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말고 다른 여자 없어?”
“당연히 없지.”
“거짓말하지 마, 탐지기가 아니라잖아.”
“….”
“그럼 어제 어디에 있었어?”
“도서관에….”
“거짓말하지 말라니까.”
서울 K대학 4학년 김모군(22)은 최근 애인에게 선물한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자’는 뜻에서 선물한 탐지기가 그를 옭아매는 감시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사람의 음성만으로 진실과 거짓 여부를 가려준다는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의 위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올해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연인을 위한 선물 품목 중 최고 인기상품은 이른바 ‘불신(不信) 탐지기’들이다. ‘진실을 확인해요’-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애인의 편안한 목욕탕, 화장실 출입을 위해’-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 ‘어떤 종류의 카메라도 잡아낸다’-무인단속카메라 탐지기 등…. 5만∼6만원 선의 이들 상품은 모두 한손에 들어오는 소형인데다 디자인까지 예뻐 성능의 진위와 관계없이 지난해 히트 발명 상품에 끼일 정도로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거짓말과 사생활 침해가 난무하는 불신사회가 만들어 낸 이기(利器)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공해 품목’인가. 갖가지 종류의 ‘불신 탐지기’들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쾌감’을 창출하며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중 국내 벤처업체인 911컴퓨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핸디 트러스터’의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출시되자마자 국내에서만 4만대가 팔렸고 올 들어서는 백화점과 음료수 회사의 경품으로 등장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휴대폰 발신번호 확인, 위치 추적 서비스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나 외출이 잦은 아내, 양다리를 걸친 연인들은 끝장입니다.”
서울 테크노마트 전자상가 판매상 이모씨(35)는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젊은 연인들에게 이렇게 부추긴다. 그는 “5만∼6만원대의 탐지기를 청소년들도 많이 구입한다”고 덧붙였다.
핸디 트러스터는 CNN, NHK,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세계 언론사들에 의해 ‘기발한 완구’ 상품으로 보도되면서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일본, 미국, 대만, 심지어 아프리카에서까지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태.
이스라엘 트러스트 테크사의 음성 거짓말 탐지 소프트웨어를 IC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 업체는 거짓말 탐지기를 핸드폰과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면 LCD액정 화면의 사과가 9단계로 갉아 들어가며 거짓말의 정도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 수치를 보여준다. 완벽한 거짓말일 경우 사과는 없어지고 벌레가 나오며 일반 대화 때는 물론, 휴대폰에 연결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트러스터는 연인들뿐만 아니라 은행원이나 심지어 일선 형사들까지 이용하고 있다. 서울 C은행 투자상담사 이모씨(41)는 “회사의 수익을 부풀리거나 자사 제품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업체들이 많아 목걸이처럼 메고 시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A경찰서 형사계는 휴대용 탐지기 두 대를 구입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경우. 완구용으로 나온 거짓말 탐지기를 수사용 거짓말 탐지 장비인 것처럼 가장해 사용하고 있는 것. 즉,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피의자들의 심리적 압박용으로 유효하다는 게 경찰의 반응이다.
