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박이다! 영화 ‘친구’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영화 ‘신라의 달밤’이 개봉 1주 만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여름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 ‘좋은영화’는 서울 100만, 전국 300만 정도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라의 달밤’이 어디까지 흥행 행진을 계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영화의 성공에는 ‘공동경비구역 JSA’나 ‘친구’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앞서 두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인간애, 이데올로기와 폭력성 같은 진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폭 넓은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호소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신라의 달밤’은 이런 ‘보편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관객을 웃기는 것으로만 영화의 상업성을 획득하고 있는 코미디 영화인 것.
코미디 영화는 근엄한 비평가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서도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따라서 코미디는 영화에서 줄곧 ‘비주류’ 장르로 여겨졌고,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 역시 B급 내지 2류 감독쯤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한국의 코미디는 주류 장르로 급부상했고,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도 등장했다. 앞으로도 그 기세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엽기적인 그녀’ ‘킬러들의 수다’ ‘조폭마누라’ 등 현재 개봉 대기중이거나 제작중인 영화들 속에서도 코미디 영화가 많이 눈에 띈다. 우리 관객들이 웃음에 인색하고, 그래서 코미디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 이미 옛말인 듯하다. 진지함과 엄숙함보다는 낄낄대는 찰나의 웃음을 선호하는 젊은 관객들은 이런 ‘재미있는’ 영화들을 보면서 맘껏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 역시 ‘재미’와 ‘웃음’을 영화적 가치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서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전면으로 나서는 듯하다. 영화전문가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할리우드 영화들과 맞서 우리 영화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가 바로 코미디다”고 말한다. 코미디란 것이 그 사회의 문화와 관습, 민족적 정서와 삶의 공통된 경험에서 웃음의 동력을 가져오는 것이다 보니 외국의 코미디는 우리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우디 앨런식의 대사 코미디와 패럴리 형제의 화장실 유머, ‘무서운 영화’류의 패러디 코미디가 우리 극장가에서 힘을 못 쓰는 건 이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등장한 신진 제작자와 감독들은 동시대인들의 감성을 따라잡는 유머와 재치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출구를 찾았다. 우리 영화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코미디 영화도 함께 발전한 것이다. 이전 영화의 심각함과 심오한 주제의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코믹성으로 변해왔다.
90년대 전반기를 휩쓴 ‘결혼이야기’류의 로맨틱 코미디는 신세대를 겨냥한 영화 스타일과 인물 설정,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사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등장한 ‘투캅스’ 시리즈. 경찰의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 풍자적 성격의 이 영화는 한국적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 후 등장한 코미디 영화들은 ‘돈을 갖고 튀어라’ ‘할렐루야’ 등 박중훈이라는 스타를 위해 기획한 영화들. 비슷비슷한 아류 상품에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인기가 하락한 박중훈이 영화 출연을 쉬는 동안, 한국의 코미디 영화는 또 한번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90년대 후반 비슷한 시기에 데뷔작을 낸 김지운(‘조용한 가족’ ‘반칙왕’), 송능한(‘넘버 3’), 장진(‘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감독 등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로 코미디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할 만한 ‘작가’로 떠올랐다. 이들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분명히 했고, 이는 기획이나 스타 시스템에 의존한 이전 영화들과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한국 사회의 삼류정신을 다양한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보임으로써 사회를 비판하는가 하면(송능한), 장진 감독은 희극적이면서도 연극적인 상황에 대한 뛰어난 포착과 재기발랄함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만들었다. ‘조용한 가족’을 통해 ‘코믹잔혹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지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현실에 처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의 ‘반칙왕’은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슬픈 코미디’를 선보이며 한국식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반칙왕’ 제작사 ‘봄’ 기획실의 변준희씨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웃음, 소시민의 애환이 희극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유발되는 웃음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웃음의 신체적 반응 뒤에 현실을 반추할 수 있는 정신적 작용이 함께 따르는 코미디에 관객들이 큰 호응을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이전의 코미디 영화가 과장된 몸짓의 슬랩스틱이나 개그, 그리고 비뚤어진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로 웃음을 유발했다면, 최근의 코미디 영화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웃음으로 승부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주를 이루면서 호러·멜로·팬터지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시도한 ‘하이브리드 코미디’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90년대 후반 들어 한국의 코미디 영화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와 노골적인 풍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 개척과 다양한 미학적 차이를 드러내었다. 코미디를 대하는 관객의 자세도 바뀌었다. 감독과 관객 모두의 ‘유희적 감각’이 발전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의찬씨는 ‘신라의 달밤’ 성공에 고무해 앞으로 더 많은 코미디 영화가 제작될 것이고, 그 속에서 보다 다양한 실험과 변주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발전적 전망을 내놓는다.
10월 신작 ‘킬러들의 수다’ 개봉을 앞둔 장진 감독은 “그저 웃게 만드는 것보다 어떤 웃음을 유발하는지가 코미디의 관건이다”고 말한다. “코미디 감독은 대중보다 반발쯤 앞서가야 한다. 똑같은 시각으로 보면 평범한 웃음밖에 연출할 수 없고, 한발 앞서가면 너무 동떨어진다. 코미디가 다루는 것이 결국 ‘인간’이지만 너무 가버리면 도덕 교과서가 되고 만다. 그래서 코미디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생각.
