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외로 까다로웠던 2002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논술과 심층면접에 대비해야 한다.
- 주간동아 306~309호에 실린 과목별 시사 예상문제는 심층면접 준비에도 도움이 되므로 정리해 두었다가 다시 읽어보자.
- 이번 호에는 논술 준비요령을 소개하고, 앞으로 2회에 걸쳐 심층면접 준비법을 게재할 예정이다.
올해 입시에서도 고려대·연세대 등 21개 대학(종교 교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 제외)에서 다음달 19일부터 논술고사를 치른다. 꼭 한 달 남은 셈이다. 사실 한 달은 논술을 준비하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논술의 주요 평가 영역인 사고력과 논리력, 표현력은 단기간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레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수능의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평소 논술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학생은 많지 않다. 실제로 연세대·이화여대·고려대·경희대 등 4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논술고사 준비 방법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 5%가 수능시험이 끝난 뒤와 고3이 되어 논술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곧 수험생들의 논술실력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이 논술공부를 하지 않았으므로, 남은 한 달 동안의 노력이 실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아무리 속이 알차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포장하지 않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문단 구분이 명확하고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글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게 마련이다. 또한 기본적인 논술 형식이나 방법을 알고 있으면 논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교재가 논술의 방법이나 형식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므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주의할 것은 논술 원리와 형식을 익히는 데만 활용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논술고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암기 논술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고서에 제시되어 있는 예상 논제의 주제나 답안 등을 외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틀에 박힌 답안으로 결코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원리와 방법만 익힌 후 한쪽에 치워놓고 당분간 잊어버려라.
2. 기출문제를 풀어본다
기출 문제는 최근 논술고사의 경향과 대학별 특징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반드시 풀어보도록 한다. 지난해 논술고사의 경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암기 논술이 아닌 수험생들의 독창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문제가 늘었다. 수험생들의 직·간접 체험을 논술문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거나(서울대), 어휘를 제시하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요구하는(성균관대) 등 수험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문제들이 선보였다. 둘째, 현대문의 비중이 높아졌다. 제시문의 절반 이상이 20세기 이후의 글에서 발췌됐다. 이는 현대문이 현대사회의 상황을 제시하기에 좀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넷째, 구체적인 논의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대학이 많았다. 2001학년도의 이러한 경향은 2002학년도 논술고사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기출 문제를 풀어보고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마다 분량, 시간, 필기구, 수정액 사용 등에 대한 요구조건이 다르므로 미리 숙지하여 실전에서 실수를 줄이도록 하자. 지망 대학의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것은 기본. 많은 대학에서 홈페이지에 기출 문제 해설, 출제 경향, 유의 사항 등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특히 채점 기준과 예시 답안은 대학의 채점 방향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3년간 논술 문제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단연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현대사회의 문제, 물질주의의 폐해 등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법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까이에 있는 일반사회나 윤리 등의 교과서를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우수한 논술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특징이나 윤리관, 대표적인 사상가와 이론 등을 정리하면 풍부한 글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신문이나 시사주간지, 인터넷 사이트는 제2의 교과서 구실을 한다. 우리 사회의 쟁점을 찾아 보편적인 주제와 연관지어 정리해 보자.
4. 형식에 맞춰 자주 써본다
논술은 결국 글로 표현된 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논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최소한 이틀에 한 편, 한 달 동안 20편 정도는 써봐야 논술에 대한 감(感)이 생긴다. 논술문을 쓸 때는 실제 시험 보는 기분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완결된 형식으로 써야 한다. 이때 개요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며 구체적일수록 좋다. 행여 글만 쓰려고 하면 온몸에 식은땀부터 나는 체질이라면 우선 좋은 글을 여러 번 베껴 쓰는 것도 방법이다. 문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 된다. 소설가 신경숙씨도 습작시절 다른 사람의 소설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쓰는 작업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유려한 문체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한다.
완성된 글은 반드시 선생님이나 친구, 선배 등 타인을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타인의 객관적 시각은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논리적 허점이나 미흡한 표현 등을 바로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자. 그들을 대화 상대자로 만들어 주제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자체가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양한 독서 체험은 글 속에 녹아들게 마련이고 그러한 글은 분명 다른 글과 차별성을 띤다. 단 한 권이라도 요약서를 보지 않고 제대로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그동안 출제 빈도수가 높았던 카뮈(2000 서강대, 2001 부산대)나 루쉰(2001 서울대, 1999 서강대), 브레히트(1999 고려대, 2001 연세대), 조지 오웰(1998 서울대, 2000 중앙대) 등 출제된 작가의 작품은 한 번쯤 읽어보도록 하자. 작품에 드러난 현대사회나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은 논술 문제화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출제 가능성이 높다.
6. 요약 훈련을 통해 독해력을 기른다
지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는 논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지문이 계속 길어지고 있어 수험생들을 더욱 난감하게 만든다. 그동안 공부해 온 언어영역의 읽기 지문이나 신문의 사설, 칼럼 등을 활용해 주제와 핵심 문장, 용어 등을 요약 정리하는 훈련이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짧은 글에서 시작하여, 속도가 붙으면 2000자 이상의 장문을 요약하는 훈련을 반복하여 실전에 대비하도록 하자.
논술은 재미없는 공부다. 쉽게 눈에 띄는 성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꼭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다음은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되는 책 목록이다. 이중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요령이다.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역사에세이(강만길)/ 더불어숲(신영복)/ 그리스 로마 신화(불핀치)/ 소설 속의 철학(김영민, 이왕주)/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홍세화)/ 영화처럼 다가온 철학이야기(조정옥)/ 글읽기와 삶읽기Ⅰ(조혜정)/ 미학 오디세이(진중권)/ 사회를 보는 논리(김찬호)/ 21세기 과학의 포커스(이병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