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무대였다. 군 복무중이라 대중의 시선에서 잠시 사라졌던 이적은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아지겠지’를 열창했다. ‘희망사항’의 노영심은 전에 없이 격정적인 연주로 ‘Blue Rainbow’와 ‘Love will keep us together’를 들려주었다. 정재형은 일렉트릭 바이올린과 첼로를 동원해 전위적인 느낌의 신곡 ‘편린’을 선보였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도 무대에 등장해 키보드로 ‘그때로 돌아가는 게’를 연주했다. 리듬 앤드 블루스(R&B) 가수 김조한이 무대를 휘어잡는 듯한 매너와 확실한 가창력으로 ‘Change the world’를 부를 때 객석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원래 출연 계획이 없던 윤상이 깜짝 출연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기도 했다.
라이브 무대를 찾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무대도 객석도 온통 젊다. 클래식 공연장처럼 엄숙한 격식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부담 없이 환호하고 가수의 한마디 한마디에 소리도 내지를 수 있는 무대가 라이브 공연이다. 그러나 3월1일부터 3일까지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10+1 콘서트’의 주인공은 가수가 아니었다. 재즈 트럼펫 주자인 이주한이 무대의 주인공이고 윤상 이적 노영심 김형석 김조한 정재형과 레이몬드 강, 갱톨릭, CBMASS, 존 헨슨, 이병우 등이 게스트로 나섰다. 무대에는 재즈와 팝, 록, 메탈, 힙합, 뉴에이지 등 다종다양한 장르들이 공존했다. 가수인 윤상과 이적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재즈 연주를 선보였다.
노래가 들어가야 할 부분은 트럼펫 연주가 채웠다. 김형석이 “처음 봤을 때는 당연히 외국인인 줄 알았다. 한국에 이처럼 트럼펫을 잘 부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소개한 이주한은 모든 장르에 걸맞게 트럼펫의 음색과 주법을 변화시키는 ‘묘기’를 부렸다. 같은 기타 연주라도 이병우가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마리이야기’에서는 고요하게, 록 기타리스트인 김세황이 연주한 하드 록 ‘Meto-xide’에서는 현란하게 트럼펫을 불었다. ‘그때로 돌아가는 게’나 ‘달팽이’ 같은 가요에서는 아예 트럼펫이 노래의 선율을 대신했다.
“제가 한국에서 연주를 시작했던 1993년에는 재즈 트럼펫 연주를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더 많은 청중에게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려고 하다가 10명의 피아니스트와 함께 공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1998년 처음으로 5명의 재즈 피아니스트, 5명의 가수를 모아 10명의 게스트와 저라는 의미에서 ‘10+1’의 무대를 만들었죠. 이번이 세 번째 ‘10+1’ 무대입니다.” 이주한의 설명이다.
이주한의 이력은 참 독특하다. 열한 살 때 이란의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처음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고 열두 살 때부터 남미의 수리남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굳이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선택한 것은 외교관인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아버지는 아침에 자녀들을 깨우기 위해 냇 킹 콜이나 핸리 멘시니의 음악을 틀 만큼 트럼펫을 좋아했다.
이주한은 1989년 현대자동차의 인턴 사원으로 한국에 왔다. 미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MBC의 ‘수요예술무대’에 출연하는 등 재즈 무대에 몇 번 서다가 재즈 트럼펫 주자의 길을 가게 됐다.
국내에 재즈 트럼펫 주자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주한의 활동 영역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트럼펫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해보았다’. 안치환, 김광석의 음반부터 노영심, 김동률, S.E.S의 음반에도 그의 연주가 들어갔다. ‘10+1 콘서트’에 무려 열 명의 주자가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주한의 폭넓은 활동 덕분에 가능했다.
“굳이 섭외를 하기보다 같이 연주하면서 생긴 친분 때문에 10+1 콘서트가 성사된 것이죠. TV의 가요프로에 출연하면 항상 똑같은 노래만 불러야 하지만 이 무대에서는 한번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무대에서 잘 볼 수 없는 작곡가가 출연한다든지, 아니면 가수가 피아노를 치기도 하죠.”
세 번째로 모인 10+1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중음악의 선수’들은 다 모인 듯한 느낌을 준다. 최근 영화음악 ‘마리이야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대 내게 다시’ ‘너의 뒤에서’ ‘나나나’ 등을 작곡한 발라드 작곡가 김형석, 그룹 ‘노바소닉’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솔리드’ 출신의 R&B 가수 김조한, 그룹 ‘패닉’ ‘긱스’의 리드싱어 이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노영심, 재즈 피아니스트 레이몬드 강과 한충완, ‘베이시스’의 정재형,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래 활동하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 그룹 CBMASS 등 대중음악의 대가급들이 이 한 무대에 모두 게스트로 출연했다.