하지만 경찰청 과학수사과 홍범기 경사는 “단지 장난감일 뿐, 수사학적으로는 아직 전혀 검증되지 못한 탐지 방법이며 이스라엘에서도 테러범 수사를 위해서만으로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트러스터의 성능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문제는 회사가 내세우는 완구용 탐지기의 거짓말 판별률이 82%에 달한다는 데 있다. 열 번의 거짓말 중 여덟 번은 들통이 나는 셈. 이 수준이면 ‘성인완구일 뿐’이라는 회사측 주장이 무색해진다. 실제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호흡-맥박형 거짓말 탐지기와 트러스터의 원천 기술인 이스라엘 거짓말 탐지 소프트웨어의 판별률도 8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이 제품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사이나 이해관계자 간에 불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911컴퓨터측은 “미국 바이어들의 실험 결과 판별 정확도가 69% 정도로 나왔다”며 “31%의 오판율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나 여타 심각한 판단의 잣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거짓말 판별률을 번복했다. 하지만 70%에 가까운 판별률에 대해서도 ‘감시 사회’를 조장한다거나 ‘건강한 거짓말을 죽이는 기계’라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기계 때문에 애인과 헤어졌다” “친구들이 나를 피한다” “흥미로 시작해 싸움으로 끝난다” 등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이 회사 한찬면 부사장은 “진실 게임을 즐기라는 취지에서 만든 완구일 뿐 트러스터를 진실을 가리는 완벽한 잣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달리 언제 어디에서 당할지 모르는 사생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형 불신 탐지기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가 바로 그것. 지난해 2월 휴대용 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 ‘안시미’를 개발한 ㈜아미테크는 지난 한해 3만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 1월 한달 동안에만 5000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백지영 비디오 사건이 터진 지난해 11월 이후 매상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들어서 부산과 대구 등지의 여관에서 잇따라 발생한 ‘나도 몰카의 주인공’ 사건이 몰카 탐지기 ‘안시미’의 판매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것.
지난해 시판 당시에는 국회 각 의원실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주문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20, 30대 여성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형 휴대 탐지기보다 크기가 작고 오작동의 확률이 적다는 점, 가격대가 5만원 선으로 일본 상품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국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받는 이유다.
“소리가 안 나는 매너 기능과 라이터 만한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염려가 없어서 좋아요.” 회사원 김모씨(32)는 동료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화장실과 탈의실 몰카를 다운받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당장 애인에게 몰카 탐지기를 구입해 줬다.
실제로 탐지기를 구입한 고객이 몰카가 설치된 사실을 발견한 사례도 많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아미테크에는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34)라고 이름을 밝힌 이 사람은 휴대용 탐지기를 작동시켰더니 벨이 계속 울린다는 것이었다. 몰카가 설치돼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고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고객은 그 후 연락이 없었다. 아미테크 조길형 대리는 “판매 리스트를 보고 나중에 확인해 봤더니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고 여관 업자와 모종의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모씨(45)는 탐지기를 통해 모여관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다음날 경찰과 함께 여관을 덮쳤지만 이미 카메라는 사라진 뒤였다. 몰카 설치에 열받은 이씨가 TV 스피커에 설치된 직경 1mm의 몰카 렌즈 앞에 껌을 붙여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몰카 설치 사실이 발각된 것을 눈치챈 업자들이 이씨가 나간 사이 몰카를 치워 버린 것.
반대로 여관 업자들이 아예 탐지기를 사서 카운터 앞에 비치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 강동구 A여관은 몰카-도청탐지기 3대를 비치하고 여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이를 사용 후 반납토록 하고 있다. 이 여관 주인 김모씨(54)는 “우리 여관에는 몰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줌으로써 고객들이 두려움 없이 객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탐지기와 달리 무인과속카메라 탐지기의 사용은 업자가 불법 전파를 무단으로 사용하는데다 공권력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탐지 행위 자체가 명백한 불법행위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웬만한 카 인테리어점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문 판매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수거중입니다. 국내 무인단속카메라는 자체에서 전파 발생이 안 되기 때문에 업자들이 전파발신기를 단속카메라 주위에 심어놓습니다. 심어놓은 전파발신기를 탐지해 파내면 또 심어놓고 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신현철 경위는 지난해 5월 판매 업자들의 무더기 구속 이후 올 들어 또다시 구입 붐이 일어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단속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경찰과 업자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쯤 이들 탐지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역탐지 장치가 개발되고 있을 겁니다. 탐지장치가 잘 팔린다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기기도 잘 팔리겠죠.” 서울 청계천 상가의 한 몰래카메라 업자의 말처럼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 사이의 ‘창’과 ‘방패’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회사 일로 조금 늦을 거야” 라는 보통사람들의 흔한 거짓말마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삭막한 사회를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없지.”
