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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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소문… 자궁… 세 모습의 역사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07 1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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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소문… 자궁… 세 모습의 역사
    국사편찬위원회가 드디어 ‘한국문화사’ 시리즈를 발간한다고 한다. 기존 정치·경제·사회사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문화를 통해 역사를 바라봄으로써 쓰이지 않은 역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역사학대회에서도 신문화사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신문화사 연구가 하나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 속에서도 신문화사의 서술방식이 역사 대중화를 한걸음 앞당겼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최근 출판경향을 보아도 역사 관련 책들은 문화사가 대세다. 예를 들어 니콜 아브릴의 ‘얼굴의 역사’(작가정신 펴냄)는 얼굴로 서양 예술사를 정리한 흥미로운 저작이다.

    기원전 2600년경의 ‘가부좌의 서생’이라 이름 붙인 고대 이집트 조각품에서 시작해, 짙은 화장술과 다이어트로 영원한 젊음을 추구한 로마 여성들, 죽은 사람의 신분증 역할을 한 이집트의 장례용 초상화, 성화예찬론과 성화파괴론자들의 얼굴전쟁, 얼굴의 비밀을 밝히려고 30여 구의 시체를 해부한 다빈치, 자화상에 매달린 뒤러 등을 재조명하며 얼굴은 고통과 희망의 역사라고 결론지었다. 노이바우어가 쓴 ‘소문의 역사’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소문의 메커니즘을 밝힌 책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묘사한 파마(라틴어로 평판·소문)를 보면 “처음에는 무서움 때문에 조그맣다가 나중에는 그것이 빠르게 공중으로 자라났고 그녀의 몸은 깃털, 눈, 혀, 말하는 입, 뾰족한 귀로 덮여 있다.” 현대에 와서 풍문과 소문은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발’을 얻었다. 다음으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쓴 라나 톰순의 ‘자궁의 역사’(아침이슬)를 보자. 자궁이라는 신체기관을 통해 남성 중심의 역사서술이 놓친 부분을 담겠다는 의도다. 즉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차별’이 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눈길을 끈 문화사 관련 책들이 모두 번역서라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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