곳을 답사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박사가 많아도 가난하다. 이웃 면인 동계면(순창군)에는 돈 많은 사업가가 많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지세 탓인가 보다.”
이런 점을 참고한다면 풍수를 몰라도 얼마든지 좋은 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