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기에는 그저 ‘또 한번 시도하나보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2001년 연말’을 보고 준비해 온 작품이다. 지금이 바로 그 피크타임이다.”(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장 이상혁 변호사)
“문민정부 말기에 마치 청소하듯 사형집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현 정부가 그런 일을 되풀이한다면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다. 복역중인 사형수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고문 김수환 추기경)
지난 10월30일 민주당 정대철 의원을 대표로 재적 과반수의 여야 의원 155명이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사형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형법 등 각종 법에서 규정한 형벌 중 사형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를 선고할 경우 범죄의 종류나 죄질 등에 따라 복역 후 15년이 지나지 않으면 가석방이나 사면, 감형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선고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형폐지운동은 크게 두 갈래. 문화행사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지난 1월 가톨릭교·불교·유교 등 6개 종단이 연합해 결성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하 범종교연합)이 맡고 있다.
한편 사형폐지 포럼 개최, 국회 로비 등 ‘위로부터의 제도 변화 추진’은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사폐협)가 주로 담당하는 모양새다. 11월 한 달간 계속될 ‘시민문화제’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행사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연극제’. 11월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명동 마루소극장에서 극단 산맥이 ‘아침 새는 아침이 없다’는 작품을 매일 공연한다.
11월7일부터 서울 인사동 학고재화랑에서 열리는 ‘생명문화 정착을 위한 미술전’은 장르를 초월해 29명의 유명작가가 참여하는 대형 기획전. 작품 판매수입은 전액 사형폐지운동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장소를 제공하는 학고재측 역시 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어 11월11일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리는 ‘생명문화 정착을 위한 열린 음악회’에는 양희은, 장사익, 안치환 등 대중 가수들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이 특별출연할 예정이다.
사폐협과 범종교연합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행사는 11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사형폐지 아시아포럼’이다. 일본과 인도, 대만 등 포럼에 참가하는 주요 아시아국가 대표들 가운데는 34년간 사형수로 복역하다 재심 끝에 지난 89년 석방된 일본인 멘다 사카에씨, 95년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아사하라 교주의 사형을 막기 위해 변호를 자청한 바 있는 일본 재야 법조계 대부 야스다 요시시로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의 사형폐지를 위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87년과 95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폐지법안 역시 99년 국회의원 91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되었다가 15대 국회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이후 다소 잠잠했던 종교계와 폐지론자들이 최근 다시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폐협의 이상혁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1년 11월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현직 대통령 본인이 80년 군사법정에 선 사형수였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임기 말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교 신자이기도 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89년 평민당 총재 시절부터 사형제도 폐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문제는 섣불리 사형제도를 폐지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를 방문한 종교계 대표들은 ‘대통령이 의지는 있으나 여론을 의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범종교연합의 이창영 신부는 말한다. 이런 이유로 여론을 덜 의식해도 되는 임기말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내년 봄을 지나 대선정국에 이르기 전에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판단 아래 문화제와 포럼을 비롯한 행사는 물론 국회의원들의 서명과 법안 제출, 관련 서적 출간, 대국민 홍보작업 등이 모두 11월에 맞춰 준비됐다. 사폐협과 범종교연합측은 이달 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주최의 심의와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 늦어도 내년 초 임시국회 기간 내에는 결론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뜻대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국회 통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법사위 통과가 관건이다. 지난 10월30일 한 경제신문이 실시한 법사위원 의견조사에 따르면 14명의 의원 중 찬성 4명, 반대 6명, 유보가 4명을 기록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보 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의원 2명은 “사회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어 과반수 확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법무부, 사형폐지로 인한 흉악범죄 증가를 우려하는 국민감정 역시 법안 통과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3%가 존속을 바란 반면 45.3%가 폐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은 92년 조사(존속 65.9%, 폐지 20.2%)에 비해 급속도로 폐지의견이 늘고 있는 데다, 존속의견을 내는 사람들 가운데도 ‘대체형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다면 찬성하겠다’는 의견이 3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들어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도입이 대세라고 말한다.
“특히 여론 주도층이나 지식층 의견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30년 전 사형폐지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동료 법조인이 백안시했지만, 이제는 국회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나.”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폐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이상혁 회장의 말이다. 사형폐지 운동가들의 계획대로 2001년 11월이 사형폐지의 달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복역중인 51명의 사형수와 그 가족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이라는 점이다.
