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단장은 지난달 23일 40대 기수론을 제기하며 “전국의 민심을 모아 대통령께 전달하였다”고 말해 이를 김대통령에게 건의했음을 넌지시 비췄다. 당시 정단장의 40대 기수론이 여권 내 파문을 일으켰음에도 청와대측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점도 지금 되돌이켜 보면 이에 대한 청와대의 ‘묵시적 동의’의 반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의장은 김대통령이 여당 내부의 전략적 마인드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위의장직에 임명한 사람.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는 세대교체에 대한 김대통령의 구상이 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또는 정보기관에서 올라가는 보고서 중 대선후보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 있다”며 “김대통령인들 답답한 마음이 왜 없겠느냐”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정단장과 이의장을 한 줄로 세우는 것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김대통령까지 같은 선상에 세우는 것은 무리”라며 다만 “두 인사가 김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미리 치고 나갔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두 인사의 세대교체론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여권이 구상할 수 있는 최후의 대선 카드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각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대권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재집권은) 비관적”이라며 “그 수치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누구나 제3의 후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기기 힘들다”는 절박감과 여기서 비롯한 대안찾기가 세대교체론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5월21일 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유력후보인 이인제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7.35%인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은 20.2%로 나타났다. 여권의 예비주자들인 김근태 최고위원(1.8%), 노무현 상임고문(1.3%), 고건 서울시장(0.7%), 김중권 대표 (0.1%) 등도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고 있다. 이런 결과는 여권 내부에 패배의식을 확산시키며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론은 위험성도 상존한다. 기존 대권후보군의 반발은 물론 잘못할 경우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는 폭발력도 숨어 있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2선 후퇴론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3당 정책연합이나 DJP 공조의 존립 근거도 허물 수 있다. 작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꺼낼 만한 카드로는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부담에도 세대교체형 인물이 있고 또 이를 여권이 부상시킬 수만 있다면 문제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세대교체론에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후보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느냐”며 비아냥거린다. 세대교체론이 정치구호로는 가능하나 전략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세대교체론에 동조하는 인사들마저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지금 시점에서 세대교체론이 폭발력을 갖지 못하는 배경이다.
그렇지만 이의장의 말처럼 김대통령이 직접 세대교체를 언급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이 여권의 세대교체론에 주목하면서 비판 일변도로 나서는 것은 60대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이회창 총재의 ‘고령’ 때문이다. 세대교체론이 힘을 얻으면 이총재의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한다. 그런 점에서 세대교체 바람은 언제라도 몰아칠 수 있는 ‘변수’다. ‘제2의 이인제’는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