“코미디는 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절망으로의 도피”라는 말이 있다. 그 어원이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축제에서 기인했다는 ‘코미디’는 축제가 주는 기쁨처럼, 우리에게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제공하며 슬픔과 권태를 치유할 ‘약’이 된다.
코미디 영화는 근엄한 비평가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서도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따라서 코미디는 영화에서 줄곧 ‘비주류’ 장르로 여겨졌고,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 역시 B급 내지 2류 감독쯤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한국의 코미디는 주류 장르로 급부상했고,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도 등장했다. 앞으로도 그 기세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엽기적인 그녀’ ‘킬러들의 수다’ ‘조폭마누라’ 등 현재 개봉 대기중이거나 제작중인 영화들 속에서도 코미디 영화가 많이 눈에 띈다. 우리 관객들이 웃음에 인색하고, 그래서 코미디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 이미 옛말인 듯하다. 진지함과 엄숙함보다는 낄낄대는 찰나의 웃음을 선호하는 젊은 관객들은 이런 ‘재미있는’ 영화들을 보면서 맘껏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 역시 ‘재미’와 ‘웃음’을 영화적 가치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서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전면으로 나서는 듯하다. 영화전문가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할리우드 영화들과 맞서 우리 영화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가 바로 코미디다”고 말한다. 코미디란 것이 그 사회의 문화와 관습, 민족적 정서와 삶의 공통된 경험에서 웃음의 동력을 가져오는 것이다 보니 외국의 코미디는 우리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우디 앨런식의 대사 코미디와 패럴리 형제의 화장실 유머, ‘무서운 영화’류의 패러디 코미디가 우리 극장가에서 힘을 못 쓰는 건 이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등장한 신진 제작자와 감독들은 동시대인들의 감성을 따라잡는 유머와 재치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출구를 찾았다. 우리 영화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코미디 영화도 함께 발전한 것이다. 이전 영화의 심각함과 심오한 주제의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코믹성으로 변해왔다.
90년대 전반기를 휩쓴 ‘결혼이야기’류의 로맨틱 코미디는 신세대를 겨냥한 영화 스타일과 인물 설정,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사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등장한 ‘투캅스’ 시리즈. 경찰의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 풍자적 성격의 이 영화는 한국적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 후 등장한 코미디 영화들은 ‘돈을 갖고 튀어라’ ‘할렐루야’ 등 박중훈이라는 스타를 위해 기획한 영화들. 비슷비슷한 아류 상품에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인기가 하락한 박중훈이 영화 출연을 쉬는 동안, 한국의 코미디 영화는 또 한번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90년대 후반 비슷한 시기에 데뷔작을 낸 김지운(‘조용한 가족’ ‘반칙왕’), 송능한(‘넘버 3’), 장진(‘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감독 등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로 코미디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할 만한 ‘작가’로 떠올랐다. 이들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분명히 했고, 이는 기획이나 스타 시스템에 의존한 이전 영화들과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한국 사회의 삼류정신을 다양한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보임으로써 사회를 비판하는가 하면(송능한), 장진 감독은 희극적이면서도 연극적인 상황에 대한 뛰어난 포착과 재기발랄함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만들었다. ‘조용한 가족’을 통해 ‘코믹잔혹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지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현실에 처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의 ‘반칙왕’은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슬픈 코미디’를 선보이며 한국식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반칙왕’ 제작사 ‘봄’ 기획실의 변준희씨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웃음, 소시민의 애환이 희극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유발되는 웃음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웃음의 신체적 반응 뒤에 현실을 반추할 수 있는 정신적 작용이 함께 따르는 코미디에 관객들이 큰 호응을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이전의 코미디 영화가 과장된 몸짓의 슬랩스틱이나 개그, 그리고 비뚤어진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로 웃음을 유발했다면, 최근의 코미디 영화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웃음으로 승부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주를 이루면서 호러·멜로·팬터지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시도한 ‘하이브리드 코미디’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90년대 후반 들어 한국의 코미디 영화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와 노골적인 풍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 개척과 다양한 미학적 차이를 드러내었다. 코미디를 대하는 관객의 자세도 바뀌었다. 감독과 관객 모두의 ‘유희적 감각’이 발전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의찬씨는 ‘신라의 달밤’ 성공에 고무해 앞으로 더 많은 코미디 영화가 제작될 것이고, 그 속에서 보다 다양한 실험과 변주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발전적 전망을 내놓는다.
10월 신작 ‘킬러들의 수다’ 개봉을 앞둔 장진 감독은 “그저 웃게 만드는 것보다 어떤 웃음을 유발하는지가 코미디의 관건이다”고 말한다. “코미디 감독은 대중보다 반발쯤 앞서가야 한다. 똑같은 시각으로 보면 평범한 웃음밖에 연출할 수 없고, 한발 앞서가면 너무 동떨어진다. 코미디가 다루는 것이 결국 ‘인간’이지만 너무 가버리면 도덕 교과서가 되고 만다. 그래서 코미디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생각.
“코미디는 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절망으로의 도피”라는 말이 있다. 그 어원이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축제에서 기인했다는 ‘코미디’는 축제가 주는 기쁨처럼, 우리에게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제공하며 슬픔과 권태를 치유할 ‘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