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비 내리는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매회 5t의 물을 무대 위에 퍼붓는다.
그런데 초여름의 무대에 이 같은 ‘영화 뮤지컬’ 두 편이 더 찾아온다. 진 켈리의 노래 ‘싱잉 인 더 레인’으로 유명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년 영화 개봉, 1983년 뮤지컬 초연)와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주연한 영화 ‘그리스’(1972년 뮤지컬 초연, 1978년 영화 개봉)가 그 주인공들.
빗속의 경쾌한 노래-싱잉 인 더 레인
쏟아지는 빗속에서 가로등에 매달려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는 진 켈리의 모습으로 각인된 영화. 국내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싱잉 인 더 레인’이다. ‘싱잉 인 더 레인’은 1952년 할리우드에서 제작될 당시부터 뮤지컬 영화였다. 이후 한 세대가 지난 1983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진짜 뮤지컬’이 되어 무대에 올랐다.
“영화의 악보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에 영화에서 나온 노래들이 뮤지컬에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저희는 편곡과 한국어 개사 작업만 했어요. 다만 노래 중에 ‘싱잉 인 더 레인~’ 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었죠.” 제작을 맡은 SJ엔터테인먼트 문진애씨의 설명이다.
‘싱잉 인 더 레인’ 제작진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바로 주인공 돈 락우드가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 이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매회 5t의 물을 무대 위에 퍼붓는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진 켈리가 빗속에서 노래하는 장면만은 알고 있거든요. 비라는 자연현상을 무대에 그대로 옮겨놓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최소한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문씨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350여 벌에 달하는 1920년대의 의상과 65개의 가발 등 ‘싱잉 인 더 레인’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은 뮤지컬이다. 그런데 이 많은 의상들이 한 번 공연할 때마다 비에 젖어버리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면 모든 의상을 말리고 다려야 한다고. 주인공 돈 락우드 역에는 남경주와 박동하가 더블캐스팅되어 빗속의 탭댄스를 선보인다.
‘싱잉 인 더 레인’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재개관한 정동 팝콘하우스의 개관 기념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사인 SJ엔터테인먼트가 이 극장을 아예 2년간 장기대관해 사용할 계획이다. SJ엔터테인먼트측은 5월31일부터 8월31일까지로 예정된 ‘싱잉 인 더 레인’ 공연 후에도 뮤지컬 ‘왕과 나’ 등 차기작들을 계속 팝콘하우스에서 공연할 예정(문의 02-399-5888).
뮤지컬 ‘그리스’.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주연한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원래 뮤지컬로 먼저 탄생한 작품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영화는 1972년 뮤지컬로 먼저 공연된 작품이다. 영국에서 소규모 뮤지컬로 공연되다 1978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것. 영화가 인기를 얻자 그 바람을 타고 뮤지컬까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원작인 뮤지컬에 비해 줄거리가 강조되다 보니 안무나 음악이 배경처럼 처리된 감이 있죠.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생동감 있는 춤, 특히 군무가 볼 만할 거예요.” ‘그리스’ 제작사인 오디뮤지컬 컴퍼니 이윤정씨의 말이다.
‘그리스’ 캐스팅 중에서는 단연 ‘오페라의 유령’ 헤로인 김소현이 눈에 띈다. 성악과 출신으로 그동안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성악적 기교가 요구되는 작품에 주로 출연해왔던 김소현은 이번 무대를 통해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몽유도원도’의 서영주와 개그맨 홍록기가 케니키 역으로 더블캐스팅됐다.
‘그리스’는 6월7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본공연을 하기에 앞서 대학로의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5월20일부터 6월1일까지 프리뷰 공연을 한다. 오디뮤지컬 컴퍼니측은 “프리뷰 공연을 통해 관객의 반응을 보며 작품을 다듬겠다는 의도다. 영화 시사회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예술의전당 공연이 끝나면 다시 폴리미디어 씨어터로 돌아와 장기공연에 돌입할 계획이다(문의 02-552-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