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사 재산 빼돌리기’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3월20일부터 대우 전현직 임원에 대한 부실 책임 조사를 벌이던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상용·이하 예보)가 최근 낚은 ‘대어’다. 주간동아는 최근 예보가 서울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낸 주권 가압류 신청과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및 법원 결정문을 입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의 영국 런던지사가 운영하던 BFC(British Finance Center) 계좌에서 4430만 달러(11월3일 현재 한화 약 575억원)를 빼내 홍콩의 유령회사 KMC에 송금한 다음 이 자금을 이용해 알짜배기 대우 계열사인 대우정보시스템을 헐값에 인수했으며, 또 다른 계열사의 인수를 시도하다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이 과정에 현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를 내세워 KMC의 ‘관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 빼돌리기 의혹이 제기된 적은 많았으나 그 같은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간동아는 작년 말 ㈜대우가 소유하고 있던 공시지가 241억원대의 인천 영종도 땅이 99년 8월 대우의 워크아웃 결정 이틀 전 한 중소기업 명의로 이전된 사실을 확인,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 의혹을 제기했다.
대우 계열사 편법 인수와 관련, 김우중 전 회장이 동원한 수법은 유령회사를 이용한 외자유치. 그 외자란 바로 BFC 계좌에서 빼돌린 자금이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예보는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로 BFC 돈을 대우아메리카를 거쳐 KMC사에 송금하였다”는 대우 임직원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BFC는 대우그룹 해외 현지법인들의 모든 자금 유입과 유출을 총괄하기 위해 만든 계좌. 원래는 비밀계좌가 아니었으나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사 과정에서 BFC를 통해 빠져나간 돈 중 10조원이 펑크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주로 회계처리를 제때 안 한 탓이긴 했지만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매입 자금처럼 일부는 김우중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도 흘러갔음이 드러난 셈이다.
대우그룹 워크아웃 당시 구조조정본부 경영관리팀 상무였던 김우일씨도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같은 사실을 시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BFC에서 사라진 10조원 중 일부는 김우중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세탁돼 도피생활비나 새로운 사업 추진비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BFC 계좌에서 빼돌린 회사 자금 4430만 달러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김 전 회장은 99년 6월 말경 이 가운데 2430만 달러를 국내에 송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자금을 이용해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알짜배기로 꼽히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88.98%를 주당 1만856원에 인수, 이 회사를 통째로 삼켰다. 뿐만 아니라 그해 7월 초 대우정보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6억원의 주식 인수 대금(주당 1만1000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작년 말 현재 자본금 192억7000만원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및 자문업체 대우정보시스템은 작년 한 해 매출액 2551억원, 당기순익 15억원을 기록한 건실한 회사. 회사 스스로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89년 설립 이래 지속적인 흑자 경영을 해왔고, IMF 국난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나머지 2000만 달러는 KMC에서 다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페이퍼컴퍼니 라베스 인베스트먼트에 송금하도록 했다. 이 자금은 다시 국내의 ㈜통신네트웍에 송금됐고, 이 회사는 역시 알짜배기 사업으로 꼽히는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 사업부문 인수를 시도했다. 대우그룹은 99년 6월 말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해외에 4000억원에 매각했고, 계약금으로 2000만 달러가 입금됐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 매각은 라베스 인베스트먼트사가 대우통신 부채 2500억원을 포함해 자산을 모두 인수하는 P&A(자산부채 인수)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당시 대우의 구조조정 가운데 힐튼호텔 매각에 이어 두 번째로 성사된 대형 자산 매각 사례로 꼽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매각은 대우통신 주총에서 부결돼 무산되고 말았다.
두 사례 모두 외형적으로는 대우가 외자를 유치하려는 자구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우중 전 회장이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대우 계열사 소유의 알짜배기 회사를 김우중 개인 소유로 만들려고 했거나 만든 결과가 됐다.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정보시스템과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겨냥한 것은 성장성이 뛰어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외자유치와 관련해서는 대우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대우정보시스템 매각의 경우 지나치게 헐값으로, 그것도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한 해외 펀드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주당 2만5000원씩 매입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김우중 전 회장이 갑자기 이 계약을 취소하고 그보다 싼 가격으로 KMC에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의 역할. 조씨는 잘 알려진 대로 김우중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이자 현 여권 인사들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9년 7월 말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6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일반에 처음 알려졌다.
