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해창 갯벌의 명물인 솟대 뒤로 멀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방조제가 보인다.
새만금사업 집행정지 결정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원고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해 18일 본안 소송 2차 변론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이날이 결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농림부가 5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피고측 증인으로 신청해 8월 말께 3차 공판이 열리게 됐으며, 환경단체와 주민 3539명으로 구성된 원고측도 추가 증인을 신청하는 등 대응에 나서 선고공판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조제 유실 논란
피고측인 농림부가 7월16일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 고법에 즉시 항고해 본안과는 별도의 재판이 진행된다. 행정3부는 “집행정지 건으로 소모전을 벌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충고했지만 공사 중지 결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며 농림부 장관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불러온 마당이라 사태의 추이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중단됐던 새만금 공사는 장마철 토사 유실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와 재판부가 18일 사실상 보강공사를 허용하면서 재개됐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결정 이후 공사 중단 범위에 대해 논란이 일자 “집행정지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환경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의 필요한 보강공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2호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2.7km 구간에 대한 추가 물막이 공사는 전면 금지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는 22일까지 설계도면과 공정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해야 하고, 원고측은 이 자료를 토대로 보강공사 외에 다른 공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공사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새만금 갯벌은 방조제 공사가 진행중인 전체 33km 중 아직 공사를 착수하지 않은 2.7km 구간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고 있다. 이번 장맛비에 일부가 유실된 2공구의 경우 배수갑문(가력, 신시)이 완성되지 않아 약 2년간 공사가 자체적으로 중지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이번 공사 중지 결정과는 거의 무관하다.
문제는 서둘러 물막이 공사만 해둔 4공구다. 원래 농업기반공사(이하 공사)는 설계도면에 따라 방조제의 폭을 290m로 했어야 했지만 이 구간 공사에서는 6월4일부터 6일 만에 1km 정도를 15m 폭의 방조제로 막아버렸다. 유속이 빨라 갯벌 생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4공구 방조제에 대한 공사 중단 요구가 거세자 공사측이 물막이 공사를 서두른 것.
재판부가 공사 중지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18일 강영호 부장판사는 본안 심리에 앞서 “재판부가 공사 중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두 가지다”며 “하나는 (공사측이) 예정된 공기보다 빨리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해 재판부를 압박하려 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양측이 (시간을 갖고) 관심 분야를 미리 밝히는 등 치열한 법정공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 새만금사업 공방의 핵심은 수질과 경제성. 재판부가 15일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담수호가 농업용수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한 뒤 특히 수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7월17일 오전 농업기반공사의 새만금홍보관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관련 모형도를 보고 있는 관광객들.
그는 또 “전주권 그린벨트를 30% 보전하고, 젖소와 돼지의 분뇨를 98.5% 처리하며, 시비(施肥)량을 30% 줄이거나 논의 물꼬량을 3cm 올리는 등의 정부 수질대책은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서를 1998년 민관합동조사단에 냈는데도 총리실 등에서 이를 무시했다”며 “게다가 이제는 전주권 그린벨트까지 전면 해제돼 새만금 수질관리를 위한 전제조건이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방조제를 완공하고 수질을 유지하면서 새만금사업에 헛돈을 쓰지 않는 대안을 찾는다면 어떤 방안이 있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물을 썩지 않게 하려면 담수호를 포기하고 둑을 어느 정도 터서 해수를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림부측은 이에 대해 “김교수의 주장처럼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수질 목표치를 정할 경우 국내 호수 중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새만금 담수호는 시화호와 달리 환경시설도 고려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성 있나 없나
서울행정법원이 7월15일 공사 중지를 결정했지만 방조제 유실을 우려해 18일 오후 보강공사를 허용, 그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증인이 속한 사설단체의 계산 결과가 민관이 공동으로 구성한 공동조사단의 결과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조박사가 속한 한국생태경제연구회는 지난 5월 새만금사업을 지금 상태에서 중단할 경우 8조원대의 이익이, 순차적으로 개발할 경우 4조1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증인 심문을 마친 뒤 농림부측은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담수호의 수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수질 전문가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수질 분야에서는 윤춘경 건국대 농대 교수, 허유만 농어촌연구원 원장이, 경제 분야에서는 임재환 충남대 농대 교수가, 갯벌 분야에서는 양재삼 군산대 교수와 바트 슐츠 전 국제관개배수학회 회장이 나선다. 원고측도 네덜란드 토목공학 전문가를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고, 14일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새만금, 바다는 흐르고 싶다’ 녹화본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대안은 현실적인가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경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을 전면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대통령의 언급은 새로운 사업구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이를 법원에 전달해 판결 준거로 삼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당정 협의기구인 민주당 새만금특별위원회에서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조박사에게 “1조4000억원의 방조제 공사 비용도 대안만 있으면 버린 돈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말하는가”라고 묻자 조박사는 “방조제는 풍력발전단지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4440억원의 어업 보상비 회수 문제가 대두된다.
반면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제한적 개발론인 ‘새만금 신구상안’을 제안했다. 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이 안은 방조제를 막지 않고 갯벌을 살려두며, 간척 규모를 현재 계획하고 있는 7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농지가 아닌 복합산업단지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현재 건설된 방조제를 항만시설로 이용하고 해양생태공원을 조성해 갯벌 자원을 활용하면 현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전북을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이제는 환경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윈-윈’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