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이란 역겨운 영화를 혹시 보셨나요? 돼지를 가마니에 넣고 매달아 놓은 채 방망이로 마구 때려서 죽이잖아요.” 대학생 전상준씨(28)의 말이다. 전씨는 ‘지구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 94년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에게 채식은 단순한 식사습관이나 취향이 아닌 일종의 신념이다. “가축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늘 질병의 위협에 시달립니다. 그들은 값싼 사료를 고가의 육류로 변환시키는 기계가 돼버렸습니다.”
전씨는 지난해 ‘지구사랑’이라는 채식동호회를 만들어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채식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지구사랑은 유네스코에 의해 ‘대학생 채식동아리’로 지정받았을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30여년 동안 중앙아메리카 산림의 25%가 목장을 만들 목적으로 제거됐습니다. 산소를 공급하는 산림이 목축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면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처럼 채식을 통해 ‘삶의 터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전씨의 믿음이다.
회사원 김지혜씨(30)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했다. “광우병, 납 꽃게, 다이옥신이 가득 찬 어패류…. 채식을 하면 그런 것들과 관련된 걱정을 모두 덜 수 있어요.” 김씨는 채식을 시작하고부터 변비가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등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고기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개발된 야채 자장면, 라면을 먹으며 이겨냈다.
“평생을 날갯짓 한번 못한 닭, 송아지 때부터 성장호르몬을 맞는 소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아니에요?”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불고기’다. 콩을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해서 내놓으면 손님 접대에도 손색이 없다. “고기를 먹지 않고도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고기를 먹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검진 결과가 좋았습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인구가 확산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매년 세계채식주의자의 날(10월1일)에는 세계 각국에서 음식박람회, 요리시연회 등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이 동호회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채식전문 식당이 서울에만 10여 곳이 넘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료품점,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생겼다.
3월14일 서울 강남의 한 채식전문 음식점에 7명의 채식주의자들이 모였다. 닭죽, 탕수육, 햄, 불고기 등 준비된 음식은 모두 육류, 젓갈, 달걀은 물론 동물성분이 섞인 조미료조차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순식물성’ 요리. 이날 모임에 참여한 이관호씨(29·회사원)는 지난해 6월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이씨의 하루 식단은 채식주의자답게 단출하다. 아침식사는 된장찌개, 김, 김치 등으로 해결하고 점심에는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고기를 뺀 비빔밥, 김밥을 먹는다. 저녁식사도 샐러드와 야채, 고추장만 있으면 해결된다. “체력이 약해진다? 글쎄요. 딱 한 달만 채식을 해보세요. 몸이 훨씬 더 가벼워지고 지구력도 강해집니다.”
이씨는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개고기까지 즐길 만큼 육식을 좋아했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진돗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 채식을 시작한 계기. “천연기념물과 소, 돼지가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이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고깃집에 가더라도 동물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된장찌개를 시켜 먹으면 됩니다. 이젠 주변 사람들도 배려해 줍니다.” 이씨는 채식을 시작하고부터 담배를 끊었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술도 마시지 않는다. 이씨의 ‘채식 이데올로기’는 강력하다. 현대사회의 당면문제인 환경, 건강, 휴머니즘의 절대가치가 모두 채식 속에 함축돼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채식주의자들은 모두가 풀만 먹고 사는 사람들일까. 채식주의자들의 수가 늘어가면서 그들에 대한 정의도 세분화, 전문화돼 가고 있다. 꿀이나 우유도 동물성이라고 규정해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급진파로 통하는 이들은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애완동물의 사료도 채식만을 고집한다. 채소를 먹어도 생명을 만들어 내는 뿌리, 잎 부분을 먹지 않고 열매만 고집하는 더 급진적인 열매주의자(fruitarian)도 있다. 이 밖에도 유제품은 먹되 달걀은 먹지 않는 락토(lacto) 채식주의자,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락토오보(lacto ovo) 채식주의자, 유제품`-`달걀은 물론 생선도 먹는 페스코(pesco) 채식주의자, 닭고기까지 먹는 세미(semi) 채식주의자가 있다.
완전 채식 땐 영양 문제 생길 수도
30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최동환씨(53·회사원) 가족은 가족 모두가 채식주의자다. 최씨 가족은 우유를 마시는 락토 채식주의자에 속한다. “두 명의 아이들은 불행(?)하게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채식을 하게 된 셈이지요. 아무런 잔병도 없이 잘 자라 둘 다 모두 이젠 대학생이 됐습니다. 저는 채식으로 임상실험을 한 셈입니다. 그런 대로 괜찮은 작품(?)으로 성장했습니다.” 최씨는 “30년간 채식을 하며 살아온 본인과 태어나면서부터 채식을 한 아이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며 “채식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채식만으로도 건강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최순남 교수(삼육대 식품영양학)는 “식물성 식품엔 골다공증, 갱년기 장애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자기보호물질’이 들어 있고 곡류, 해조류, 우유 등을 골고루 섭취하면 채식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비건(완전채식주의자)의 경우엔 영양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교수는 “육류에는 병을 유발하는 물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일반인들이 식사를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건강관리법”이라고 추천했다.