조씨는 작년 총선 당시 대우의 경기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인수 시도와 관련,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골프장 매각은 운영권만 넘기는 것이어서 당시 매각대금 114억원이 헐값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던 김우중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의 반대로 조씨의 인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조씨는 KMC가 대우정보시스템을 인수한 직후 KMC측을 대표해 99년 8월19일 대우정보시스템의 등기 이사로 선임돼 4일 후 등기까지 했다. 조씨는 또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통신네트웍을 대표해 대우통신에도 나타났다는 게 대우 전현직 임원들의 증언. 흥미로운 사실은 대우정보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씨가 이 회사 이사가 된 후인 작년 대우정보시스템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민주당에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우중 전 회장이 유령회사 관리인으로 현 정권에서 ‘배경’이 든든한 조씨를 대신 내세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 이와 관련, 기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조씨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조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조씨는 집을 비우고 없었다. 조씨 대신 전화를 받은 그의 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으나 반응이 없었다.
김우중 전 회장의 회사 재산 빼돌리기를 확인한 예보측은 최근 법원의 판결을 받아 4430만 달러 회수에 나섰다. 예보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채권자 입장에서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 추적 및 회수가 가능하다. 작년 말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채무 기업에 부실을 초래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기 때문.
예보는 우선 KMC 명의의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압류하기 위해 증권예탁원을 뒤졌다는 게 증권예탁원 관계자의 증언. 실물 주권은 증권예탁원에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누군가가 이미 KMC 명의의 실물 주권을 인출해간 후여서 주권 압류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예보는 현재 KMC 명의의 지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예보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MC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조금씩 매각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우정보시스템 관계자들에 따르면 KMC의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매입 당시 지분은 88.98%였으나 올 7월 현재 42.29%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이 99년 지분 매입 때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 해외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채권 확보에 나선 예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통신네트웍이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 인수 계약금으로 지불한 2000만 달러. 대우통신은 TDX 사업부문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통신네트웍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사가 소유한 신세기통신 주식을 제공했다. 이 주식을 예탁받은 곳이 바로 현대증권. 현대증권 관계자는 “예보의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신세기통신 주식은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서는 ‘세계경영’을 꿈꾸다 차입경영의 덫에 걸려 몰락한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숨겨진 일면이 드러남으로써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 그룹이 몰락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회사 살리기’보다는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의 영국 런던지사가 운영하던 BFC(British Finance Center) 계좌에서 4430만 달러(11월3일 현재 한화 약 575억원)를 빼내 홍콩의 유령회사 KMC에 송금한 다음 이 자금을 이용해 알짜배기 대우 계열사인 대우정보시스템을 헐값에 인수했으며, 또 다른 계열사의 인수를 시도하다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이 과정에 현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를 내세워 KMC의 ‘관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 빼돌리기 의혹이 제기된 적은 많았으나 그 같은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간동아는 작년 말 ㈜대우가 소유하고 있던 공시지가 241억원대의 인천 영종도 땅이 99년 8월 대우의 워크아웃 결정 이틀 전 한 중소기업 명의로 이전된 사실을 확인,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 의혹을 제기했다.
대우 계열사 편법 인수와 관련, 김우중 전 회장이 동원한 수법은 유령회사를 이용한 외자유치. 그 외자란 바로 BFC 계좌에서 빼돌린 자금이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예보는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로 BFC 돈을 대우아메리카를 거쳐 KMC사에 송금하였다”는 대우 임직원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BFC는 대우그룹 해외 현지법인들의 모든 자금 유입과 유출을 총괄하기 위해 만든 계좌. 원래는 비밀계좌가 아니었으나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사 과정에서 BFC를 통해 빠져나간 돈 중 10조원이 펑크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주로 회계처리를 제때 안 한 탓이긴 했지만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매입 자금처럼 일부는 김우중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도 흘러갔음이 드러난 셈이다.
