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할 말도 없고, 똑같은 말을 수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심정도 이해해주십시오.”
은행 합병과 관련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장들이 인터뷰 요청시 정중하게 거절하며 붙이는 말이다. 이같은 은행장들의 변명은 분명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한 은행장은 “태풍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하늘엔 구름 한점 없는 형국”이라는 말로 요즘의 은행합병론을 꼬집는다.
진념 재정경제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9월부터 “이달 내 우량 은행간 합병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상황은 점차 ‘우량 은행간의 조기 합병은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우량은행간 합병은 은행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며 “10월내 우량은행간 합병은 정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에서 가장 먼저 흘러나온 우량은행간 조합인 ‘주택-하나-한미은행’간 합병의 경우를 보자. 당초 이 조합은 8∼9월경 금융권 주변의 호사가들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한미은행이 합치더라도 자산이 80조원에 불과해 리딩뱅크로 나서기가 어렵고 두 은행 모두 기업금융과 프라이빗뱅킹을 위주로 하고 있어 소매금융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 결국 주택은행이 합칠 경우 자산이 140조원이 넘고 기업 소매금융의 절묘한 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 내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합은 주택은행이 정부의 은근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함에 따라 상당 기간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주택은행 입장으로서는 상장 이후 곧바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 주가 측면에서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미-하나은행측도 ‘프라하(9월말 IMF총회가 이곳에서 열려 대부분 은행장이 다녀옴)에 다녀왔더니 웬 괴담이냐’는 반응이다.
실제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지난 6일 열린 진념 재경부장관, 이근영 금감위원장 및 전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합병은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유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택은행 합병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것이 하나은행측의 전언이다.
또 신한은행의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독자생존 의지가 워낙 강해 우량은행간 합병 조합은 웬만해서 구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몇 차례 이를 언론 등을 통해 흘렸지만 결과는 신한은행측의 강력한 항의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 가능성도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간 합병설이다. 국민은행은 우량은행간 합병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금융 부문의 시너지효과를 노릴 수 있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이에 대해 펄쩍 뛰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합병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외환은행이 아무리 6000억원을 증자한다 하더라도 합병 이후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미국계 증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최근 보고서에서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은행 합병구도는 설만 무성한 채 실체가 잡히지 않는 상태다.
이같은 무분별한 합병논의는 정부가 우량은행간 합병을 시한을 정해 하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 이후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우량은행간 합병에 대해 시한을 정해 추진하는 방식 자체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정명창 조사국장은 “은행 합병은 각자 필요에 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추진하는 것이 정석인데 정부의 압력으로 등에 떠밀려 합병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과거라면 몰라도 요즘 은행들은 이같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외국에서도 10개 중 8개 이상의 은행 합병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덩치만 키우려는 합병은 득보다 오히려 실이 크기 때문에 합병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합병설이 난무하면서 은행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사실. “우리 은행이 언론 등에서 한번씩 합병 도마에 오를 때마다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입방아 찧는데만 정신이 없다”는 한 은행원의 하소연은 그냥 흘려듣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크다.
반면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 아래 묶겠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유사부문을 통합한 뒤 1∼2년 후 서서히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일본식 지주회사 방식의 합병 모델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거론되는 한빛은행과 2개 지방은행간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이라면 과연 시너지효과가 생길지 의문이라는 것.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부실은행간 짝짓기는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한때 금융지주회사 편입 예상은행으로 거론됐던 조흥 외환은행이 독자생존을 선언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아래 편입할 공적자금 투입은행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또 지주회사 아래 묶어놓은 뒤 기업부문 소매부문 등으로 특화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지주회사 아래 편입했다가 합병 직전 지주회사에서 탈퇴하는 사례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성공여부는 현재로서는 반반”이라며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의 모습을 얼마나 치밀하게 짜내는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은행 합병과 관련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장들이 인터뷰 요청시 정중하게 거절하며 붙이는 말이다. 이같은 은행장들의 변명은 분명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한 은행장은 “태풍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하늘엔 구름 한점 없는 형국”이라는 말로 요즘의 은행합병론을 꼬집는다.
진념 재정경제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9월부터 “이달 내 우량 은행간 합병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상황은 점차 ‘우량 은행간의 조기 합병은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우량은행간 합병은 은행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며 “10월내 우량은행간 합병은 정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에서 가장 먼저 흘러나온 우량은행간 조합인 ‘주택-하나-한미은행’간 합병의 경우를 보자. 당초 이 조합은 8∼9월경 금융권 주변의 호사가들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한미은행이 합치더라도 자산이 80조원에 불과해 리딩뱅크로 나서기가 어렵고 두 은행 모두 기업금융과 프라이빗뱅킹을 위주로 하고 있어 소매금융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 결국 주택은행이 합칠 경우 자산이 140조원이 넘고 기업 소매금융의 절묘한 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 내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합은 주택은행이 정부의 은근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함에 따라 상당 기간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주택은행 입장으로서는 상장 이후 곧바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 주가 측면에서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미-하나은행측도 ‘프라하(9월말 IMF총회가 이곳에서 열려 대부분 은행장이 다녀옴)에 다녀왔더니 웬 괴담이냐’는 반응이다.
실제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지난 6일 열린 진념 재경부장관, 이근영 금감위원장 및 전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합병은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유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택은행 합병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것이 하나은행측의 전언이다.
또 신한은행의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독자생존 의지가 워낙 강해 우량은행간 합병 조합은 웬만해서 구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몇 차례 이를 언론 등을 통해 흘렸지만 결과는 신한은행측의 강력한 항의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 가능성도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간 합병설이다. 국민은행은 우량은행간 합병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금융 부문의 시너지효과를 노릴 수 있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이에 대해 펄쩍 뛰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합병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외환은행이 아무리 6000억원을 증자한다 하더라도 합병 이후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미국계 증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최근 보고서에서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은행 합병구도는 설만 무성한 채 실체가 잡히지 않는 상태다.
이같은 무분별한 합병논의는 정부가 우량은행간 합병을 시한을 정해 하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 이후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우량은행간 합병에 대해 시한을 정해 추진하는 방식 자체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정명창 조사국장은 “은행 합병은 각자 필요에 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추진하는 것이 정석인데 정부의 압력으로 등에 떠밀려 합병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과거라면 몰라도 요즘 은행들은 이같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외국에서도 10개 중 8개 이상의 은행 합병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덩치만 키우려는 합병은 득보다 오히려 실이 크기 때문에 합병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합병설이 난무하면서 은행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사실. “우리 은행이 언론 등에서 한번씩 합병 도마에 오를 때마다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입방아 찧는데만 정신이 없다”는 한 은행원의 하소연은 그냥 흘려듣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크다.
반면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 아래 묶겠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유사부문을 통합한 뒤 1∼2년 후 서서히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일본식 지주회사 방식의 합병 모델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거론되는 한빛은행과 2개 지방은행간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이라면 과연 시너지효과가 생길지 의문이라는 것.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부실은행간 짝짓기는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한때 금융지주회사 편입 예상은행으로 거론됐던 조흥 외환은행이 독자생존을 선언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아래 편입할 공적자금 투입은행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또 지주회사 아래 묶어놓은 뒤 기업부문 소매부문 등으로 특화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지주회사 아래 편입했다가 합병 직전 지주회사에서 탈퇴하는 사례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성공여부는 현재로서는 반반”이라며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의 모습을 얼마나 치밀하게 짜내는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