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한 원동력은 ‘대세론’이었다. 당시 이후보는 높은 지지도를 무기로 대세론을 형성해 영입인사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고 단기간에 당내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의 과반수를 장악함으로써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세론이 한번 물결을 이루면 주변 세력을 확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위력을 지녔음을 보여준 예다.
10·25 재·보선 이후 ‘이회창 대세론’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요즘 한나라당 당사에는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12월 대선에서 이총재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대세를 장악했다는 게 이번 선거에 대한 한나라당의 독해법이다. 하순봉 부총재는 10월28일 “현 정권을 떠난 민심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이회창 대세론은 굳어졌다”고 자신했다.
민주당도 강도는 약하지만 수긍하는 눈치다. 김성호 의원은 “이회장 대세론이 대권을 장악할 정도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흐름을 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국 상황을 보면 이회창 대세론이 탄력을 받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원내 136석의 한나라당은 마음만 먹으면 과반수(137석)를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과반수를 차지하면 각종 법안은 물론 정부 주요 인사의 해임건의안, 임명동의안 처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국회 운영을 비롯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틀어쥐게 되는 셈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과반의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다.
당 안팎으로 이총재를 압박할 수 있는 위협적 기운이 한풀 꺾인 것도 청신호다. 무엇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JP) 총재의 ‘보수신당’ 연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전기가 마련됐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잘 나가는 한 YS와 JP가 비집고 틀어갈 틈은 없다. 최병렬 부총재는 “YS와 JP의 신당 창당을 통한 ‘제3후보 지원론’이 흐름을 타면 이총재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로 당분간 이런 얘기는 쑥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이 충청권 공략을 통한 대세론 확산을 목표로 치밀한 계획 아래 치러졌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총재는 올 초부터 충청권 ‘홀로서기’를 결심했고 이에 따라 윤여준 의원 등 이 지역 출신 측근 의원들은 부지런히 충청권을 방문해 ‘맨투맨’ 식 지지층 넓히기에 공을 들여왔다. 김용환 강창희 의원의 한나라당 합류도 오래 전부터 추진했지만 결행 시기가 유동적이었다. 그러다 최근 YS와 JP의 신당설이 불거지면서 바람 탈 기미를 보이자 이총재는 스케줄을 앞당겼다.
이총재의 사전 계획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도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충청권 유권자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서울 구로 을에서 자민련 후보는 1.3%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고JP의 충청권 장악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물론 대세론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은 “느낌상 대세론의 공감대가 넓어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이총재 지지도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소장은 “이총재와 경쟁후보간 격차가 뚜렷해져야 대세론이 고착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준 의원은 “이총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 지지와 대세론의 향방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총재로선 그간 여권 공세에 반응만 하던 단순 대응방식의 수준을 넘어 ‘여당 마인드’와 함께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에 이르렀다. 한 측근은 이를 “산수문제를 풀던 이총재가 수학문제를 접했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균형 잡기다.이총재는 예전에도 같은 전략을 내세웠으나 정치 현안에 밀려 번번이 대결로 치달았다. 이총재가 전철을 피하고 균형 잡기에 성공한다면 대세론은 가속 페달을 밟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반면 ‘이회창 대항마’를 고르기가 어렵게 된 여권은 조급한 대선주자들의 무한경쟁으로 심각한 혼란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뉴 페이스’를 찾으려는 여권 수뇌부와 기존 주자간 충돌로 분열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지도 제고를 노린 주자들의 무리한 ‘탈DJ’ 시도는 꼬리를 물며 김대중 대통령 권위에 치명상을 가하게 된다. DJ의 레임덕이 급속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대목이다.
결국 대세론→여권혼란→레임덕→대세론의 연쇄작용이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여권은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여권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며 이런 식으로 대선 구도가 짜이면 야당은 필승이라는 계산이다.
