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푸드 열풍은 홍보 마케팅의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임상 실험상에서도 검은색 식품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각 식품회사가 벌인 집중적 홍보 마케팅의 결과라며 ‘블랙 푸드’의 가치를 애써 폄하하고 있다. 물론 홍보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방적 측면에서 보면 검은색 식품의 효용성을 부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검은색 식품은 몸이 전체적으로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먹으면 좋다. 검은빛을 내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는 항산화 작용을 촉진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시력을 개선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등 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향상하도록 돕는다. 특히 여름철에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식은땀을 잘 흘리는 사람들에게 좋다. 한방에서는 검은색 식품이 신장에 좋다고 본다. 즉, 우리 몸에 원천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신장에 좋으므로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검은콩
예로부터 검은콩은 약으로도 많이 사용돼왔다. 옛 한방 관련 문헌에도 ‘해독이나 신경의 진정작용에는 대두(大斗) 중에서도 검은 대두가 특효가 있다’(일본의학서, 의심방)거나 ‘검은콩은 신장을 다스리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모든 독을 푼다’(중국의학서, 본초강목)고 소개돼 있다.
검은콩은 특히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과 어린아이들에게 좋다. 신장이 약한 사람은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데, 이렇게 되면 체내에 수분이 고이고 몸이 잘 부어 피로를 쉽게 느낀다. 뼈가 약해져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검은콩을 꾸준히 먹어주면 신장의 기운이 좋아져 전체적인 몸 상태가 나아진다. 다만 검은콩을 가루로 만들어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떡고물로 쓰거나 밥에 섞어 먹는 경우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므로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검은콩은 해독작용과 소염작용도 뛰어나 아이들 태열이나 열을 다스리고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데, 검은콩을 달인 물을 마시거나 상처 부위에 꾸준히 바르면 열이 가라앉고 환부가 말끔히 치료된다. 한방에서는 소화기관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비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가미삼령백출산을 처방할 때 검은콩을 넣기도 한다.
검은깨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에 좋은 검은깨 죽(왼쪽). 해독과 소염작용이 뛰어난 검은콩 국수.
특히 잦은 샤워 등으로 여름철에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건조하고 각질이 잘 일어나는 건성 피부염에는 검은깨에 해삼과 생마를 넣어 달여 마시면 피부에 윤기가 돌게 된다.
여름철에 음식을 잘못 먹어 복통을 일으키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도 검은깨 기름을 이용한 음식을 먹거나 발라주면 잘 낫는다. 역시 해독과 소염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방에서는 보약의 재료로 검은깨를 사용하는데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밥을 잘 못 먹는 허약체질의 아이들에게 처방하는 육미지황탕이나 보중익기탕에 검은깨를 넣기도 한다.
검은쌀은 중국 역대 황제에게 바칠 정도로 귀한 식품으로 여겨왔다. ‘장수미’나 ‘약미’로 인정받은 것. 검은쌀은 흰쌀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무기질 함유량이 훨씬 높아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생활이나 식욕부진으로 인해 모자라기 쉬운 각종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골격을 형성하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므로 이유기 때부터 흰쌀 대신 검은쌀을 이용한 이유식을 먹이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면역기능 강화, 노화 방지, 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신장기능 저하로 오줌을 많이 누고 물을 많이 마시는 요붕증이 있거나 여름철 냉방병이나 여름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에게도 검은쌀 밥을 먹이면 좋다. 검은쌀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신장을 튼튼하게 해 체력과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나 감기 등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쌀만으로 밥을 하면 현미 상태라 까칠까칠해 먹기가 어려우므로 흰쌀에 10% 정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요붕중, 야뇨증 등 신체가 허약해 나타나는 증상에는 육미지황탕이나 가미축천환을, 시력 강화에는 보간탕을,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에는 소청룡탕을 처방한다.
검은 수박씨
폐를 맑게 해주는 검은 수박씨.
한방에서는 특히 폐병에 걸렸거나 목에 가래가 끓어 호흡이 고르지 못할 때 폐를 맑게 해주는 수박씨를 권한다. 수박씨는 또한 장내를 촉촉하게 해 배변을 촉진하므로 변비에도 좋다.
특히 어린이에게 수박씨를 볶아서 간식으로 먹이면 좋다. 씨앗류 가운데서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많고 칼슘·단백질·철 등 아이들 성장에 좋은 무기질도 풍부한 데다 식전에 먹으면 입맛을 돋워주기 때문이다. 또 수박씨에 함유되어 있는 쿠쿠르비틴이라는 성분은 구충작용을 하므로 아이들 해충 예방용으로도 좋다.
또한 수박씨에는 리놀레산이 풍부하므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방광염에는 수박씨 차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말린 수박씨에 물을 붓고 끓인 뒤 이 물을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된다.
그 밖의 검은색 식품
검은색 식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간기능을 도와 눈의 기능을 강화한다. 따라서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찾아오는 눈의 피로나 노안 등에 효과가 있다.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한 과일로는 블루베리가 으뜸이다.
이외에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메밀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고, 약간 붉은빛을 띤 검은색 과일인 서양자두는 혈액순환을 도와주므로 변비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