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쓴 듯 ‘임금 王’자가 선명한 북악산 모양의 수석의 앞뒷 면.
길이 12cm, 높이 9.5cm 정도 크기인 이 수석 앞면에는 마치 붓으로 쓴 듯 ‘임금 왕(王)’ 자가 선명하다. 너무 선명한 글자체 때문에 조석(인공적으로 만든 수석)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애석인협회 황경호 전 사무처장이 “5억년 자연이 빚은 명품이자 진품”임을 확인, 의혹은 사라졌다. 수석 뒷면에는 가부좌를 튼 돌부처 형상도 숨어 있다. 또한 수석 형태가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모습을 하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 수석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0년 10월경. 소장자였던 C씨가 A의원 측근 Y씨에게 “이 수석의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방송사가 이를 잠깐 소개하면서 소문이 퍼져 나갔다. 관심을 보인 사람은 소위 잠재적 ‘대선후보군’의 측근들. C씨는 “대선후보들이 직접 오지 않고 측근들을 보내 관심을 보였다”면서 “아무래도 직접 나서면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 중에도 이 수석에 관심을 보인 인물이 있다”고 전했으나 “누구냐”는 물음에는 웃기만 했다.
2001년 10월경, C씨는 수석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삼중스님을 찾았다가 들은 뜻밖의 말 때문.
“당신이 가질 돌이 아닌 것 같다. 주인을 찾아줘라.”
기(氣)가 강한 수석을 개인이 갖고 있을 경우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C씨는 사업가로 알려진 K씨에게 “사업을 도와달라”는 추상적인 조건으로 이 수석을 넘겼다. 한때 11억원에 매매하려던 C씨가 ‘거래’를 포기한 것은 “과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삼중스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K씨가 수석을 건네받고 남긴 말은 “수석의 행방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C씨는 기업인으로 알려진 그가 ‘경제대권’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대선후보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다. “현금보다 이런 수석을 선물하면 대선후보에게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겠느냐”는 것.
K씨에게 넘어간 이 수석은 최근 여의도 정가에 ‘전설과 소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먼저 모 대선후보의 한 측근은 “천기가 후보를 감싸고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소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천기를 누설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닫았다. 다른 모 대선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인사는 “비방(秘方) 차원에서 모 후보가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4억원에 샀다”는 말도 있고 “8억원에 입수했다”는 소문도 나온다. 천기를 머금은 ‘왕 수석’, 소장자는 과연 누구일까. 5억년 머금은 천기를 이번 대선에서 토해낼 것인가.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수석의 전설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그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