전씨는 지난해 ‘지구사랑’이라는 채식동호회를 만들어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채식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지구사랑은 유네스코에 의해 ‘대학생 채식동아리’로 지정받았을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30여년 동안 중앙아메리카 산림의 25%가 목장을 만들 목적으로 제거됐습니다. 산소를 공급하는 산림이 목축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면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처럼 채식을 통해 ‘삶의 터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전씨의 믿음이다.
회사원 김지혜씨(30)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했다. “광우병, 납 꽃게, 다이옥신이 가득 찬 어패류…. 채식을 하면 그런 것들과 관련된 걱정을 모두 덜 수 있어요.” 김씨는 채식을 시작하고부터 변비가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등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고기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개발된 야채 자장면, 라면을 먹으며 이겨냈다.
“평생을 날갯짓 한번 못한 닭, 송아지 때부터 성장호르몬을 맞는 소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아니에요?”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불고기’다. 콩을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해서 내놓으면 손님 접대에도 손색이 없다. “고기를 먹지 않고도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고기를 먹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검진 결과가 좋았습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인구가 확산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매년 세계채식주의자의 날(10월1일)에는 세계 각국에서 음식박람회, 요리시연회 등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이 동호회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채식전문 식당이 서울에만 10여 곳이 넘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료품점,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생겼다.
3월14일 서울 강남의 한 채식전문 음식점에 7명의 채식주의자들이 모였다. 닭죽, 탕수육, 햄, 불고기 등 준비된 음식은 모두 육류, 젓갈, 달걀은 물론 동물성분이 섞인 조미료조차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순식물성’ 요리. 이날 모임에 참여한 이관호씨(29·회사원)는 지난해 6월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이씨의 하루 식단은 채식주의자답게 단출하다. 아침식사는 된장찌개, 김, 김치 등으로 해결하고 점심에는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고기를 뺀 비빔밥, 김밥을 먹는다. 저녁식사도 샐러드와 야채, 고추장만 있으면 해결된다. “체력이 약해진다? 글쎄요. 딱 한 달만 채식을 해보세요. 몸이 훨씬 더 가벼워지고 지구력도 강해집니다.”
이씨는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개고기까지 즐길 만큼 육식을 좋아했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진돗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 채식을 시작한 계기. “천연기념물과 소, 돼지가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이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고깃집에 가더라도 동물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된장찌개를 시켜 먹으면 됩니다. 이젠 주변 사람들도 배려해 줍니다.” 이씨는 채식을 시작하고부터 담배를 끊었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술도 마시지 않는다. 이씨의 ‘채식 이데올로기’는 강력하다. 현대사회의 당면문제인 환경, 건강, 휴머니즘의 절대가치가 모두 채식 속에 함축돼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채식주의자들은 모두가 풀만 먹고 사는 사람들일까. 채식주의자들의 수가 늘어가면서 그들에 대한 정의도 세분화, 전문화돼 가고 있다. 꿀이나 우유도 동물성이라고 규정해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급진파로 통하는 이들은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애완동물의 사료도 채식만을 고집한다. 채소를 먹어도 생명을 만들어 내는 뿌리, 잎 부분을 먹지 않고 열매만 고집하는 더 급진적인 열매주의자(fruitarian)도 있다. 이 밖에도 유제품은 먹되 달걀은 먹지 않는 락토(lacto) 채식주의자,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락토오보(lacto ovo) 채식주의자, 유제품`-`달걀은 물론 생선도 먹는 페스코(pesco) 채식주의자, 닭고기까지 먹는 세미(semi) 채식주의자가 있다.
완전 채식 땐 영양 문제 생길 수도
30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최동환씨(53·회사원) 가족은 가족 모두가 채식주의자다. 최씨 가족은 우유를 마시는 락토 채식주의자에 속한다. “두 명의 아이들은 불행(?)하게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채식을 하게 된 셈이지요. 아무런 잔병도 없이 잘 자라 둘 다 모두 이젠 대학생이 됐습니다. 저는 채식으로 임상실험을 한 셈입니다. 그런 대로 괜찮은 작품(?)으로 성장했습니다.” 최씨는 “30년간 채식을 하며 살아온 본인과 태어나면서부터 채식을 한 아이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며 “채식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채식만으로도 건강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최순남 교수(삼육대 식품영양학)는 “식물성 식품엔 골다공증, 갱년기 장애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자기보호물질’이 들어 있고 곡류, 해조류, 우유 등을 골고루 섭취하면 채식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비건(완전채식주의자)의 경우엔 영양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교수는 “육류에는 병을 유발하는 물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일반인들이 식사를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건강관리법”이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