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업체 수는 1700여 개에 이르며 40여 개 업체가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 이중에서도 9개 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한국의 PC 게임업계를 선도한다. 9개 업체만 보면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한 게임 시장에서 판도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른바 ‘PC 게임의 9룡들’을 집중 조명한다.
NC소프트(리니지)
이 회사는 ‘리니지’라는 단일게임 하나로 국내 1000만 게이머의 ‘심금’을 울렸다. 2001년 1/4 분기엔 매출액 254억원, 경상이익 161억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각각 268%, 293% 성장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만든 `인터넷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리니지의 성공요인은 4가지다. 게이머들을 콘텐츠에 몰입하게 한다, 다시 하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 사용료는 최종 사용자가 납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최고경영자가 기술과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다. PC방의 성장세를 예측해 PC방에 적합한 게임물을 제시한 것이 적중했다.
넥슨(바람의 나라)
넥슨은 NC소프트와 함께 국산 온라인 게임시장의 80% 이상을 포획한 공룡이다. 바람의 나라, 퀴즈퀴즈, 어둠의 전설이 주력 게임들. 대표작 ‘바람의 나라’는 순정만화가인 김진씨의 원작 만화를 배경으로 한 그래픽 머그게임이다. 30가지가 넘는 캐릭터와 웃기, 울기, 화내기, 놀리기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구현하는 게 경쟁력. 조작법이 간단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누적회원이 500만 명으로, 이용자의 다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다. 나이 어린 구매자들은 앞으로도 이 회사의 다른 게임을 쉽게 흡수할 가능성이 커 게임업계에선 넥슨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긴다.
한빛소프트(스타크래프트)
이 회사는 미국 블리자드(Blizzard) 게임물의 국내유통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200만 개 판매를 돌파한 전대미문의 히트작 ‘스타크래프트’도 이 회사가 유통시킨 작품. 블리자드의 팬터지 롤플레잉 ‘디아블로2’는 현재 100만 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국산 게임의 1인자 NC소프트와 정확히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국내기업이면서 미국 게임이 한국시장을 휩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국산 게임 유통사업도 활발하다. 한빛소프트가 유통을 맡은 어린이용 국산 게임 ‘하얀 마음 백구’와 ‘다지몬 보물섬’은 어린이날인 지난 5월5일 하루 동안에만 각각 1만5000개와 4만 개의 판매액을 올렸다.
‘포트리스2’는 ‘국민게임’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게임은 아기자기한 모습의 전차들을 내세우고 전략과 슈팅의 요소를 가미한 복합 장르다. 회원 수는 700만 명. 특히 커뮤니티 개념이 돋보인다. 돌아가면서 게임을 진행하여 자기 차례가 끝나면 다른 게이머의 플레이가 끝날 때까지 사람들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런 이유로 포트리스2를 하다가 남녀 커플로 맺어지는 사례가 빈번해 ‘포앤’(포트리스 애인)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다. 이미 1만2000개 PC방이 유료 등록해 놓고 있다. 당분간 쾌속 전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감마니아 코리아(임진록2)

이소프넷(드레곤 라자)

EA코리아는 EA(일렉트로닉아츠)의 한국 지사로 지난 98년 국내 진출 뒤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글화 작업 등 현지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성공 요인. 대표작은 월드컵축구게임을 소재로한 ‘FIFA 시리즈’다. 국가대항 축구경기에 유독 높은 관심을 보이는 국내 정서 탓인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FIFA 시리즈는 다른 PC 축구게임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완성도 높은 게임성으로 출시할 때마다 국내외 판매순위 상위에 랭크된다. EA는 최근 한국 게이머를 위해 따로 K리그를 추가했다.
안다미로(펌프 잇 업)
이 회사는 비디오 게임보드인 ‘마이더스’ 와 ‘스페이스’를 개발하여, 게임보드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이 되었다. 국내 최초로 저가격-고품질의 게임 보드를 상용화해 국산 게임 개발에 효과적인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DDR 열풍이 불 때 안다미로가 직접 만든 체감형 리듬액션 게임 ‘펌프 잇 업’(Pump It Up)은 일본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해 1500억원 상당의 수입대체효과를 보았다. 이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 것이 바로 펌프 잇 업의 PC 버전이었다.
지오인터렉티브(지오 골프)
이 회사는 무선 게임 장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다. 이 회사가 PDA와 모바일용으로 만든 대다수 게임들은 세계적 권위의 무선게임 순위 사이트에서 5위 안에 진입했다. 이중 ‘지오 골프’는 무선환경에서 3차원 입체화면을 깔끔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골프 코스와 똑같은 게임환경을 제공하고, PC 게임과 비슷한 스윙 게이지를 채택해 실제로 골프를 즐기는 듯한 친근감을 준다. 파워와 타이밍을 고려해 비거리, 훅, 슬라이스를 조정할 수 있다. 카시오, 컴팩 제품에 내장해 PPC 부분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였으며, Beyond.com과 같은 다국적 온라인 판매망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국내 게임계를 주도하는 이들 9개 업체는 요즘 세계적 게임사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게임 개발-유통 활동을 펼친다. 게임 전문가들은 “국내 PC 게임업계가 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해 더 넓은 시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제품의 질적 수준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