“거짓말하지 마, 탐지기가 아니라잖아.”
“….”
“그럼 어제 어디에 있었어?”
“도서관에….”
“거짓말하지 말라니까.”
서울 K대학 4학년 김모군(22)은 최근 애인에게 선물한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자’는 뜻에서 선물한 탐지기가 그를 옭아매는 감시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사람의 음성만으로 진실과 거짓 여부를 가려준다는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의 위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올해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연인을 위한 선물 품목 중 최고 인기상품은 이른바 ‘불신(不信) 탐지기’들이다. ‘진실을 확인해요’-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애인의 편안한 목욕탕, 화장실 출입을 위해’-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 ‘어떤 종류의 카메라도 잡아낸다’-무인단속카메라 탐지기 등…. 5만∼6만원 선의 이들 상품은 모두 한손에 들어오는 소형인데다 디자인까지 예뻐 성능의 진위와 관계없이 지난해 히트 발명 상품에 끼일 정도로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거짓말과 사생활 침해가 난무하는 불신사회가 만들어 낸 이기(利器)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공해 품목’인가. 갖가지 종류의 ‘불신 탐지기’들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쾌감’을 창출하며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중 국내 벤처업체인 911컴퓨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 ‘핸디 트러스터’의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출시되자마자 국내에서만 4만대가 팔렸고 올 들어서는 백화점과 음료수 회사의 경품으로 등장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휴대폰 발신번호 확인, 위치 추적 서비스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나 외출이 잦은 아내, 양다리를 걸친 연인들은 끝장입니다.”
서울 테크노마트 전자상가 판매상 이모씨(35)는 휴대용 거짓말 탐지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젊은 연인들에게 이렇게 부추긴다. 그는 “5만∼6만원대의 탐지기를 청소년들도 많이 구입한다”고 덧붙였다.
핸디 트러스터는 CNN, NHK,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세계 언론사들에 의해 ‘기발한 완구’ 상품으로 보도되면서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일본, 미국, 대만, 심지어 아프리카에서까지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태.
이스라엘 트러스트 테크사의 음성 거짓말 탐지 소프트웨어를 IC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 업체는 거짓말 탐지기를 핸드폰과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면 LCD액정 화면의 사과가 9단계로 갉아 들어가며 거짓말의 정도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 수치를 보여준다. 완벽한 거짓말일 경우 사과는 없어지고 벌레가 나오며 일반 대화 때는 물론, 휴대폰에 연결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트러스터는 연인들뿐만 아니라 은행원이나 심지어 일선 형사들까지 이용하고 있다. 서울 C은행 투자상담사 이모씨(41)는 “회사의 수익을 부풀리거나 자사 제품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업체들이 많아 목걸이처럼 메고 시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A경찰서 형사계는 휴대용 탐지기 두 대를 구입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경우. 완구용으로 나온 거짓말 탐지기를 수사용 거짓말 탐지 장비인 것처럼 가장해 사용하고 있는 것. 즉,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피의자들의 심리적 압박용으로 유효하다는 게 경찰의 반응이다.
