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의 IT산업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한국이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설 수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강국론을 ‘벤치 마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북한 당국이 평양에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기로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합의한 것은 남북한 IT 교류협력을 통한 경제발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이 꾀하고 있는 경제회생 방안의 핵심은 무엇일까. 해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사하는 ‘단번 도약의 축지법’이다.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의 컴퓨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북한이 2001년을 맞아 새롭게 주장하고 있는 ‘신사고’론의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중심의 ‘단번 도약’이라는 야심 찬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통일연구원의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북한 신사고론의 의도 및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신사고’론의 핵심 배경을 이른바 IT(정보기술) 산업 중심의 단번 도약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재진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신사고론의 핵심 내용은 △사상 우선에서 경제회생 우선으로 정책의 우선순위 변경 △중국처럼 전통 산업(농업)을 통한 경제 회생이 아닌 첨단산업이 주도하는 ‘단번 도약’ 추격 전략 △‘단번 도약’을 위한 주력산업으로 정보통신산업 육성 △자본과 기술 유치를 위한 대외개방의 가속화 등 네 가지다. 요컨대 IT산업을 북한의 주력산업으로 특화하여 북한의 경제를 회생하고 선진국을 따라잡아 경제적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이미 김정일 위원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보에서 엿보였다. 북한 당국이 기존의 사상-총대 중시에 더해 과학기술 중시를 부쩍 내세운 것은 지난해부터. 그러나 과학기술과 IT산업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관심은 98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그해 8월의 광명성 1호 시험발사였다. ‘우리는 단번 도약의 본때를 이미 맛보았다.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1호의 탄생도 그것이었고 토지정리의 천지개벽도 그것이었다’(노동신문, 정론: 더 용감하게, 더 빨리, 더 높이, 2001.1.7).
그 뒤로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5월 1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베이징의 중관촌(中關村)을 방문한 이후 정책 방향은 점차 구체성을 띠게 된다. 북한 당국은 6월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한 달 뒤인 7월4일에 ‘과학중시사상을 틀어쥐고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을 내놓는다. ‘우리나라는 영토도 크지 않고 자원도 제한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자원이나 캐서 팔아먹을 내기만 하면 남는 것은 빈 굴과 황폐화한 강산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거기에서 먹는 문제도 풀고 경제강국도 건설해야 한다. 과학기술만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간고한 투쟁에서 체득한 고귀한 진리다’(노동신문·근로자 2000.7.4).
서재진 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중국과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바로 IT산업의 적극 추진을 위한 대외적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IT산업에서 경제회생의 활로를 찾겠다는 김정일의 아이디어와 전략은 200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처음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몇 년간의 장고 끝에 나온 정책이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EU(유럽연합) 국가와의 발빠른 수교 등 대외관계를 급격히 개선하고 나선 데는 이런 내부적 발전전략의 마스터플랜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IT산업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한국이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설 수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강국론을 ‘벤치 마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남한 IT업계 관계자들을 잇달아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IT 분야 우선의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IT기업들의 대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북한 조선콤퓨터센터와 베이징에 ‘삼성-조선콤퓨터 소프트웨어 공동협력 개발센터’ 개소식을 갖고 소프트웨어(S/W) 공동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온세통신이 북한 금강산관광총회사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지역 통신망을 위성으로 연결하는 통신망 구축사업에 합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말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이 북한 전자공업성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인민대학습당에서 북한 과학기술 전문가 500여 명을 상대로 ‘디지털 경제’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또 지난 2월에는 남한 IT 관련 인사 8명이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방북해 남북 IT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때 방북한 남북경협 정보통신업체인 하나비즈닷컴 문광승 대표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및 평양정보센터(PIC)와 공동으로 중국 단둥(丹東)-신의주 IT단지(단둥-신의주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밸리) 조성을 위한 남북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최근 북한 당국(교육성)이 평양에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기로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과 합의한 것은 남북한 IT 교류협력을 통한 경제발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 당국은 평양과기대 설립안에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정보기술(IT) 및 생명기술(BT), 국제무역 및 실용영어를 교육하여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는 산업사회를 거치지 않고 지식정보사회로 바로 진입하려는 북한 경제개발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 남한과 손잡고 정보화시대 북한 경제를 이끌 최고 엘리트를 키워내는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 재단에 따르면 평양과기대는 우선 내년 9월 500명 정원의 박사원(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개교하고 2003년 4월 3000여명 정원의 학부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남한 IT분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산(知産) 복합단지도 이 대학에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평양과기대의 학사운영 자문역을 맡고 국내 연구진이 교수로 참여한다. 