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길 아닌가.” DJP 공조 와해로 인한 정계재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민련 한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시기가 도래하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 처리가 야기한 DJP 공조 균열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듯하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여야 내부에서는 그 가능성을 제기했고, 자민련과 야당 일각에서는 정계재편의 방법과 방향, 시기 등과 관련한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번 DJP 공조 균열은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 등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 정계재편은 더 탄력 받는 상황이다.
재편 촉발 요인은 여야 모두에 내재해 있다. 우선 여권은 원내 과반수 미달이라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정치지형을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가득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줄타기 정치’로 반사이득을 챙기는 JP도 연말을 전후해 결단을 요구 받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정치권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유리한 지형으로 끌고 가기 위한 ‘입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행사가 재편에 대한 각 계파의 전의를 북돋우는 셈이다.
재편 중심에는 일단 JP가 서 있다. DJP 공조를 일정 부분 깨고 공해상으로 나온 JP의 정치행위는 이미 보-혁으로의 헤쳐 모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JP는 여전히 정계재편의 ‘키워드’다. 앞으로 JP와 자민련이 갈 수 있는 길은 서너 가지로 정리된다. DJ와의 결별 수순이 진행되는 모양새에 따라 ‘한-자 동맹’ 또는 DJP공조복원이라는 그림이 우선 그를 기다린다. 이것이 싫다면 신당 창당 등을 통한 ‘비민주 비한나라’ 노선을 통한 독자세력화도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JP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DJP 공조를 유지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공조의 틀을 던져 버릴 경우 실리면에서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민련 내부에 깔려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결단’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색깔과 관련한 주변의 압박은 JP의 결단을 부채질하는 주요 동인으로 거론된다.
JP는 그동안 당내 인사는 물론 지역 인사들에게서 “색깔을 분명히 하라”는 압력을 수시로 받아왔다. 당내 한 인사는 “명확하지 않은 색깔을 이어간다면 정치적 진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JP가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임장관 자진사퇴 요구를 굽히지 않은 것도 이념적 압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한 고위당직자는 지난 2일 “저쪽(민주당)은 대북포용정책 때문에, 우리는 보수 정체성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당내에서 거론하는 정체성 고민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JP를 압박하는 주변 여건은 이처럼 JP에게 선택을 강요하였고, 그 강도가 심할수록 JP는 DJP 공조 틀을 깨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보-혁구도로의 정계재편론도 여기서 출발한다. 자민련 한 당직자는 “임장관 표결을 전후해 지역(충청권)에서 JP 지지도가 10%는 올랐을 것이다”며 한-자동맹 등을 통한 보완작업이 뒤따를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DJP 공조 균열을 바라보는 한나라당도 내심 보-혁구도로의 재편에 대해 관심을 표한다. 보-혁구도로의 재편은 대선 전략상 매우 유리한 정치지형으로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는 ‘주간동아’ 293호(2001년 7월19일자)에서 보도한 대로 이미 내부 논의를 통해 보-혁구도를 대선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물론 재편의 방향과 흐름에 따라 결과는 ‘약과 독’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보-혁구도의 재편이 ‘+α’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관계자는 “임장관 해임안 통과는 한-자동맹의 첫번째 작품이자, 이념상으로 두 당이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한나라당은 보-혁구도를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 아킬레스건으로 여긴 ‘이회창 포위론’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역으로 ‘신DJ 포위론’으로의 반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언론사 세무조사, 햇볕정책 등과 관련해 우리가 꾸준히 제기한 색깔론이 국민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았고, 여기에 자민련이 동참하면 보-혁구도는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보-혁구도가 한나라당 대선전략에 유리한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인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은 “잘못하면 충청도가 JP 중심으로 단결하고 보수진영이 한나라당과 자민련으로 갈라지는 사태가 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임장관 낙마의 공이 모두 JP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이 JP에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김청산을 주장한 이회창 총재가 다시 JP와 연대를 꾀하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따가운 지적 중 하나다.
당내 개혁세력들은 벌써 보-혁구도로의 재편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제기한다. 보-혁구도의 재편이 한나라당 기대처럼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 이런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속내를 숨기고 정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우선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JP 의중이다. JP는 지난달 “한나라당이 나라를 위해 좋은 뜻이 있다면 공조할 수 있다”고 공조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이완구 총무는 ‘선택적 협력’을 제의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JP의 발언을 ‘입바른 말’로 규정하는 인사도 많다. 당장 자민련이 보-혁구도의 조기 부상 가능성에 ‘불가’ 입장으로 차단막을 치고 나온 것이 반증이다. DJP 공조에서 이탈한 JP가 곧바로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는 명분이나 실리면에서 득이 될 게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전략에 말려 당이 공중분해할 수도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정계재편은 자민련 주도의 재편보다는, 일방적으로 자민련이 대상이 되는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일부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거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우산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아직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느냐”며 섣부른 선택을 경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대행은 대신 한나라당 일부 세력을 참여시키는 JP 중심의 보-혁구도론에 무게를 싣는다. JP가 박근혜 부총재를 포함한 한나라당 일부 보수인사와 민주당·민국당의 보수세력을 끌어모아 차기대선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대선을 불과 1년여 남긴 상황에서 그만한 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이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정계개편을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소야대란 단순히 숫자상의 열세가 아닌 정국운영의 권한과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기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바로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 처리가 야기한 DJP 공조 균열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듯하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여야 내부에서는 그 가능성을 제기했고, 자민련과 야당 일각에서는 정계재편의 방법과 방향, 시기 등과 관련한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번 DJP 공조 균열은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 등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 정계재편은 더 탄력 받는 상황이다.
