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은 12월19일 김중권 최고위원을 민주당 대표로 임명했다. ‘김중권 대표 체제’의 탄생은 여권의 역학관계와 차기 대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임 김대표를 성탄 전야에 만났다.
Q. 어려운 시기에 당 대표를 맡았습니다.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A.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당정관계에 있어서는 당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여당, 실력있는 여당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대야관계에 있어서는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야당이 반대당의 입장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여당, 예비여당으로서 일관된 주장을 하고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를 수용해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난항을 겪었던 2001년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까.
A. “처음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이 100조원 가량이니까 그 10%인 10조원을 깎아야 한다고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불신만 쌓이고 여야간 대화가 단절됩니다. 정당한 논리를 갖고 여당을 설득하면 언제라도 수용하겠다는 겁니다. 여당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야당이 깨우쳐 줄 수도 있고, 우리가 듣지 못한 국민의 소리를 야당이 들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조건 10%를 깎는다, 이건 무모하고 책임 있는 주장도 아닙니다. 나라 경영을 못해본 정당 같으면 모르겠지만. 정치공세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Q. 그동안 한나라당의 정치 스타일이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A. “한나라당은 우리 당이 집권하자마자 총리인준안을 거부하는 등 제동을 걸기 시작했어요. 그 후의 일들을 보면 야당이 강박관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유연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는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아마 이회창 총재가 의회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회에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직성으로 당을 이끌어오다 보니 그런 어려움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과 양보라서 내 주장이 가장 옳지만 상대방 때문에 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안 되는 겁니다. 이래서 지금 이렇게 (여야 관계가) 삭막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역시 이회창 총재의 캐릭터나 퍼스널리티의 문제인 듯하군요.
A.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같은 법조인이라도 젊은 시절에 빨리 법조계에서 나왔습니다. 벌써 20여년이 넘었습니다. 그분은 지난 15대 총선 때부터 정치를 시작한 셈이죠. 그 전에 감사원장과 총리를 한 것은 행정부에서 일한 것이지 정치를 한 것이 아닙니다.”
Q. 여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야당’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A. “솔직히 말해 저는 집권 중반이 지나면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이 오리라고 봤습니다. 이것은 필연적입니다. 왜냐? 이 정부가 국민에게 내세운 게 개혁입니다. 개혁은 어떤 면에서 혁명보다 어렵습니다. 현재의 제도와 틀 속에서 해야 하니까. 개혁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개혁이 자기에게 화살이 올 때는 반항하고 저항합니다. 그런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여당과 정부가 결코 당황해선 안 됩니다. 저는 현 정책과 방향이 맞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기본은 맞지만 세부적인 과정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강한 여당’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A. “지금까지 보면 여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관료적, 능률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입안합니다. 그러나 정책은 집행되기까지 국민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민주성입니다. 그런데 민주성의 부여는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합니다. 정당의 민주성과 정부의 능률성이 접합되면서 업그레이드되는 그런 정책 집행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면 대개 정부가 일방 통행적인 정책을 양산합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정책 입안의 초동 단계에서부터 당정협의를 하라는 겁니다. 그때는 자기 고집을 하지 않아 조율이 쉽습니다. 그러면 민주성이 있어서 집행도 쉬워집니다. 입안도 중요하지만 집행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집행이 안 됩니다. 정책의 주도권을 갖고 끌고 가는 것, 이게 강한 여당입니다.”
Q. 취임 초기부터 당내에서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습니다만….
A.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과거 평민당이 지금까지 계속됐다면 안동선 의원 그 말이 맞겠죠. 그러나 중간에 국민회의로도 바뀌었고 민주당으로 새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새로운 당을 만들었습니까. 부족하니까 만든 거 아닙니까. 그런 얘기는 할 수 있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Q. 김대표가 당내 지지기반이 약해서 당을 이끌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잘 결속하고 단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장관 발언이 나왔을 때 당내의 여러분들이 얼마나 반발을 많이 했습니까. 그것 하나만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Q.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당내의 분열 요인이 많아질 것 같은데….