대부분 남한 및 해외동포로 구성될 교수진과 북한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정보통신공학부-생물화공학부-상경학부로 구성되는 3개 학부 학생들은 모두 필수과목으로 영어를 배우게 된다. .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지 않고 지식정보화로 직행하겠다는 ‘김정일식 축지법’ 앞에는 넘어야 할 험준한 장애물들이 적지 않다. 첫번째 장애물은 북한의 허약한 IT 인프라 기반이다. “현재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남한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은 남한의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통신보고서’에 의하면 1997년 기준으로 북한의 통신 회선은 약 120만 회선이며 전화보급률은 인구 100명당 5회선 수준이다”(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따라서 이태섭 연구위원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북한의 낙후된 H/W 분야의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다. 남북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어야 하고, 전화교환기 교체와 광섬유 케이블화 공사 등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세나르 체제와 대북 전략물자 반출 제한 같은 외부의 제약은 여전히 ‘김정일 축지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기존의 대 공산권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이 공산권 붕괴와 함께 94년 3월 해체됨으로써 이를 대체하기 위한 후속체제로 97년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의 수출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중용도 품목은 제품의 기능에 따라 신소재,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 레이저 센서, 항법-추진장치 등 아홉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남한 정부의 전략물자 반출 제한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바세나르 협정을 근거로 남북경협에서 신소재-전자장비-통신-정보보안 등 전략물자 관련 사업을 반출 제한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9년 6월 현대전자가 삼천리총회사와 컴퓨터 생산설비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시설자재 반출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불허했다.
두번째 장애물은 인터넷 인프라의 건설과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막는 내부 여건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IT ‘전문인력’이 10만 명쯤 된다고 말하지만 말이 ‘전문인력’이지 실제로는 남한의 중학생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기자가 방문한 조선컴퓨터센터만 해도 북한에서 S/W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알려졌으나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 북한의 S/W 개발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S/W 중심의 인도식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극동문제연구소 김유향 연구원은 “S/W 개발 중심의 인도의 IT산업은 국력 신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실패한 모델”이라고 전제하고 “북한이 IT 인프라에 기초한 서구식 모델을 따르지 않고 인도식 모델을 추구한다면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의 변화와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전세계적인 디지털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축지법’의 성패 여부는 김정일의 개방 의지와 북한이 처한 현실의 갭을 어떻게 메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는 곧 I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로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한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국제 인터넷 망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적 준비를 마치고 김정일 위원장의 최종 지시만 남겨 놓고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5월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국제 인터넷 망 가동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북한이 꾀하고 있는 경제회생 방안의 핵심은 무엇일까. 해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사하는 ‘단번 도약의 축지법’이다.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의 컴퓨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북한이 2001년을 맞아 새롭게 주장하고 있는 ‘신사고’론의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중심의 ‘단번 도약’이라는 야심 찬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통일연구원의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북한 신사고론의 의도 및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신사고’론의 핵심 배경을 이른바 IT(정보기술) 산업 중심의 단번 도약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재진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신사고론의 핵심 내용은 △사상 우선에서 경제회생 우선으로 정책의 우선순위 변경 △중국처럼 전통 산업(농업)을 통한 경제 회생이 아닌 첨단산업이 주도하는 ‘단번 도약’ 추격 전략 △‘단번 도약’을 위한 주력산업으로 정보통신산업 육성 △자본과 기술 유치를 위한 대외개방의 가속화 등 네 가지다. 요컨대 IT산업을 북한의 주력산업으로 특화하여 북한의 경제를 회생하고 선진국을 따라잡아 경제적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이미 김정일 위원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보에서 엿보였다. 북한 당국이 기존의 사상-총대 중시에 더해 과학기술 중시를 부쩍 내세운 것은 지난해부터. 그러나 과학기술과 IT산업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관심은 98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그해 8월의 광명성 1호 시험발사였다. ‘우리는 단번 도약의 본때를 이미 맛보았다.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1호의 탄생도 그것이었고 토지정리의 천지개벽도 그것이었다’(노동신문, 정론: 더 용감하게, 더 빨리, 더 높이, 2001.1.7).
그 뒤로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5월 1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베이징의 중관촌(中關村)을 방문한 이후 정책 방향은 점차 구체성을 띠게 된다. 북한 당국은 6월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한 달 뒤인 7월4일에 ‘과학중시사상을 틀어쥐고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을 내놓는다. ‘우리나라는 영토도 크지 않고 자원도 제한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자원이나 캐서 팔아먹을 내기만 하면 남는 것은 빈 굴과 황폐화한 강산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거기에서 먹는 문제도 풀고 경제강국도 건설해야 한다. 과학기술만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간고한 투쟁에서 체득한 고귀한 진리다’(노동신문·근로자 2000.7.4).
