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대통령 경제수석.
삼성은 1월 정기인사에서 핵심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 경영기획팀장에 1962년생의 박모 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켜 화제를 모았다. 박상무는 김 전 수석의 조카로 80년대 동력자원부 장관과 증권감독원장을 지낸 박봉환씨(작고)의 딸. 김 전 수석은 박상무에게 외삼촌이 되는 셈이다. 특히 박상무는 금융 분야 경험이 별로 없는 사회학 박사 출신이어서 인사 배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상무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삼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94년 박사 학위자 공채에 응시하면서. 박상무가 맡게 된 경영기획팀은 삼성화재에서 중장기 비전 수립을 담당하는 부서로 박상무는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여성 최초로 경영기획팀장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손보업계 유일한 여성 임원’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박상무의 승진 배경에 김 전 수석과의 관계를 의식한 삼성의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삼성화재측은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코 그런 배경이 이번 인사에 작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삼성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중앙일보가 지난 1월 말부터 김종인 전 수석의 기명 고정칼럼을 연재하는 것도 관심 가는 대목. 김 전 수석은 3주에 한 번씩 연재되는 이 칼럼을 통해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충고하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김 전 수석측은 작성된 칼럼을 중앙일보 고위층에 직접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노당선자측이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에 ‘안정형의 명망가’를 임명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현재로서는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당선자의 한 측근인사는 “김 전 수석은 당선자 인사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김 전 수석에 대한 삼성의 구애는 ‘짝사랑’으로 끝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