A. “2002년 1월에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한다는 것이 대통령 말씀 아닙니까. 꼭 1년 남았죠. 그러니 경쟁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경쟁은 상대가 있는 겁니다. 기본적인 애당심을 가지고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겁니다. 애당심을 벗어나면 당원들이 지지하겠습니까.”
Q. 김대표처럼 소위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분이 대표가 됐다는 사실에서 오는 문제도 간단치 않을 것 같은데….
A. “저는 그전부터 대표에 대해 대안부재다, 관리형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불쾌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시점에 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가장 적합한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대권주자든 아니든 실력있는 사람이면 상관없는 것입니다. 대권주자가 대표가 되면 더 좋지 않습니까. 더 잘 풀어가고 일사분란하게 이끌 수 있으니까. 능력도 없는 사람을 대권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로 임명한다? 왜 그렇게 합니까. 그러려면 당직개편할 필요가 없는 거지. 항상 강조하지만 당은 정치적 인물을 배양하는 배양소이기도 합니다. (대표를) 맡겨서 잘하면 밀고 못하면 바꾸면 되는 것 아닙니까. 대권주자라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야당의 논법이고 야당이 바라는 바입니다.”
Q. 현재의 정치 틀이나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논의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A.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로는 참 어렵습니다. 동서화합을 위해서 권력을 서로 분점하고 부통령은 4년 동안 검증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정-부통령제가 필요합니다. 5년 단임제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세 번 모두 여소야대 정국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다시 소모적인 권력구조 논쟁을 벌이면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니고 언젠가는 해야겠죠. 정계재편은…. DJP 공조를 철저히 해나가면 다른 정계재편의 필요성이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DJP 공조가 잘 안 되면 정계재편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정당도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실제로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공조를 복원해 단합된 여권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Q. 자민련과의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A. “합당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서영훈 전 대표가 자민련 김종호 대행에게 한번 비쳐봤는데, 김대행의 첫마디가 ‘합당의 합자도 꺼내지 마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몇 사람 사이에서 그냥 오간 얘기에 불과합니다.”
Q.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찾아갔을 때 두 분이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를 가진 것 같은데요.
A.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DJP 복원으로 보면 됩니다. 아주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하고는 아주 가깝습니다. 상당한 믿음도 있습니다.”
Q.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저는 내각제 선호론자입니다. 더욱 민주적인 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치 의식이 일본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 힘듭니다. 정치적 의사 결정은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데 우리 국민은 감정으로 처리하는 측면이 다분히 있습니다. 감정으로 처리하는 한 내각책임제는 될 수 없습니다. 내각책임제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Q. 비서실장 시절 JP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A.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내각책임제 불가론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어렵다고 설득하니까 김명예총재도 국가를 위해서 흔쾌히 내각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신 겁니다.”
Q.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할 생각입니까.
A. “그런 것보다 4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영남 출신으로 정권재창출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지금까지 갖고 왔을 뿐입니다.”
Q.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 배경에는 대통령의 비선 라인 문제도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비선에 의한 정치는 없는 것으로 봐도 됩니까.
A. “대통령이 비선 라인을 이용했기 때문에 권노갑씨가 나간 것은 아닙니다. 권노갑씨가 대통령 측근인 것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마치 비선 라인인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도 그렇게 믿어버린 것이죠. 그러면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줘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2선으로 후퇴시킨 겁니다. 대통령이 비선을 중시했다, 그 양반 말을 듣고 어떻게 했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정치는 늘 결과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다면 고쳐야 하는 겁니다.”