서재진 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중국과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바로 IT산업의 적극 추진을 위한 대외적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IT산업에서 경제회생의 활로를 찾겠다는 김정일의 아이디어와 전략은 200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처음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몇 년간의 장고 끝에 나온 정책이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EU(유럽연합) 국가와의 발빠른 수교 등 대외관계를 급격히 개선하고 나선 데는 이런 내부적 발전전략의 마스터플랜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IT산업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한국이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설 수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강국론을 ‘벤치 마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남한 IT업계 관계자들을 잇달아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IT 분야 우선의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IT기업들의 대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북한 조선콤퓨터센터와 베이징에 ‘삼성-조선콤퓨터 소프트웨어 공동협력 개발센터’ 개소식을 갖고 소프트웨어(S/W) 공동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온세통신이 북한 금강산관광총회사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지역 통신망을 위성으로 연결하는 통신망 구축사업에 합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말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이 북한 전자공업성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인민대학습당에서 북한 과학기술 전문가 500여 명을 상대로 ‘디지털 경제’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또 지난 2월에는 남한 IT 관련 인사 8명이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방북해 남북 IT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때 방북한 남북경협 정보통신업체인 하나비즈닷컴 문광승 대표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및 평양정보센터(PIC)와 공동으로 중국 단둥(丹東)-신의주 IT단지(단둥-신의주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밸리) 조성을 위한 남북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최근 북한 당국(교육성)이 평양에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기로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과 합의한 것은 남북한 IT 교류협력을 통한 경제발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 당국은 평양과기대 설립안에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정보기술(IT) 및 생명기술(BT), 국제무역 및 실용영어를 교육하여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는 산업사회를 거치지 않고 지식정보사회로 바로 진입하려는 북한 경제개발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 남한과 손잡고 정보화시대 북한 경제를 이끌 최고 엘리트를 키워내는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 재단에 따르면 평양과기대는 우선 내년 9월 500명 정원의 박사원(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개교하고 2003년 4월 3000여명 정원의 학부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남한 IT분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산(知産) 복합단지도 이 대학에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평양과기대의 학사운영 자문역을 맡고 국내 연구진이 교수로 참여한다. 대부분 남한 및 해외동포로 구성될 교수진과 북한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정보통신공학부-생물화공학부-상경학부로 구성되는 3개 학부 학생들은 모두 필수과목으로 영어를 배우게 된다. .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지 않고 지식정보화로 직행하겠다는 ‘김정일식 축지법’ 앞에는 넘어야 할 험준한 장애물들이 적지 않다. 첫번째 장애물은 북한의 허약한 IT 인프라 기반이다. “현재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남한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은 남한의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통신보고서’에 의하면 1997년 기준으로 북한의 통신 회선은 약 120만 회선이며 전화보급률은 인구 100명당 5회선 수준이다”(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따라서 이태섭 연구위원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북한의 낙후된 H/W 분야의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다. 남북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어야 하고, 전화교환기 교체와 광섬유 케이블화 공사 등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세나르 체제와 대북 전략물자 반출 제한 같은 외부의 제약은 여전히 ‘김정일 축지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기존의 대 공산권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이 공산권 붕괴와 함께 94년 3월 해체됨으로써 이를 대체하기 위한 후속체제로 97년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의 수출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중용도 품목은 제품의 기능에 따라 신소재,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 레이저 센서, 항법-추진장치 등 아홉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남한 정부의 전략물자 반출 제한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바세나르 협정을 근거로 남북경협에서 신소재-전자장비-통신-정보보안 등 전략물자 관련 사업을 반출 제한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9년 6월 현대전자가 삼천리총회사와 컴퓨터 생산설비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시설자재 반출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불허했다.
두번째 장애물은 인터넷 인프라의 건설과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막는 내부 여건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IT ‘전문인력’이 10만 명쯤 된다고 말하지만 말이 ‘전문인력’이지 실제로는 남한의 중학생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기자가 방문한 조선컴퓨터센터만 해도 북한에서 S/W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알려졌으나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 북한의 S/W 개발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S/W 중심의 인도식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극동문제연구소 김유향 연구원은 “S/W 개발 중심의 인도의 IT산업은 국력 신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실패한 모델”이라고 전제하고 “북한이 IT 인프라에 기초한 서구식 모델을 따르지 않고 인도식 모델을 추구한다면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의 변화와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전세계적인 디지털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축지법’의 성패 여부는 김정일의 개방 의지와 북한이 처한 현실의 갭을 어떻게 메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는 곧 I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로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한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국제 인터넷 망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적 준비를 마치고 김정일 위원장의 최종 지시만 남겨 놓고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5월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국제 인터넷 망 가동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