대우그룹 워크아웃 당시 구조조정본부 경영관리팀 상무였던 김우일씨도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같은 사실을 시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BFC에서 사라진 10조원 중 일부는 김우중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세탁돼 도피생활비나 새로운 사업 추진비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BFC 계좌에서 빼돌린 회사 자금 4430만 달러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김 전 회장은 99년 6월 말경 이 가운데 2430만 달러를 국내에 송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자금을 이용해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알짜배기로 꼽히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88.98%를 주당 1만856원에 인수, 이 회사를 통째로 삼켰다. 뿐만 아니라 그해 7월 초 대우정보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6억원의 주식 인수 대금(주당 1만1000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작년 말 현재 자본금 192억7000만원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및 자문업체 대우정보시스템은 작년 한 해 매출액 2551억원, 당기순익 15억원을 기록한 건실한 회사. 회사 스스로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89년 설립 이래 지속적인 흑자 경영을 해왔고, IMF 국난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나머지 2000만 달러는 KMC에서 다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페이퍼컴퍼니 라베스 인베스트먼트에 송금하도록 했다. 이 자금은 다시 국내의 ㈜통신네트웍에 송금됐고, 이 회사는 역시 알짜배기 사업으로 꼽히는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 사업부문 인수를 시도했다. 대우그룹은 99년 6월 말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해외에 4000억원에 매각했고, 계약금으로 2000만 달러가 입금됐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 매각은 라베스 인베스트먼트사가 대우통신 부채 2500억원을 포함해 자산을 모두 인수하는 P&A(자산부채 인수)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당시 대우의 구조조정 가운데 힐튼호텔 매각에 이어 두 번째로 성사된 대형 자산 매각 사례로 꼽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매각은 대우통신 주총에서 부결돼 무산되고 말았다.
두 사례 모두 외형적으로는 대우가 외자를 유치하려는 자구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우중 전 회장이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대우 계열사 소유의 알짜배기 회사를 김우중 개인 소유로 만들려고 했거나 만든 결과가 됐다.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정보시스템과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겨냥한 것은 성장성이 뛰어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외자유치와 관련해서는 대우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대우정보시스템 매각의 경우 지나치게 헐값으로, 그것도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한 해외 펀드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주당 2만5000원씩 매입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김우중 전 회장이 갑자기 이 계약을 취소하고 그보다 싼 가격으로 KMC에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의 역할. 조씨는 잘 알려진 대로 김우중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이자 현 여권 인사들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9년 7월 말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6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일반에 처음 알려졌다.
조씨는 작년 총선 당시 대우의 경기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인수 시도와 관련,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골프장 매각은 운영권만 넘기는 것이어서 당시 매각대금 114억원이 헐값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던 김우중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의 반대로 조씨의 인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조씨는 KMC가 대우정보시스템을 인수한 직후 KMC측을 대표해 99년 8월19일 대우정보시스템의 등기 이사로 선임돼 4일 후 등기까지 했다. 조씨는 또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통신네트웍을 대표해 대우통신에도 나타났다는 게 대우 전현직 임원들의 증언. 흥미로운 사실은 대우정보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씨가 이 회사 이사가 된 후인 작년 대우정보시스템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민주당에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우중 전 회장이 유령회사 관리인으로 현 정권에서 ‘배경’이 든든한 조씨를 대신 내세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 이와 관련, 기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조씨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조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조씨는 집을 비우고 없었다. 조씨 대신 전화를 받은 그의 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으나 반응이 없었다.
김우중 전 회장의 회사 재산 빼돌리기를 확인한 예보측은 최근 법원의 판결을 받아 4430만 달러 회수에 나섰다. 예보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채권자 입장에서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 추적 및 회수가 가능하다. 작년 말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채무 기업에 부실을 초래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기 때문.
예보는 우선 KMC 명의의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압류하기 위해 증권예탁원을 뒤졌다는 게 증권예탁원 관계자의 증언. 실물 주권은 증권예탁원에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누군가가 이미 KMC 명의의 실물 주권을 인출해간 후여서 주권 압류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예보는 현재 KMC 명의의 지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예보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MC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조금씩 매각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우정보시스템 관계자들에 따르면 KMC의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매입 당시 지분은 88.98%였으나 올 7월 현재 42.29%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이 99년 지분 매입 때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 해외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채권 확보에 나선 예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통신네트웍이 대우통신 TDX 사업부문 인수 계약금으로 지불한 2000만 달러. 대우통신은 TDX 사업부문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통신네트웍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사가 소유한 신세기통신 주식을 제공했다. 이 주식을 예탁받은 곳이 바로 현대증권. 현대증권 관계자는 “예보의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신세기통신 주식은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서는 ‘세계경영’을 꿈꾸다 차입경영의 덫에 걸려 몰락한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숨겨진 일면이 드러남으로써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 그룹이 몰락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회사 살리기’보다는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