재편 촉발 요인은 여야 모두에 내재해 있다. 우선 여권은 원내 과반수 미달이라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정치지형을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가득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줄타기 정치’로 반사이득을 챙기는 JP도 연말을 전후해 결단을 요구 받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정치권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유리한 지형으로 끌고 가기 위한 ‘입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행사가 재편에 대한 각 계파의 전의를 북돋우는 셈이다.
재편 중심에는 일단 JP가 서 있다. DJP 공조를 일정 부분 깨고 공해상으로 나온 JP의 정치행위는 이미 보-혁으로의 헤쳐 모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JP는 여전히 정계재편의 ‘키워드’다. 앞으로 JP와 자민련이 갈 수 있는 길은 서너 가지로 정리된다. DJ와의 결별 수순이 진행되는 모양새에 따라 ‘한-자 동맹’ 또는 DJP공조복원이라는 그림이 우선 그를 기다린다. 이것이 싫다면 신당 창당 등을 통한 ‘비민주 비한나라’ 노선을 통한 독자세력화도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JP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DJP 공조를 유지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공조의 틀을 던져 버릴 경우 실리면에서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민련 내부에 깔려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결단’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색깔과 관련한 주변의 압박은 JP의 결단을 부채질하는 주요 동인으로 거론된다.
JP는 그동안 당내 인사는 물론 지역 인사들에게서 “색깔을 분명히 하라”는 압력을 수시로 받아왔다. 당내 한 인사는 “명확하지 않은 색깔을 이어간다면 정치적 진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JP가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임장관 자진사퇴 요구를 굽히지 않은 것도 이념적 압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한 고위당직자는 지난 2일 “저쪽(민주당)은 대북포용정책 때문에, 우리는 보수 정체성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당내에서 거론하는 정체성 고민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JP를 압박하는 주변 여건은 이처럼 JP에게 선택을 강요하였고, 그 강도가 심할수록 JP는 DJP 공조 틀을 깨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보-혁구도로의 정계재편론도 여기서 출발한다. 자민련 한 당직자는 “임장관 표결을 전후해 지역(충청권)에서 JP 지지도가 10%는 올랐을 것이다”며 한-자동맹 등을 통한 보완작업이 뒤따를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DJP 공조 균열을 바라보는 한나라당도 내심 보-혁구도로의 재편에 대해 관심을 표한다. 보-혁구도로의 재편은 대선 전략상 매우 유리한 정치지형으로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는 ‘주간동아’ 293호(2001년 7월19일자)에서 보도한 대로 이미 내부 논의를 통해 보-혁구도를 대선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물론 재편의 방향과 흐름에 따라 결과는 ‘약과 독’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보-혁구도의 재편이 ‘+α’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관계자는 “임장관 해임안 통과는 한-자동맹의 첫번째 작품이자, 이념상으로 두 당이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한나라당은 보-혁구도를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 아킬레스건으로 여긴 ‘이회창 포위론’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역으로 ‘신DJ 포위론’으로의 반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언론사 세무조사, 햇볕정책 등과 관련해 우리가 꾸준히 제기한 색깔론이 국민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았고, 여기에 자민련이 동참하면 보-혁구도는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보-혁구도가 한나라당 대선전략에 유리한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인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은 “잘못하면 충청도가 JP 중심으로 단결하고 보수진영이 한나라당과 자민련으로 갈라지는 사태가 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임장관 낙마의 공이 모두 JP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이 JP에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김청산을 주장한 이회창 총재가 다시 JP와 연대를 꾀하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따가운 지적 중 하나다.
당내 개혁세력들은 벌써 보-혁구도로의 재편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제기한다. 보-혁구도의 재편이 한나라당 기대처럼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 이런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속내를 숨기고 정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우선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JP 의중이다. JP는 지난달 “한나라당이 나라를 위해 좋은 뜻이 있다면 공조할 수 있다”고 공조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이완구 총무는 ‘선택적 협력’을 제의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JP의 발언을 ‘입바른 말’로 규정하는 인사도 많다. 당장 자민련이 보-혁구도의 조기 부상 가능성에 ‘불가’ 입장으로 차단막을 치고 나온 것이 반증이다. DJP 공조에서 이탈한 JP가 곧바로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는 명분이나 실리면에서 득이 될 게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전략에 말려 당이 공중분해할 수도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정계재편은 자민련 주도의 재편보다는, 일방적으로 자민련이 대상이 되는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일부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거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우산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아직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느냐”며 섣부른 선택을 경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대행은 대신 한나라당 일부 세력을 참여시키는 JP 중심의 보-혁구도론에 무게를 싣는다. JP가 박근혜 부총재를 포함한 한나라당 일부 보수인사와 민주당·민국당의 보수세력을 끌어모아 차기대선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대선을 불과 1년여 남긴 상황에서 그만한 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이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정계개편을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소야대란 단순히 숫자상의 열세가 아닌 정국운영의 권한과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기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바로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