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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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법 개정인가 개악인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0-01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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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동포법 개정인가 개악인가

    재외동포법 개정 반대 시위 모습.

    9월23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재외동포법 시행령 등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해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대회의를 열고 27일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개정안 폐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개정안에서 해외 이주 시점에 따라 재외동포인지 여부를 결정짓던 기존의 정의를 폐기하고 ‘부모의 한쪽 또는 조부모의 한쪽이 한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를 재외동포로 규정했다. 이는 2001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정부수립 이전 이주 동포를 재외동포에서 배제하는 이 법의 일부 조항은 차별적인 입법’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

    그러나 이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헌법 불합치 상태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독소 조항이 늘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비판받고 있는 대목은 법무부가 재외동포법 자체는 그대로 유지한 채 시행령 및 규칙 일부만 개정하려 한다는 점. 이에 대해 인천대 법학과 노영돈 교수는 “재외동포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04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을 고치는 것만으로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 법무부의 발상은 위헌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재외동포의 범위를 ‘1922년 시작된 현행 호적에 조부모나 부모가 등재돼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 점도 논란거리다. 이광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는 “중국이나 러시아로 무작정 이주한 독립운동가들에게 국적이 있었겠는가”라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재외동포의 범위를 1922년 이후 이주자로 제한한 것은 재외동포의 범위를 기존보다 오히려 축소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임광빈 재외동포법개정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과 고려인들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근무하고 있는데 법무부 개정안은 ‘재외동포는 단순 노무행위나 사행행위 등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재외동포법의 전반적 재개정이 있을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불평등 사항을 고쳐 마련한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알고는 있지만 모든 요구를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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