Q. 항간에선 김대표께서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에 동문들을 많이 챙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A.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맥을 형성해 정치를 하거나 대통령을 보좌하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여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많이 뽑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고려대 출신이 사회 정치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어서 예비군이 많다 보니 중용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실장 시절 밖에서 말이 많이 들리고 부담을 느껴서 대통령께 고려대 출신이니까 빼자고 하면, 대통령께서 ‘그게가 무슨 관계 있습니까, 인물 보고 써야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Q. 어려운 시기에 당 대표를 맡았습니다.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A.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당정관계에 있어서는 당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여당, 실력있는 여당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대야관계에 있어서는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야당이 반대당의 입장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여당, 예비여당으로서 일관된 주장을 하고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를 수용해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난항을 겪었던 2001년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까.
A. “처음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이 100조원 가량이니까 그 10%인 10조원을 깎아야 한다고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불신만 쌓이고 여야간 대화가 단절됩니다. 정당한 논리를 갖고 여당을 설득하면 언제라도 수용하겠다는 겁니다. 여당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야당이 깨우쳐 줄 수도 있고, 우리가 듣지 못한 국민의 소리를 야당이 들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조건 10%를 깎는다, 이건 무모하고 책임 있는 주장도 아닙니다. 나라 경영을 못해본 정당 같으면 모르겠지만. 정치공세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Q. 그동안 한나라당의 정치 스타일이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A. “한나라당은 우리 당이 집권하자마자 총리인준안을 거부하는 등 제동을 걸기 시작했어요. 그 후의 일들을 보면 야당이 강박관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유연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는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아마 이회창 총재가 의회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회에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직성으로 당을 이끌어오다 보니 그런 어려움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과 양보라서 내 주장이 가장 옳지만 상대방 때문에 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안 되는 겁니다. 이래서 지금 이렇게 (여야 관계가) 삭막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역시 이회창 총재의 캐릭터나 퍼스널리티의 문제인 듯하군요.
A.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같은 법조인이라도 젊은 시절에 빨리 법조계에서 나왔습니다. 벌써 20여년이 넘었습니다. 그분은 지난 15대 총선 때부터 정치를 시작한 셈이죠. 그 전에 감사원장과 총리를 한 것은 행정부에서 일한 것이지 정치를 한 것이 아닙니다.”
Q. 여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야당’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A. “솔직히 말해 저는 집권 중반이 지나면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이 오리라고 봤습니다. 이것은 필연적입니다. 왜냐? 이 정부가 국민에게 내세운 게 개혁입니다. 개혁은 어떤 면에서 혁명보다 어렵습니다. 현재의 제도와 틀 속에서 해야 하니까. 개혁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개혁이 자기에게 화살이 올 때는 반항하고 저항합니다. 그런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여당과 정부가 결코 당황해선 안 됩니다. 저는 현 정책과 방향이 맞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기본은 맞지만 세부적인 과정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강한 여당’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A. “지금까지 보면 여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관료적, 능률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입안합니다. 그러나 정책은 집행되기까지 국민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민주성입니다. 그런데 민주성의 부여는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합니다. 정당의 민주성과 정부의 능률성이 접합되면서 업그레이드되는 그런 정책 집행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면 대개 정부가 일방 통행적인 정책을 양산합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정책 입안의 초동 단계에서부터 당정협의를 하라는 겁니다. 그때는 자기 고집을 하지 않아 조율이 쉽습니다. 그러면 민주성이 있어서 집행도 쉬워집니다. 입안도 중요하지만 집행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집행이 안 됩니다. 정책의 주도권을 갖고 끌고 가는 것, 이게 강한 여당입니다.”
Q. 취임 초기부터 당내에서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습니다만….
A.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과거 평민당이 지금까지 계속됐다면 안동선 의원 그 말이 맞겠죠. 그러나 중간에 국민회의로도 바뀌었고 민주당으로 새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새로운 당을 만들었습니까. 부족하니까 만든 거 아닙니까. 그런 얘기는 할 수 있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Q. 김대표가 당내 지지기반이 약해서 당을 이끌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잘 결속하고 단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장관 발언이 나왔을 때 당내의 여러분들이 얼마나 반발을 많이 했습니까. 그것 하나만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Q.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당내의 분열 요인이 많아질 것 같은데….
