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를 사는 직장인은 괴롭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 회식이라도 겹치면 다음 날 몸은 천근만근.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 앉은뱅이 생활 등 건강을 해치는 업무환경 속에서 직장인은 나날이 병들어간다. 주간동아는 직장인의 건강을 해치는 사무실 문화와 거기에서 오는 질환을 중심으로 ‘직장인 건강 시리즈’를 연재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 평균 13~25회 가량 방귀를 뀐다. 일반적으로 잦고 고약한 방귀의 주범은 역시 음식물. 특히 콩식품과 유제품이 방귀를 만드는 주범이다. 콩 속의 스타치오스와 라피노스 성분이 소장에서 쉽게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대장 세균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 또 한국인은 우유에 함유된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유당 분해효소가 부족해 유제품을 먹으면 방귀가 잦아질 수 있다. 더불어 채소나 과일에 함유된 과당과 소르비톨처럼 잘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도 방귀의한 요인. 특히 야식을 먹거나 회식 자리에서 과식을 한 경우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찌꺼기가 장에서 발효되면서 방귀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게다가 이런 방귀는 그 정도가 지나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방귀가 잦으면 대체로 장의 흡수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만성 췌장염이나 장염, 소화관 운동장애, 흡수장애 증후군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
중년 고약한 방귀 소화기 의심
대장항문과 전문의 양형규 박사(양병원 원장)는 “남보다 방귀가 잦고 냄새가 심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 징후가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불규칙한 배변 등의 증상을 동반할 때는 대장질환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년에 이르러 갑자기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대장암 등 소화기에 종양이 생긴 것일 수도 있으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양박사의 지적이다.
특히 사무직 종사자라면 자신의 방귀에 대해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적되는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불면증 등 직장인이 달고 다니는 각종 증상들이 장내 세균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까닭. 장내 세균 균형이 무너지면 당연히 가스 분출 횟수와 양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또,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은 운동부족으로 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더욱 방귀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약한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경우 장운동을 촉진하는 조깅,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한 입냄사와 발냄새는 본인보다는 동료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이렇듯 입냄새는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큰 고문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입냄새를 유발하는 주원인은 구강질환인 경우가 많다. 치과 전문의 류홍렬박사(수치과 원장)는 “충치는 구취를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이며, 잇몸 병이나 잘못 난 사랑니가 구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잇몸의 고름 제거 수술을 하거나 사랑니를 뽑아야 하지만 보통은 양치질을 할 때 혀와 입 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닦는 것만으로도 입냄새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강질환 외에도 입냄새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로 긴장한 상태에서는 침이 바짝 마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구취가 더욱 심해진다. 잦은 술자리 역시 입냄새를 유발한다. 알코올은 간장에서 서서히 분해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아세톤’이란 물질이 숨을 내쉬는 과정에서 독한 냄새를 발산하게 되는 것. 담배 연기 속의 타르나 니코틴 등의 미립자 역시 구강 내 점막과 치아 표면, 특히 혀 표면의 조밀한 점막구조에 달라붙어 시금떨떨한 입냄새를 만들어내는 주요인. 쌓인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푸는 직장인이라면 입냄새가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
그 밖에 사무실의 공기가 좋지 않아 축농증이나 비염에 걸린 직장인이나, 간·콩팥·폐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역한 입냄새가 난다. 입을 다문 채 콧바람을 불었을 때도 악취가 고스란히 배여 나온다면 호흡기나 소화기 계통의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입냄새 못지않게 동료를 괴롭히는 것이 바로 발냄새. 최근에는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때문에 계절과 크게 관계없이 발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다. 특히, 늘 단정한 정장 차림에 가죽구두를 챙겨 신어야 하는 직장인의 경우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구두 속은 어느새 축축히 젖어오기 십상이다. 또 스타킹을 주로 신는 직장여성의 경우 땀 흡수 능력이 떨어져 발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발냄새는 발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땀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소발레릭산 때문에 발생하는데, 무좀 등 피부질환이 생기면 미생물이 과다 증식해 더욱 역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그 밖에 갑상선기능 이상, 신경계통 질환, 갱년기증후군, 비만 등과 같이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발에 땀을 과도하게 흘릴 수 있으므로 악취의원인이 된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다면 우선 피부질환이나 내과질환 등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 장성남 박사(노바피부과 원장)는 “평소 발을 씻을 때 항균비누를 쓰거나 식초 몇 방울을 섞은 물에 발을 헹구면 냄새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며, 씻고 난 뒤 물기를 잘 닦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밖에 몇 켤레의 구두를 번갈아 신거나 면 소재 양말을 신는 것도 발냄새를 없앨 수 있는 한 방법.
사무실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왕따’가 되고 있는 직장인이 있다면 ‘그러려니’ 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