“문민정부 말기에 마치 청소하듯 사형집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현 정부가 그런 일을 되풀이한다면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다. 복역중인 사형수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고문 김수환 추기경)
지난 10월30일 민주당 정대철 의원을 대표로 재적 과반수의 여야 의원 155명이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사형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형법 등 각종 법에서 규정한 형벌 중 사형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를 선고할 경우 범죄의 종류나 죄질 등에 따라 복역 후 15년이 지나지 않으면 가석방이나 사면, 감형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선고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형폐지운동은 크게 두 갈래. 문화행사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지난 1월 가톨릭교·불교·유교 등 6개 종단이 연합해 결성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하 범종교연합)이 맡고 있다.
한편 사형폐지 포럼 개최, 국회 로비 등 ‘위로부터의 제도 변화 추진’은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사폐협)가 주로 담당하는 모양새다. 11월 한 달간 계속될 ‘시민문화제’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행사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연극제’. 11월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명동 마루소극장에서 극단 산맥이 ‘아침 새는 아침이 없다’는 작품을 매일 공연한다.
11월7일부터 서울 인사동 학고재화랑에서 열리는 ‘생명문화 정착을 위한 미술전’은 장르를 초월해 29명의 유명작가가 참여하는 대형 기획전. 작품 판매수입은 전액 사형폐지운동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장소를 제공하는 학고재측 역시 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어 11월11일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리는 ‘생명문화 정착을 위한 열린 음악회’에는 양희은, 장사익, 안치환 등 대중 가수들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이 특별출연할 예정이다.
사폐협과 범종교연합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행사는 11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사형폐지 아시아포럼’이다. 일본과 인도, 대만 등 포럼에 참가하는 주요 아시아국가 대표들 가운데는 34년간 사형수로 복역하다 재심 끝에 지난 89년 석방된 일본인 멘다 사카에씨, 95년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아사하라 교주의 사형을 막기 위해 변호를 자청한 바 있는 일본 재야 법조계 대부 야스다 요시시로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의 사형폐지를 위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87년과 95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폐지법안 역시 99년 국회의원 91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되었다가 15대 국회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이후 다소 잠잠했던 종교계와 폐지론자들이 최근 다시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폐협의 이상혁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1년 11월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현직 대통령 본인이 80년 군사법정에 선 사형수였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임기 말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교 신자이기도 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89년 평민당 총재 시절부터 사형제도 폐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문제는 섣불리 사형제도를 폐지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를 방문한 종교계 대표들은 ‘대통령이 의지는 있으나 여론을 의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범종교연합의 이창영 신부는 말한다. 이런 이유로 여론을 덜 의식해도 되는 임기말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내년 봄을 지나 대선정국에 이르기 전에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판단 아래 문화제와 포럼을 비롯한 행사는 물론 국회의원들의 서명과 법안 제출, 관련 서적 출간, 대국민 홍보작업 등이 모두 11월에 맞춰 준비됐다. 사폐협과 범종교연합측은 이달 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주최의 심의와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 늦어도 내년 초 임시국회 기간 내에는 결론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뜻대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국회 통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법사위 통과가 관건이다. 지난 10월30일 한 경제신문이 실시한 법사위원 의견조사에 따르면 14명의 의원 중 찬성 4명, 반대 6명, 유보가 4명을 기록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보 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의원 2명은 “사회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어 과반수 확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법무부, 사형폐지로 인한 흉악범죄 증가를 우려하는 국민감정 역시 법안 통과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3%가 존속을 바란 반면 45.3%가 폐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은 92년 조사(존속 65.9%, 폐지 20.2%)에 비해 급속도로 폐지의견이 늘고 있는 데다, 존속의견을 내는 사람들 가운데도 ‘대체형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다면 찬성하겠다’는 의견이 3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들어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도입이 대세라고 말한다.
“특히 여론 주도층이나 지식층 의견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30년 전 사형폐지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동료 법조인이 백안시했지만, 이제는 국회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나.”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폐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이상혁 회장의 말이다. 사형폐지 운동가들의 계획대로 2001년 11월이 사형폐지의 달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복역중인 51명의 사형수와 그 가족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