하지만 경찰청 과학수사과 홍범기 경사는 “단지 장난감일 뿐, 수사학적으로는 아직 전혀 검증되지 못한 탐지 방법이며 이스라엘에서도 테러범 수사를 위해서만으로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트러스터의 성능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문제는 회사가 내세우는 완구용 탐지기의 거짓말 판별률이 82%에 달한다는 데 있다. 열 번의 거짓말 중 여덟 번은 들통이 나는 셈. 이 수준이면 ‘성인완구일 뿐’이라는 회사측 주장이 무색해진다. 실제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호흡-맥박형 거짓말 탐지기와 트러스터의 원천 기술인 이스라엘 거짓말 탐지 소프트웨어의 판별률도 8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이 제품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사이나 이해관계자 간에 불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911컴퓨터측은 “미국 바이어들의 실험 결과 판별 정확도가 69% 정도로 나왔다”며 “31%의 오판율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나 여타 심각한 판단의 잣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거짓말 판별률을 번복했다. 하지만 70%에 가까운 판별률에 대해서도 ‘감시 사회’를 조장한다거나 ‘건강한 거짓말을 죽이는 기계’라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기계 때문에 애인과 헤어졌다” “친구들이 나를 피한다” “흥미로 시작해 싸움으로 끝난다” 등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이 회사 한찬면 부사장은 “진실 게임을 즐기라는 취지에서 만든 완구일 뿐 트러스터를 진실을 가리는 완벽한 잣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달리 언제 어디에서 당할지 모르는 사생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형 불신 탐지기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가 바로 그것. 지난해 2월 휴대용 몰래카메라-도청 탐지기 ‘안시미’를 개발한 ㈜아미테크는 지난 한해 3만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 1월 한달 동안에만 5000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백지영 비디오 사건이 터진 지난해 11월 이후 매상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들어서 부산과 대구 등지의 여관에서 잇따라 발생한 ‘나도 몰카의 주인공’ 사건이 몰카 탐지기 ‘안시미’의 판매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것.
지난해 시판 당시에는 국회 각 의원실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주문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20, 30대 여성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형 휴대 탐지기보다 크기가 작고 오작동의 확률이 적다는 점, 가격대가 5만원 선으로 일본 상품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국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받는 이유다.
“소리가 안 나는 매너 기능과 라이터 만한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염려가 없어서 좋아요.” 회사원 김모씨(32)는 동료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화장실과 탈의실 몰카를 다운받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당장 애인에게 몰카 탐지기를 구입해 줬다.
실제로 탐지기를 구입한 고객이 몰카가 설치된 사실을 발견한 사례도 많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아미테크에는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34)라고 이름을 밝힌 이 사람은 휴대용 탐지기를 작동시켰더니 벨이 계속 울린다는 것이었다. 몰카가 설치돼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고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고객은 그 후 연락이 없었다. 아미테크 조길형 대리는 “판매 리스트를 보고 나중에 확인해 봤더니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고 여관 업자와 모종의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모씨(45)는 탐지기를 통해 모여관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다음날 경찰과 함께 여관을 덮쳤지만 이미 카메라는 사라진 뒤였다. 몰카 설치에 열받은 이씨가 TV 스피커에 설치된 직경 1mm의 몰카 렌즈 앞에 껌을 붙여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몰카 설치 사실이 발각된 것을 눈치챈 업자들이 이씨가 나간 사이 몰카를 치워 버린 것.
반대로 여관 업자들이 아예 탐지기를 사서 카운터 앞에 비치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 강동구 A여관은 몰카-도청탐지기 3대를 비치하고 여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이를 사용 후 반납토록 하고 있다. 이 여관 주인 김모씨(54)는 “우리 여관에는 몰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줌으로써 고객들이 두려움 없이 객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탐지기와 달리 무인과속카메라 탐지기의 사용은 업자가 불법 전파를 무단으로 사용하는데다 공권력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탐지 행위 자체가 명백한 불법행위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웬만한 카 인테리어점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문 판매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수거중입니다. 국내 무인단속카메라는 자체에서 전파 발생이 안 되기 때문에 업자들이 전파발신기를 단속카메라 주위에 심어놓습니다. 심어놓은 전파발신기를 탐지해 파내면 또 심어놓고 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신현철 경위는 지난해 5월 판매 업자들의 무더기 구속 이후 올 들어 또다시 구입 붐이 일어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단속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경찰과 업자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쯤 이들 탐지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역탐지 장치가 개발되고 있을 겁니다. 탐지장치가 잘 팔린다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기기도 잘 팔리겠죠.” 서울 청계천 상가의 한 몰래카메라 업자의 말처럼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 사이의 ‘창’과 ‘방패’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회사 일로 조금 늦을 거야” 라는 보통사람들의 흔한 거짓말마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삭막한 사회를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