“트럼펫은 화음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꼭 같이 연주하는 악기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피아니스트만 게스트로 나왔지만 열 명의 피아니스트 각자의 특성을 살려가면서 라이브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기타나 힙합 그룹과도 함께 연주했는데 피아노와 함께 할 때와 색깔은 다르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특별 출연한 윤상은 “자기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TV가 아닌 무대에서라도 자유가 있고 편안한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즐거웠다. 연세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사이 캠퍼스의 봄밤은 서서히 깊어갔다.
라이브 무대를 찾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무대도 객석도 온통 젊다. 클래식 공연장처럼 엄숙한 격식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부담 없이 환호하고 가수의 한마디 한마디에 소리도 내지를 수 있는 무대가 라이브 공연이다. 그러나 3월1일부터 3일까지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10+1 콘서트’의 주인공은 가수가 아니었다. 재즈 트럼펫 주자인 이주한이 무대의 주인공이고 윤상 이적 노영심 김형석 김조한 정재형과 레이몬드 강, 갱톨릭, CBMASS, 존 헨슨, 이병우 등이 게스트로 나섰다. 무대에는 재즈와 팝, 록, 메탈, 힙합, 뉴에이지 등 다종다양한 장르들이 공존했다. 가수인 윤상과 이적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재즈 연주를 선보였다.
노래가 들어가야 할 부분은 트럼펫 연주가 채웠다. 김형석이 “처음 봤을 때는 당연히 외국인인 줄 알았다. 한국에 이처럼 트럼펫을 잘 부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소개한 이주한은 모든 장르에 걸맞게 트럼펫의 음색과 주법을 변화시키는 ‘묘기’를 부렸다. 같은 기타 연주라도 이병우가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마리이야기’에서는 고요하게, 록 기타리스트인 김세황이 연주한 하드 록 ‘Meto-xide’에서는 현란하게 트럼펫을 불었다. ‘그때로 돌아가는 게’나 ‘달팽이’ 같은 가요에서는 아예 트럼펫이 노래의 선율을 대신했다.
“제가 한국에서 연주를 시작했던 1993년에는 재즈 트럼펫 연주를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더 많은 청중에게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려고 하다가 10명의 피아니스트와 함께 공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1998년 처음으로 5명의 재즈 피아니스트, 5명의 가수를 모아 10명의 게스트와 저라는 의미에서 ‘10+1’의 무대를 만들었죠. 이번이 세 번째 ‘10+1’ 무대입니다.” 이주한의 설명이다.
이주한의 이력은 참 독특하다. 열한 살 때 이란의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처음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고 열두 살 때부터 남미의 수리남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굳이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선택한 것은 외교관인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아버지는 아침에 자녀들을 깨우기 위해 냇 킹 콜이나 핸리 멘시니의 음악을 틀 만큼 트럼펫을 좋아했다.
이주한은 1989년 현대자동차의 인턴 사원으로 한국에 왔다. 미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MBC의 ‘수요예술무대’에 출연하는 등 재즈 무대에 몇 번 서다가 재즈 트럼펫 주자의 길을 가게 됐다.
국내에 재즈 트럼펫 주자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주한의 활동 영역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트럼펫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해보았다’. 안치환, 김광석의 음반부터 노영심, 김동률, S.E.S의 음반에도 그의 연주가 들어갔다. ‘10+1 콘서트’에 무려 열 명의 주자가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주한의 폭넓은 활동 덕분에 가능했다.
“굳이 섭외를 하기보다 같이 연주하면서 생긴 친분 때문에 10+1 콘서트가 성사된 것이죠. TV의 가요프로에 출연하면 항상 똑같은 노래만 불러야 하지만 이 무대에서는 한번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무대에서 잘 볼 수 없는 작곡가가 출연한다든지, 아니면 가수가 피아노를 치기도 하죠.”
세 번째로 모인 10+1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중음악의 선수’들은 다 모인 듯한 느낌을 준다. 최근 영화음악 ‘마리이야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대 내게 다시’ ‘너의 뒤에서’ ‘나나나’ 등을 작곡한 발라드 작곡가 김형석, 그룹 ‘노바소닉’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솔리드’ 출신의 R&B 가수 김조한, 그룹 ‘패닉’ ‘긱스’의 리드싱어 이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노영심, 재즈 피아니스트 레이몬드 강과 한충완, ‘베이시스’의 정재형,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래 활동하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 그룹 CBMASS 등 대중음악의 대가급들이 이 한 무대에 모두 게스트로 출연했다.
“트럼펫은 화음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꼭 같이 연주하는 악기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피아니스트만 게스트로 나왔지만 열 명의 피아니스트 각자의 특성을 살려가면서 라이브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기타나 힙합 그룹과도 함께 연주했는데 피아노와 함께 할 때와 색깔은 다르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특별 출연한 윤상은 “자기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TV가 아닌 무대에서라도 자유가 있고 편안한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즐거웠다. 연세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사이 캠퍼스의 봄밤은 서서히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