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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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관광지 사업자 내사 중단 파문

경찰, 김철욱씨 ‘사기행각’ 단서 잡고도 덮어 … 임광토건서 ‘모종의 청탁’ 의혹 증폭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10-01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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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관광지 사업자 내사 중단 파문
    작년 7월 인천시에 의해 인천국제공항 배후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올 7월 말 ‘사업 수행능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은 미국 기업 CWKA사 대표 김철욱씨에 대해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7월 말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사 중단은 ‘외부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외부 입김’과 관련해서는 ‘CWKA사`-`임광토건 커넥션’이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내사 과정에서 김철욱씨의 ‘사기 행각’에 대한 단서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교포인 그는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할리우드에서 영화사업을 해왔다”고 말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 관련 검찰수사 불가피

    사실 김씨에 대해서는 그의 사업 파트너들도 의문을 표시해 왔다. 그의 주변 인사들 가운데는 “그가 자주 말을 바꿔 신뢰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와 함께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다 헤어진 한 인사는 “한마디로 그를 믿을 수 없었고, 더더구나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 수행능력은 전혀 없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그와 갈라섰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를 내사하기 시작한 것은 올 5월 무렵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가 용유·무의 관광단지 건이 아닌 김씨의 다른 사기 행각을 포착했다는 것.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 채권 관련 사기사건에서 김철욱씨 이름이 언급돼 그를 내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에 대해 상당한 단서를 확보하고도 내사를 중단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내사 사실을 눈치챈 CWKA사측 관계자가 임광토건 관계자를 통해 경찰에 모종의 ‘청탁’으로 내사를 중단시켰지 않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용유·무의 관광단지 안에는 임광토건 임광수 회장 소유 임야가 포함돼 있다. 임광토건은 이 임야를 원래 골프장으로 개발하려 했으나 보전녹지로 묶여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8월과 10월 인천시의 도시계획 변경으로 보전녹지 지역에서 해제됨으로써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게 됐다.(‘주간동아’ 346호 보도 참조) CWKA사는 현재 서울 미근동 임광토건 빌딩 20층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내사 중단 외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8월19일 기자와 만나 “내사에 착수한 것은 불과 1~2주 전 일이고, 현재 미 재무부 채권 실물 유통 여부 및 피해자 유무를 확인하고 있는 중인데 내사 중단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광토건 관계자는 “임회장 소유 임야가 관광단지에 포함될 수 있도록 CWKA사측에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사 무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특히 1~2주 전에 내사에 착수했다는 주장은 관련자들의 증언과 배치된다. 사정당국의 내사는 통상 내사 대상자의 주변 인사들을 상대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내사 사실이 내사 대상자에게 전해지게 마련이다. CWKA사측 관계자는 “7월 말 서울경찰청에서 내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은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종의 ‘국책 사업’이다. CWKA사는 총 55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 이 지역 213만평에 호텔,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인천시에 제안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인천시 의뢰를 받아 CWKA사측과 협상을 해왔던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측은 7월 말 “CWKA사의 사업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인천시에 최종 통보했다.

    김철욱씨 행각에 대한 경찰 내사 사실로 볼 때도 CWKA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여전히 CWKA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민간투자지원센터측의 협상 결과에 대한 전문가 심의를 진행중이다. 전문 연구기관의 최종 통보 내용을 또다시 심의하겠다는 얘기여서 어리둥절할 뿐이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과 김철욱씨 커넥션 의혹 등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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