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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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전북지사

  • 입력2004-11-0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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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근 전북지사
    1. ‘시장을 개방하면 농민들이 다 죽는다’는 논리는 패배주의나 마찬가지입니니다. 이제 세계경제는 개방시대에 놓여 있어서 경쟁력 증대만이 살길이며, 농수산물도 더 이상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다만, 과도기에 있어서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WTO의 규정 범위 내에서 한편으로는 직불제 등으로 소득을 보전 해주면서 서둘러 경쟁력을 키워나가야만 합니다.

    경쟁력을 높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희 전라북도는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하에 ‘98년부터 쌀 생산비 50% 절감을 도정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여, 직파재배(못자리 비용 절감) 및 농기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단지조성(규모의 경제 효율) 등의 방법을 통해 ’99년 23.5%절감(‘94년 불변가격 대비), 2000년 27.2% 절감 및 금년도 30.1%절감 실적을 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순창군에서는 쌀에 매실 액기스를 코팅하는 신기술을 적용하여 위장에 좋다는 소위 기능성 쌀을 생산하여 판매를 높이고 있습니다.

    2.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집단소송제도는 수익성을 무시한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막고 적자 계열사를 흑자가 난 계열사의 이익금으로 지원하는 등의 부당내부거래 행위로 이로 인해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에 대해 적극 찬성합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지난 외환위기 때 우후죽순 부도가 난 것은 재벌들의 무리한 확장으로 부실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가운데 이들을 지탱해주디 위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기업의 체질이 이미 크게 약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삼성그룹의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소송에서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기업들이 경영을 함에 있어 회사의 실제 주인인 주주들을 의식하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기위해 은행소유한도는 제한되어야 합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분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한에 대해서 위헌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에서 어떻게 이런 것까지 보장합니까. 그러므로 헌법의 정신을 지키면서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과거의 경험을 보겠습니다. 은행·종금사 등 금융기관이 재벌의 확장경영에 돈 대주다 동반 부실하여 국가위기가 왔었지 않습니까. 따라서 금융기관이 경쟁력 있는 기업에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은행주도로 부실기업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금융개혁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화로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면 제2, 제3의 위기가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닙니까.

    4. 공기업의 민영화에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의 민영화 정책 추진은 노조의 저항에 부딪쳐 지지부진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가 일단 ‘원칙’을 천명했으면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노조 등 일부 이익집단의 반대에 우왕좌왕해서 정부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원칙’에 근거하여 할 일은 하겠습니다. 그 것이 결국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조에게는 단기적인 이해득실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본인은 전라북도내 군산의료원의 적자폭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깨닫고, 반대가 적지 않았으나 거시적인 차원에서 협조해달라는 설득으로 지난 ‘98년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3년간 도내 대학병원에 위탁운영 한 바, ’98년 당기 순손실 45억원을 ‘99년부터 당장 흑자로 전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에 힘입어 위탁운영을 3년간 재계약 했습니다. 공기업의 민영화를 위해서는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하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이를 논하기 전에 우선 전반적인 조세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투명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직접세의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켜야 합니다.

    법인세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경쟁국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 때에 인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6. 이 문제에 관해 주5일제 근무를 단순히 경쟁력 차원에서 반대를 하거나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찬성을 하는 양론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단축은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경쟁국들이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때문에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다만 생리휴가 폐지 등의 상용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오히려 실업율을 낮추고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어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제약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때만 그 사회적 존재의의를 갖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노사정위원회의 존속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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