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을 빨리 해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3월2일 진념 경제부총리) 이는 진부총리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대우차 문제로 실업이 발생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같은 고통과 결단이 없으면 대우차 전체가 문을 닫게 되고 모두가 실업자가 된다”(2월20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는 지적처럼 대우차가 2월16일 사상 최대인 1750여명을 정리해고하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연 대우차 문제는 조속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앞길은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수익성 없는 일부 공장은 청산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사회적 안전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리는 근로자들의 저항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대우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는 게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 지난해 대우차 매각을 위한 국제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포드자동차가 ‘갑작스럽게’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GM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2월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곧 GM이 대우차 인수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대우차 문제 해결 방안은 해외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대우차 노조 등 일각에서는 공기업화를 통한 독자생존론을 주장하지만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짝짓기’ 등을 통해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기술력이 빈약한 대우차가 독자생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정부와 채권단은 3월 초 열리는 GM 이사회에 큰 기대를 표시해 왔다.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 건을 통과시키고, 3월10일쯤 대우차 인수와 관련된 제안서를 낼 것으로 예상해 왔던 것. 그러나 3월3일 현재 GM이 이사회에 대우차 인수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우리의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CNN 방송에서 거의 매일 대우차 근로자들의 시위 장면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우차 인수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GM 자신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GM은 최근 미국 경기의 하강으로 북미 자동차시장이 얼어붙자 현금 흐름을 최우선시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GM의 가장 오랜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던 올즈모빌 공장도 폐쇄했다. 미국 내에서도 선호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캐딜락급의 이 차종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GM은 아직도 대우차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도 대우차 인수팀이 한국에 상주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것. GM코리아 이기섭 상무는 “GM은 대우차 인수를 위한 준비도 준비지만 인수 이후 대우차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았고, 공장을 누가 책임질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대우차 인수 협상을 위한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GM이 이처럼 대우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 자원을 북미시장 등 성숙시장에서 ‘떠오르는’ 시장 쪽으로 재배치하는 차원에서도 대우차 인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GM은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이후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대우차 인수 포기 선언 이후 한국 내에서 일었던 ‘반(反) 포드’ 정서에서 보듯 GM이 대우차에서 발을 뺐을 경우 한국 내에서 일 수 있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차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한국 내에서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GM으로서는 그같은 역풍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우차가 영업수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왔다는 점도 GM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한 원인이었다는 게 대우차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대우차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영업 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은행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채권단 지원 등 외부의 ‘자금 수혈’ 없이는 대우차가 하루라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도 된다.
대우차가 지난해에 기록한 영업수지 적자는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 관계자는 “GM으로서는 자신들이 대우차를 인수해도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므로 선뜻 인수 협상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차가 금년 하반기에 영업수지를 맞추는 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리해고를 끝냈고, 협력업체들도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어 7월 이후에는 영업수지를 맞추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GM과의 협상에서 ‘일반이 생각하는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대우차 일각에서는 “대우차의 기업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헐값 매각론’ ‘국부 유출론’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GM과의 매각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98년 봄 세계적 경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사가 작성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한 자본 재구성’이라는 보고서 내용은 음미할 만하다. 매킨지사는 이 보고서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한국 기업인들조차 불량으로 생각하는 매물을 우선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국제 인수-합병(M&A) 거래의 기본인 기업의 향후 수익률을 보여주는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가치평가’ 개념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협상 단계에서 양측의 가격 차이가 2~5배나 벌어지고 있다는 것.
대우차의 기업가치와 관련,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지난해 포드가 제시한 7조7000억원. 원래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관례이나 당시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밝힘으로써 일반에 알려졌다. 그러나 포드는 대우차 실사를 마친 뒤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것이 협상이 깨진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이용근 당시 위원장의 발설은 대우차 매각 가격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 수준을 쓸데없이 높여놓았다는 점에서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최고 경영자(CEO)인 릭 왜고너 등 GM 경영진들은 대우차 인수와 관련, 기회 있을 때마다 “정확한 가격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말하는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우차 매각 가격에 대한 우리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대우차 국제 입찰 당시 GM이 제시했던 4조6000억원 선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대우차 가치를 당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일부에서는 GM이 1조원 안팎의 최소한의 현금만 투입하는 대신 국내 채권단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과연 정부와 채권단이 국민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대우차 문제는 이미 ‘정치적인’ 문제가 된 셈이다.
