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국회 문이 다시 열렸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여야가 닫힌 빗장을 열어 제친 데에는 이만섭 국회의장의 ‘협박’이 큰 역할을 했다. 이의장은 7월9일 여야가 언론 세무조사 등과 관련, 정쟁으로 일관하자 “건축사법 개정안, 모성보호법 등 민생법안의 표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직권 상정’이라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여야 총무에게 전달했다. 평소 이의장의 ‘강골’ 기질을 잘 알고 있는 여야 총무단은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즉각 18일까지의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한없이 뽐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존경하는 의장님…” 등의 격려 메일이 답지,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7월13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이의장을 만났다. 이의장은 이 자리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정부의 법집행에 감정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직권 소집이라는 강수가 여야를 움직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의장께서는 국민 사이에 인기도 높아졌고….
“국회는 여야 어느 정당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입니다. 산적한 민생문제를 다루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일단 국회를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야의 대치상태가 워낙 첨예해 원만한 국회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국회를 열면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을 먼저 다룰 것입니다. 관계장관을 출석시켜 긴급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요.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꽁치조업과 관련한 일본과의 어업분쟁 등 긴급현안에 대해 의회 차원의 문제제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론 세무조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의장께서는 언론 세무조사의 본질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나는 신문사 탈세의혹 때문에 순수한 언론인들의 자존심이 깎인 것이 못내 가슴 아픕니다. 신문과 방송이 대결하고, 신문 대 신문이 헐뜯는 모습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낍니다. 이런 일은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일 아닙니까. 홉스가 말한 것처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서로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싸움판을 더 이상 이어가서는 안 됩니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가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 언론이 어떤 언론입니까. 과거 독재정권의 압력도 버텨낸 언론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물려지겠습니까.”
-그러나 세무조사가 언론인을 위축시켜 지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아닐까요.
“언론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기자들이 소신껏 글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인데, 요즘 기자들은 자기 소신이 뚜렷합니다. 누가 쓰라고 해서 쓰고, 쓰지 말라고 해서 못 쓰는 기자가 있습니까. 우리 언론은 독재에 항거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그 결과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언론의 공로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평가해 줘야 합니다. 언론이라는 것이 이윤 추구를 제일의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십분 이해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법과 원칙, 조세 정의를 강조했지만 이번 언론 세무조사는 기간이나 강도, 추징금 등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었고, 타임지 등 외국의 언론은 이같은 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언론도 법에 따라 세금을 내고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60% 넘게 나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시기나 방법에서 ‘딴 뜻’이 있다는 지적도 56%나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사도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조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게 국민 여론 아닙니까. 따라서 이런 여론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에 따라 해결하되 법에 감정을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황장엽씨 방미문제가 여야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나라가 그 사람(황장엽) 문제로 시끄러운 것이 못마땅합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민족적 긍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본인이 원한다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황씨 방미가 김정일 답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 답방과 황씨 문제를 결부해서는 안 되지요.”
-황씨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보챈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비참한 기분까지 든다고 말했는데….
“아, 그 얘기는 내가 먼저 했어요(웃음). 자꾸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안 좋습디다. 김정일 위원장이 6·15 선언에 명시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부시 정부가 들어섰다고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민족적 긍지를 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민주당 정풍파 의원들이 요구한 국정쇄신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국정쇄신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국정쇄신이라는 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풍파들이 너무 막연하게 갔어요. 인적쇄신 문제라면 구체적으로 누구누구라고 정확히 거론해야 했는데….”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옛날에 공화당 정풍운동할 때는 이후락 비서실장, 김형욱 정보부장 등을 찍어 ‘이 사람 교체하라’고 외쳤습니다. 막연히 ‘개혁하자’고 한다고 개혁이 되겠습니까.”
-정풍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그렇다면 정풍파의 전략적 실패로 볼 수 있겠군요.
“전략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것이지요.”
-정풍파 인사들은 ‘청와대의 언로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의장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통령은 머리가 좋아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각료들이나 주위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미루고, 자기 할 일에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대선과 관련, 민주당 내 사정이 조금씩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선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문제에 집중할 때입니다.
-‘영남 후보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십니까.