A. “2002년 1월에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한다는 것이 대통령 말씀 아닙니까. 꼭 1년 남았죠. 그러니 경쟁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경쟁은 상대가 있는 겁니다. 기본적인 애당심을 가지고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겁니다. 애당심을 벗어나면 당원들이 지지하겠습니까.”
Q. 김대표처럼 소위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분이 대표가 됐다는 사실에서 오는 문제도 간단치 않을 것 같은데….
A. “저는 그전부터 대표에 대해 대안부재다, 관리형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불쾌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시점에 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가장 적합한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대권주자든 아니든 실력있는 사람이면 상관없는 것입니다. 대권주자가 대표가 되면 더 좋지 않습니까. 더 잘 풀어가고 일사분란하게 이끌 수 있으니까. 능력도 없는 사람을 대권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로 임명한다? 왜 그렇게 합니까. 그러려면 당직개편할 필요가 없는 거지. 항상 강조하지만 당은 정치적 인물을 배양하는 배양소이기도 합니다. (대표를) 맡겨서 잘하면 밀고 못하면 바꾸면 되는 것 아닙니까. 대권주자라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야당의 논법이고 야당이 바라는 바입니다.”
Q. 현재의 정치 틀이나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논의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A.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로는 참 어렵습니다. 동서화합을 위해서 권력을 서로 분점하고 부통령은 4년 동안 검증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정-부통령제가 필요합니다. 5년 단임제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세 번 모두 여소야대 정국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다시 소모적인 권력구조 논쟁을 벌이면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니고 언젠가는 해야겠죠. 정계재편은…. DJP 공조를 철저히 해나가면 다른 정계재편의 필요성이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DJP 공조가 잘 안 되면 정계재편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정당도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실제로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공조를 복원해 단합된 여권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Q. 자민련과의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A. “합당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서영훈 전 대표가 자민련 김종호 대행에게 한번 비쳐봤는데, 김대행의 첫마디가 ‘합당의 합자도 꺼내지 마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몇 사람 사이에서 그냥 오간 얘기에 불과합니다.”
Q.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찾아갔을 때 두 분이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를 가진 것 같은데요.
A.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DJP 복원으로 보면 됩니다. 아주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하고는 아주 가깝습니다. 상당한 믿음도 있습니다.”
Q.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저는 내각제 선호론자입니다. 더욱 민주적인 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치 의식이 일본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 힘듭니다. 정치적 의사 결정은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데 우리 국민은 감정으로 처리하는 측면이 다분히 있습니다. 감정으로 처리하는 한 내각책임제는 될 수 없습니다. 내각책임제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Q. 비서실장 시절 JP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A.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내각책임제 불가론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어렵다고 설득하니까 김명예총재도 국가를 위해서 흔쾌히 내각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신 겁니다.”
Q.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할 생각입니까.
A. “그런 것보다 4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영남 출신으로 정권재창출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지금까지 갖고 왔을 뿐입니다.”
Q.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 배경에는 대통령의 비선 라인 문제도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비선에 의한 정치는 없는 것으로 봐도 됩니까.
A. “대통령이 비선 라인을 이용했기 때문에 권노갑씨가 나간 것은 아닙니다. 권노갑씨가 대통령 측근인 것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마치 비선 라인인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도 그렇게 믿어버린 것이죠. 그러면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줘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2선으로 후퇴시킨 겁니다. 대통령이 비선을 중시했다, 그 양반 말을 듣고 어떻게 했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정치는 늘 결과이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다면 고쳐야 하는 겁니다.”
Q. 항간에선 김대표께서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에 동문들을 많이 챙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A.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맥을 형성해 정치를 하거나 대통령을 보좌하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여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많이 뽑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고려대 출신이 사회 정치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어서 예비군이 많다 보니 중용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실장 시절 밖에서 말이 많이 들리고 부담을 느껴서 대통령께 고려대 출신이니까 빼자고 하면, 대통령께서 ‘그게가 무슨 관계 있습니까, 인물 보고 써야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