과연 대우차 문제는 조속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앞길은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수익성 없는 일부 공장은 청산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사회적 안전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리는 근로자들의 저항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대우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는 게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 지난해 대우차 매각을 위한 국제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포드자동차가 ‘갑작스럽게’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GM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2월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곧 GM이 대우차 인수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대우차 문제 해결 방안은 해외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대우차 노조 등 일각에서는 공기업화를 통한 독자생존론을 주장하지만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짝짓기’ 등을 통해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기술력이 빈약한 대우차가 독자생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정부와 채권단은 3월 초 열리는 GM 이사회에 큰 기대를 표시해 왔다.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 건을 통과시키고, 3월10일쯤 대우차 인수와 관련된 제안서를 낼 것으로 예상해 왔던 것. 그러나 3월3일 현재 GM이 이사회에 대우차 인수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우리의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CNN 방송에서 거의 매일 대우차 근로자들의 시위 장면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우차 인수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GM 자신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GM은 최근 미국 경기의 하강으로 북미 자동차시장이 얼어붙자 현금 흐름을 최우선시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GM의 가장 오랜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던 올즈모빌 공장도 폐쇄했다. 미국 내에서도 선호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캐딜락급의 이 차종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GM은 아직도 대우차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도 대우차 인수팀이 한국에 상주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것. GM코리아 이기섭 상무는 “GM은 대우차 인수를 위한 준비도 준비지만 인수 이후 대우차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았고, 공장을 누가 책임질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대우차 인수 협상을 위한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GM이 이처럼 대우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 자원을 북미시장 등 성숙시장에서 ‘떠오르는’ 시장 쪽으로 재배치하는 차원에서도 대우차 인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GM은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이후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대우차 인수 포기 선언 이후 한국 내에서 일었던 ‘반(反) 포드’ 정서에서 보듯 GM이 대우차에서 발을 뺐을 경우 한국 내에서 일 수 있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차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한국 내에서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GM으로서는 그같은 역풍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우차가 영업수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왔다는 점도 GM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한 원인이었다는 게 대우차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대우차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영업 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은행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채권단 지원 등 외부의 ‘자금 수혈’ 없이는 대우차가 하루라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도 된다.
대우차가 지난해에 기록한 영업수지 적자는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 관계자는 “GM으로서는 자신들이 대우차를 인수해도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므로 선뜻 인수 협상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차가 금년 하반기에 영업수지를 맞추는 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리해고를 끝냈고, 협력업체들도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어 7월 이후에는 영업수지를 맞추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GM과의 협상에서 ‘일반이 생각하는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대우차 일각에서는 “대우차의 기업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헐값 매각론’ ‘국부 유출론’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GM과의 매각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98년 봄 세계적 경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사가 작성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한 자본 재구성’이라는 보고서 내용은 음미할 만하다. 매킨지사는 이 보고서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한국 기업인들조차 불량으로 생각하는 매물을 우선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국제 인수-합병(M&A) 거래의 기본인 기업의 향후 수익률을 보여주는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가치평가’ 개념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협상 단계에서 양측의 가격 차이가 2~5배나 벌어지고 있다는 것.
대우차의 기업가치와 관련,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지난해 포드가 제시한 7조7000억원. 원래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관례이나 당시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밝힘으로써 일반에 알려졌다. 그러나 포드는 대우차 실사를 마친 뒤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것이 협상이 깨진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이용근 당시 위원장의 발설은 대우차 매각 가격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 수준을 쓸데없이 높여놓았다는 점에서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최고 경영자(CEO)인 릭 왜고너 등 GM 경영진들은 대우차 인수와 관련, 기회 있을 때마다 “정확한 가격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말하는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우차 매각 가격에 대한 우리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대우차 국제 입찰 당시 GM이 제시했던 4조6000억원 선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대우차 가치를 당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일부에서는 GM이 1조원 안팎의 최소한의 현금만 투입하는 대신 국내 채권단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과연 정부와 채권단이 국민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대우차 문제는 이미 ‘정치적인’ 문제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