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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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대우차 매각 ‘시간이 돈’

GM 부평공장 인수 꺼려 협상 지연… 기업가치 계속 하락에 ‘조기 매각론’ 부상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5-01-07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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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물단지 대우차 매각 ‘시간이 돈’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은 파장 분위기?’ 대우차 내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매각 협상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차 매각 사무국 H상무가 지난 6월 중순 한 외국계 기업 사장으로 옮긴 후 대우차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에 앞서 4월에는 매각 사무국 O이사 역시 벤처행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차측은 “한두 사람이 옮기는 것을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현재 매각 사무국에는 김석환 사장을 비롯해 실무진들이 그대로 포진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H상무 주변 인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 인사는 “H상무가 ‘대우차 매각 협상이 잘 진전될 경우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떠나기 위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는데, 협상이 여의치 않아 굳이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H상무의 전직은 대우차 매각 협상이 기대만큼 빨리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대우차 매각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정부는 “(2001년) 4월까지 GM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신국환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고 큰소리쳤지만 6월중 홍콩에서 열린 두 차례 협상이 결렬되었고, “3차 협상 날짜조차 GM측이 통보하지 않아 7월중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기 어려운”(강운태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 상황이 되었다. 강운태 위원장은 “7월중 GM측이 새로운 조건을 담은 안을 가져와 3차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우차 주변의 얘기다.

    협상이 이처럼 꼬이는 것은 GM측이 제시하는 인수 조건 및 인수 범위가 대우차 채권단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GM측이 제시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였으나 GM이 ‘강성 노조’ 등을 이유로 부평공장 인수를 꺼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게다가 GM이 제시하는 인수 가격도 채권단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우차 내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노조의 해외 매각 반대투쟁과 ‘헐값 매각’ 시비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좌우고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 다소의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조기 매각을 성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조기 매각의 불가피성을 납득해야 하는 만큼 김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이런 요구는 주로 여당인 민주당 일각과 대우차 임직원들이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우차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사무노위, 위원장 최종성)가 있다. 최종성 위원장은 “협상을 질질 끌면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GM이 얄밉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임직원들의 입장이다”고 전제하고, “협상이 성사하지 않을 경우 금전적·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기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애물단지 대우차 매각 ‘시간이 돈’
    사무노위는 현재 조기 매각 성사를 위한 여건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사무노위가 7월12일 회사 경영진, 전 노조 집행간부를 중심으로 한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 등과 함께 ‘대우자동차 공장 정상화 및 범대우인대책위원회’(범대위)를 출범하려는 것도 이런 차원의 움직임이다. 범대위는 정부와 채권단,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을 상대로 GM으로의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헐값 매각 비난을 듣더라도 조기에 매각해야 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사무노위와 정추위는 아울러 김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여권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자동차 매각 문제를 성공적으로 중재한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노고문이 지난 5월22일 대우차 부평공장 노조사무실을 방문, “외자 도입 방해는 성공할 수 없다. 공장이 잘 팔리도록 협력하자”고 설득하다 달걀세례를 받았음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에 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무노위와 정추위가 7월 초 민주당 인천지역 출신 이호웅 최용규 송영길 의원을 초청, “당 지도부와 김대통령에게 건의해 노고문이 대우차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식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노고문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 당 차원의 대우차 대책위가 있는 마당에 자신이 나서기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기호 경제수석도 정치권이 나서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석은 6월 말 노고문의 소개로 송영길 의원을 만나 “대통령께서도 대우차 문제를 잘 알고 있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정치권에서 너무 나서지 말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무노위 등 대우차 임직원들이 김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대우차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우차 한 임원은 “채권단이야 자신들의 채권 회수가 1차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설득하기 힘들 정도로 GM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시간을 갖고 매각 협상을 하겠지만 대우차 기업가치 하락이 지금처럼 급속하게 이뤄진다면 채권단이 목적을 이루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대우차 임직원들은 특히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 ‘대우차 독자 생존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에 긴장하고 있다.

    대우차 또 다른 임원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대우차 채무를 대폭 탕감, 클린 컴퍼니로 만들어 대우차가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매각은 2~3년 후에 다시 검토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우차가 4월부터 소폭이나마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안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우차의 영업이익이 완성차 판매를 통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보다는 비용절감 등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을 지나치고 있다. 대우차 매출의 65%를 수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해외 매각이 늦어지면 해외 판매망의 붕괴가 가속화할 게 뻔하다. GM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6월 말부터 내수 판매도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우차 ‘홀로서기’ 시도는 1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고 설명한다.

    대우차 내부에서는 이런 분석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최종성 위원장도 “임직원들은 대우차의 기업가치 하락이 급속히 이뤄지는 상황에 GM으로의 매각이 실패했을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직원들의 이런 절박한 심정을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대우차를 조기 매각한다면 ‘헐값 매각’ ‘국부 유출’ 시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김대통령이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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