“이젠 우리 나라에 통합과 화합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감정을 대선에 이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영남 유권자 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에 영남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러나 영남 후보라 해서 모두 영남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거라고 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중권 대표와 노무현 고문을 유력한 영남후보로 거론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 지금은 경제를 살릴 때지, 대선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대선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나라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자꾸 나서는 것은 본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 의장께서는 97년 대선 때 이인제 최고위원과 손을 잡았었죠? 요즘도 이최고위원과 자주 만나십니까.
“행사 있으면 만나고, 그 정도죠 뭐.”
-직권 소집이라는 강수가 여야를 움직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의장께서는 국민 사이에 인기도 높아졌고….
“국회는 여야 어느 정당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입니다. 산적한 민생문제를 다루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일단 국회를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야의 대치상태가 워낙 첨예해 원만한 국회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국회를 열면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을 먼저 다룰 것입니다. 관계장관을 출석시켜 긴급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요.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꽁치조업과 관련한 일본과의 어업분쟁 등 긴급현안에 대해 의회 차원의 문제제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론 세무조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의장께서는 언론 세무조사의 본질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나는 신문사 탈세의혹 때문에 순수한 언론인들의 자존심이 깎인 것이 못내 가슴 아픕니다. 신문과 방송이 대결하고, 신문 대 신문이 헐뜯는 모습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낍니다. 이런 일은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일 아닙니까. 홉스가 말한 것처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서로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싸움판을 더 이상 이어가서는 안 됩니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가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 언론이 어떤 언론입니까. 과거 독재정권의 압력도 버텨낸 언론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물려지겠습니까.”
-그러나 세무조사가 언론인을 위축시켜 지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아닐까요.
“언론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기자들이 소신껏 글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인데, 요즘 기자들은 자기 소신이 뚜렷합니다. 누가 쓰라고 해서 쓰고, 쓰지 말라고 해서 못 쓰는 기자가 있습니까. 우리 언론은 독재에 항거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그 결과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언론의 공로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평가해 줘야 합니다. 언론이라는 것이 이윤 추구를 제일의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십분 이해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법과 원칙, 조세 정의를 강조했지만 이번 언론 세무조사는 기간이나 강도, 추징금 등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었고, 타임지 등 외국의 언론은 이같은 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언론도 법에 따라 세금을 내고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60% 넘게 나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시기나 방법에서 ‘딴 뜻’이 있다는 지적도 56%나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사도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조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게 국민 여론 아닙니까. 따라서 이런 여론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에 따라 해결하되 법에 감정을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황장엽씨 방미문제가 여야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나라가 그 사람(황장엽) 문제로 시끄러운 것이 못마땅합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민족적 긍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본인이 원한다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황씨 방미가 김정일 답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 답방과 황씨 문제를 결부해서는 안 되지요.”
-황씨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보챈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비참한 기분까지 든다고 말했는데….
“아, 그 얘기는 내가 먼저 했어요(웃음). 자꾸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안 좋습디다. 김정일 위원장이 6·15 선언에 명시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부시 정부가 들어섰다고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민족적 긍지를 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민주당 정풍파 의원들이 요구한 국정쇄신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국정쇄신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국정쇄신이라는 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풍파들이 너무 막연하게 갔어요. 인적쇄신 문제라면 구체적으로 누구누구라고 정확히 거론해야 했는데….”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옛날에 공화당 정풍운동할 때는 이후락 비서실장, 김형욱 정보부장 등을 찍어 ‘이 사람 교체하라’고 외쳤습니다. 막연히 ‘개혁하자’고 한다고 개혁이 되겠습니까.”
-정풍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그렇다면 정풍파의 전략적 실패로 볼 수 있겠군요.
“전략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것이지요.”
-정풍파 인사들은 ‘청와대의 언로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의장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통령은 머리가 좋아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각료들이나 주위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미루고, 자기 할 일에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대선과 관련, 민주당 내 사정이 조금씩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선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문제에 집중할 때입니다.
-‘영남 후보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십니까.
“이젠 우리 나라에 통합과 화합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감정을 대선에 이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영남 유권자 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에 영남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러나 영남 후보라 해서 모두 영남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거라고 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중권 대표와 노무현 고문을 유력한 영남후보로 거론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 지금은 경제를 살릴 때지, 대선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대선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나라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자꾸 나서는 것은 본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 의장께서는 97년 대선 때 이인제 최고위원과 손을 잡았었죠? 요즘도 이최고위원과 자주 만나십니까.
“행사 있으면 만나고, 그 정도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