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가 전국 관객 700만 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그렇게까지 성공할 영화는 아니다. 우리 영화와 관객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는 가시 돋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결국 ‘친구’가 깡패들이 나와 죽고 죽이며 ‘난리 치는’ 영화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너무나 단편적인 해석일 수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친구’를 시스템과 배우, 드라마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영혼의 지문이 묻어 있는 깡패영화”(영화평론가 김소희)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친구’가 남성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은 사실이다. 1년 동안 영화 한 편 보지 않던 중장년층 관객들까지 앞 다퉈 극장을 찾고, 퇴근 시간 후 남자들끼리 우르르 몰려와 표를 끊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다. “남들 다 보니까…”라는 군중심리도 작용했지만 ‘친구’에는 남자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 남성 관객들에게서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감상이 가장 많다.
이처럼 ‘친구’에는 지난 시대 우리 사회가 강조한 ‘의리’나 ‘충성’ 같은 남성적 가치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갈수록 주눅 들어가는 남자들은 스크린 속 깡패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고 무너지는 남성성의 회복을 꿈꾼다. 영웅이 없는 시대에 ‘준석’과 ‘동수’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남성다움으로 무장한 영웅이자, 진짜 사나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구’의 예상치 못한 성공에 대해 “남성성의 상실에 대한 저항과 그것을 회복하려는 욕망”(영화평론가 심영섭) 또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우울한 한풀이”(영화평론가 조희문)라 분석한다. 검은 양복을 폼 나게 차려 입고, 서슬 퍼런 위계질서에, 배신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냉엄한 뒷골목의 세계. 이제 우리 영화에서 ‘조직폭력배’(조폭) ‘깡패’ ‘건달’ 등은 어느 새 막강하고도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일까.
한국 영화에 깡패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94년 개봉한 영화 ‘게임의 법칙’부터. 이후 깡패영화는 ‘한국형 누아르’로 불리며 액션, 코미디, 멜로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깡패영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97년에는 깡패영화가 총 제작 편수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동안 깡패영화는 ‘넘버3’ ‘초록물고기’ ‘약속’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 재미에 작품성까지 고루 갖추면서 흥행에도 성공하는 작품이 계속 나왔다. 그러던 중 ‘친구’로 절정을 맞았고, 이런 경향의 영화는 앞으로도 스크린을 가득 메울 전망이다. ‘친구’에 이어 작품성 있는 깡패영화 ‘파이란’이 개봉되었고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등 현재 촬영중인 영화도 여러 편. 기획 단계거나 시나리오 작업중인 영화에서도 조폭이나 깡패 주인공의 등장은 매우 흔하다.
‘조폭마누라’는 ‘조폭’의 보스인 여자(신은경)가 우여곡절 끝에 ‘순둥이’ 남편(박상면)과 결혼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생활을 코믹하게 담은 작품.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은 건달과 선생이 되어 10년 만에 해후한 동창이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는 건달 세계의 두 여자가 돈의 행방을 좇는 과정을 그린 액션 누아르로 전도연과 이혜영이 출연한다. 씨네월드의 ‘달마야 놀자’는 사고를 친 뒤 깊은 산속 암자로 숨어 든 조폭 일당과 스님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휴먼 코미디. 이외에 일본의 야쿠자를 소재로 한 한`-`일 합작영화 ‘미션 바라바’, 연극연출가 이상우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조폭들의 MT’,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 등이 모두 이 계열에 속한다.
기획자들은 대부분 “조폭`-`깡패라는 살벌한 단어 뒤에 감춰진 인간미와 따뜻한 가슴을 그린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이런 깡패영화의 붐에는 사람들 가슴속에 내재한 사회에 대한 불만 외에도 성공한 영화의 뒤를 좇는 한국 기획영화의 문제점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최루성 멜로로, 그리고 이제 깡패영화로 이어지는 ‘기획성’ 영화들은 분명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견인차 구실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예술성 있는 작가주의 영화의 탄생을 막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의 기호에 부응하는 비슷비슷한 흥행영화들만 쏟아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소재의 다양성을 해치고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화의 중요한 기능이 ‘대리만족’이라 하더라도 다시 뜨는 ‘조폭영화’의 붐에 대해선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현실에선 엄연한 범죄자인 이들이 ‘영웅’ 대접을 받고 피와 비명으로 얼룩진 폭력의 세계를 미화하는 건 분명 경계할 일이다. 등에 칼을 꽂는 건달의 세계가 멋진 사나이의 세계는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나 단편적인 해석일 수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친구’를 시스템과 배우, 드라마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영혼의 지문이 묻어 있는 깡패영화”(영화평론가 김소희)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친구’가 남성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은 사실이다. 1년 동안 영화 한 편 보지 않던 중장년층 관객들까지 앞 다퉈 극장을 찾고, 퇴근 시간 후 남자들끼리 우르르 몰려와 표를 끊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다. “남들 다 보니까…”라는 군중심리도 작용했지만 ‘친구’에는 남자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 남성 관객들에게서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감상이 가장 많다.