김대통령이 재·보선 직후 정국 수습책의 일환으로 ‘대선후보 논의’를 허용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대선후보 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한번 열리면 쉽사리 후보 조기 가시화론으로 번지면서 권력의 중심 축을 대선주자들에게 이동시켜 레임덕 현상의 조기 촉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김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에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의 연쇄작용이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25 재·보선 이후 ‘이회창 대세론’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요즘 한나라당 당사에는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12월 대선에서 이총재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대세를 장악했다는 게 이번 선거에 대한 한나라당의 독해법이다. 하순봉 부총재는 10월28일 “현 정권을 떠난 민심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이회창 대세론은 굳어졌다”고 자신했다.
민주당도 강도는 약하지만 수긍하는 눈치다. 김성호 의원은 “이회장 대세론이 대권을 장악할 정도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흐름을 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국 상황을 보면 이회창 대세론이 탄력을 받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원내 136석의 한나라당은 마음만 먹으면 과반수(137석)를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과반수를 차지하면 각종 법안은 물론 정부 주요 인사의 해임건의안, 임명동의안 처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국회 운영을 비롯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틀어쥐게 되는 셈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과반의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다.
당 안팎으로 이총재를 압박할 수 있는 위협적 기운이 한풀 꺾인 것도 청신호다. 무엇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JP) 총재의 ‘보수신당’ 연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전기가 마련됐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잘 나가는 한 YS와 JP가 비집고 틀어갈 틈은 없다. 최병렬 부총재는 “YS와 JP의 신당 창당을 통한 ‘제3후보 지원론’이 흐름을 타면 이총재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로 당분간 이런 얘기는 쑥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이 충청권 공략을 통한 대세론 확산을 목표로 치밀한 계획 아래 치러졌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총재는 올 초부터 충청권 ‘홀로서기’를 결심했고 이에 따라 윤여준 의원 등 이 지역 출신 측근 의원들은 부지런히 충청권을 방문해 ‘맨투맨’ 식 지지층 넓히기에 공을 들여왔다. 김용환 강창희 의원의 한나라당 합류도 오래 전부터 추진했지만 결행 시기가 유동적이었다. 그러다 최근 YS와 JP의 신당설이 불거지면서 바람 탈 기미를 보이자 이총재는 스케줄을 앞당겼다.
이총재의 사전 계획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도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충청권 유권자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서울 구로 을에서 자민련 후보는 1.3%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고JP의 충청권 장악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물론 대세론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은 “느낌상 대세론의 공감대가 넓어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이총재 지지도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소장은 “이총재와 경쟁후보간 격차가 뚜렷해져야 대세론이 고착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준 의원은 “이총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 지지와 대세론의 향방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총재로선 그간 여권 공세에 반응만 하던 단순 대응방식의 수준을 넘어 ‘여당 마인드’와 함께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에 이르렀다. 한 측근은 이를 “산수문제를 풀던 이총재가 수학문제를 접했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균형 잡기다.이총재는 예전에도 같은 전략을 내세웠으나 정치 현안에 밀려 번번이 대결로 치달았다. 이총재가 전철을 피하고 균형 잡기에 성공한다면 대세론은 가속 페달을 밟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반면 ‘이회창 대항마’를 고르기가 어렵게 된 여권은 조급한 대선주자들의 무한경쟁으로 심각한 혼란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뉴 페이스’를 찾으려는 여권 수뇌부와 기존 주자간 충돌로 분열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지도 제고를 노린 주자들의 무리한 ‘탈DJ’ 시도는 꼬리를 물며 김대중 대통령 권위에 치명상을 가하게 된다. DJ의 레임덕이 급속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대목이다.
결국 대세론→여권혼란→레임덕→대세론의 연쇄작용이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여권은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여권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며 이런 식으로 대선 구도가 짜이면 야당은 필승이라는 계산이다.
김대통령이 재·보선 직후 정국 수습책의 일환으로 ‘대선후보 논의’를 허용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대선후보 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한번 열리면 쉽사리 후보 조기 가시화론으로 번지면서 권력의 중심 축을 대선주자들에게 이동시켜 레임덕 현상의 조기 촉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김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에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의 연쇄작용이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