이처럼 ‘친구’에는 지난 시대 우리 사회가 강조한 ‘의리’나 ‘충성’ 같은 남성적 가치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갈수록 주눅 들어가는 남자들은 스크린 속 깡패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고 무너지는 남성성의 회복을 꿈꾼다. 영웅이 없는 시대에 ‘준석’과 ‘동수’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남성다움으로 무장한 영웅이자, 진짜 사나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구’의 예상치 못한 성공에 대해 “남성성의 상실에 대한 저항과 그것을 회복하려는 욕망”(영화평론가 심영섭) 또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우울한 한풀이”(영화평론가 조희문)라 분석한다. 검은 양복을 폼 나게 차려 입고, 서슬 퍼런 위계질서에, 배신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냉엄한 뒷골목의 세계. 이제 우리 영화에서 ‘조직폭력배’(조폭) ‘깡패’ ‘건달’ 등은 어느 새 막강하고도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일까.
한국 영화에 깡패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94년 개봉한 영화 ‘게임의 법칙’부터. 이후 깡패영화는 ‘한국형 누아르’로 불리며 액션, 코미디, 멜로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깡패영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97년에는 깡패영화가 총 제작 편수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동안 깡패영화는 ‘넘버3’ ‘초록물고기’ ‘약속’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 재미에 작품성까지 고루 갖추면서 흥행에도 성공하는 작품이 계속 나왔다. 그러던 중 ‘친구’로 절정을 맞았고, 이런 경향의 영화는 앞으로도 스크린을 가득 메울 전망이다. ‘친구’에 이어 작품성 있는 깡패영화 ‘파이란’이 개봉되었고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등 현재 촬영중인 영화도 여러 편. 기획 단계거나 시나리오 작업중인 영화에서도 조폭이나 깡패 주인공의 등장은 매우 흔하다.
‘조폭마누라’는 ‘조폭’의 보스인 여자(신은경)가 우여곡절 끝에 ‘순둥이’ 남편(박상면)과 결혼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생활을 코믹하게 담은 작품.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은 건달과 선생이 되어 10년 만에 해후한 동창이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는 건달 세계의 두 여자가 돈의 행방을 좇는 과정을 그린 액션 누아르로 전도연과 이혜영이 출연한다. 씨네월드의 ‘달마야 놀자’는 사고를 친 뒤 깊은 산속 암자로 숨어 든 조폭 일당과 스님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휴먼 코미디. 이외에 일본의 야쿠자를 소재로 한 한`-`일 합작영화 ‘미션 바라바’, 연극연출가 이상우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조폭들의 MT’,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 등이 모두 이 계열에 속한다.
기획자들은 대부분 “조폭`-`깡패라는 살벌한 단어 뒤에 감춰진 인간미와 따뜻한 가슴을 그린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이런 깡패영화의 붐에는 사람들 가슴속에 내재한 사회에 대한 불만 외에도 성공한 영화의 뒤를 좇는 한국 기획영화의 문제점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최루성 멜로로, 그리고 이제 깡패영화로 이어지는 ‘기획성’ 영화들은 분명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견인차 구실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예술성 있는 작가주의 영화의 탄생을 막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의 기호에 부응하는 비슷비슷한 흥행영화들만 쏟아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소재의 다양성을 해치고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화의 중요한 기능이 ‘대리만족’이라 하더라도 다시 뜨는 ‘조폭영화’의 붐에 대해선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현실에선 엄연한 범죄자인 이들이 ‘영웅’ 대접을 받고 피와 비명으로 얼룩진 폭력의 세계를 미화하는 건 분명 경계할 일이다. 등에 칼을 꽂는 건달의 세계가 멋진 사나이의 세계는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