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시 영화 이야기를 해 보자. 엘리자베스 1세와 관련해서는 두 개의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1969년 작 ‘천일의 앤’과 지난해 개봉됐던 ‘엘리자베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역시 ‘엘리자베스’보다 ‘천일의 앤’이 한 수 위다.
‘천일의 앤’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앤 볼린이 간통과 반역죄를 뒤집어쓴 채 처형당하는 순간이다(실제 이유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것).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앤의 큰 눈망울이 두고두고 이야깃거리였다. 앤은 헨리8세와 결혼한 지 3년도 안 돼 어린 딸(후에 엘리자베스 1세)만 남기고 죽는다. 여기까지가 ‘천일의 앤’이고 다음은 ‘엘리자베스’로 이어진다.
냉혹하고 뻔뻔한 헨리8세는 앤이 처형된 다음날 그녀의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와 결혼해 그렇게도 원하던 아들(에드워드 6세)을 얻는다. 사생아로 낙인찍힌 채 자란 엘리자베스는 배다른 남동생이 왕위에 오르자 반역혐의를 쓰고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약한 남동생은 왕이 된 지 6년 만에 죽고 역시 배다른 언니 메리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1558년 메리여왕이 후사 없이 죽자, 스물 다섯의 처녀 엘리자베스는 드디어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즉위했을 때 영국은 내외의 적들로부터 시련을 겪고 있었다. 신교와 구교의 갈등, 강력한 의회에 밀린 왕권, 심각한 무역적자와 인플레이션, 여기에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스페인과 교황청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위험한 상태였다.
이제부터가 책 이야기다.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의 저자 앨런 액슬로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당시를 ‘부도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여왕은 역시 난세의 지도자였다. 즉위하자마자 개혁에 착수해 먼저 신구교간의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고 의회와 타협해 왕권을 안정시킨 뒤 화폐개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그리고 영국을 위협하는 스페인과 전면전을 피하고 해적선장 드레이크를 이용해 해상 공급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스페인 함대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평생 줄을 선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끝까지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처녀 여신이라는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왕통의 제임스 1세에 왕위를 계승시켜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
원칙과 도덕을 중시하는 계몽군주와 타협과 술수에 능한 마키아벨리형 군주. 엘리자베스1세는 45년 치세 동안 필요할 때마다 이 두 가지 얼굴을 적절히 사용했고, 그가 죽었을 때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되어 있었다.
반역혐의를 쓴 사생아에서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가 된 엘리자베스 1세의 드라마틱한 삶은 영화제작자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위기관리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경영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 책의 저자 액슬로드는 여왕의 리더십을 다음 10가지로 정리하고 다시 136가지의 세부적인 실천 목록을 작성했다.
1. 리더십의 첫째 교훈은 생존.2. 리더십 이미지를 창출하라. 3. 리더십에 소박한 풍모를 결합하라. 4. 전횡을 피하면서 대의명분을 창조하라. 5. 충직한 측근과 충직한 반대파를 동시에 구축하라. 6. 기업을 성장시켜 경쟁자를 분쇄하라. 7. 위기를 승리로 전환하라. 8. 권력을 장악하라. 9. 변명하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 10. 위대한 리더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명연설가요 뛰어난 문장가였다. 이 책은 여왕이 남긴 말과 글, 당시 역사가들의 기록을 통해 500년 전에 살았던 뛰어난 지도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대관식 때 사용한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내 높이 치켜들고 “영국을 남편으로 두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는 여왕. “나를 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것은 신이지만,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며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내 왕관의 영광으로 간주합니다.” 이처럼 멋진 연설을 할 수 있는 여인에게 매료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랴. 16세기 영국의 여왕이 21세기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앨런 액슬로드 지음/ 남경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356쪽/ 1만3000원
‘천일의 앤’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앤 볼린이 간통과 반역죄를 뒤집어쓴 채 처형당하는 순간이다(실제 이유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것).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앤의 큰 눈망울이 두고두고 이야깃거리였다. 앤은 헨리8세와 결혼한 지 3년도 안 돼 어린 딸(후에 엘리자베스 1세)만 남기고 죽는다. 여기까지가 ‘천일의 앤’이고 다음은 ‘엘리자베스’로 이어진다.
냉혹하고 뻔뻔한 헨리8세는 앤이 처형된 다음날 그녀의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와 결혼해 그렇게도 원하던 아들(에드워드 6세)을 얻는다. 사생아로 낙인찍힌 채 자란 엘리자베스는 배다른 남동생이 왕위에 오르자 반역혐의를 쓰고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약한 남동생은 왕이 된 지 6년 만에 죽고 역시 배다른 언니 메리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1558년 메리여왕이 후사 없이 죽자, 스물 다섯의 처녀 엘리자베스는 드디어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즉위했을 때 영국은 내외의 적들로부터 시련을 겪고 있었다. 신교와 구교의 갈등, 강력한 의회에 밀린 왕권, 심각한 무역적자와 인플레이션, 여기에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스페인과 교황청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위험한 상태였다.
이제부터가 책 이야기다.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의 저자 앨런 액슬로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당시를 ‘부도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여왕은 역시 난세의 지도자였다. 즉위하자마자 개혁에 착수해 먼저 신구교간의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고 의회와 타협해 왕권을 안정시킨 뒤 화폐개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그리고 영국을 위협하는 스페인과 전면전을 피하고 해적선장 드레이크를 이용해 해상 공급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스페인 함대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평생 줄을 선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끝까지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처녀 여신이라는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왕통의 제임스 1세에 왕위를 계승시켜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
원칙과 도덕을 중시하는 계몽군주와 타협과 술수에 능한 마키아벨리형 군주. 엘리자베스1세는 45년 치세 동안 필요할 때마다 이 두 가지 얼굴을 적절히 사용했고, 그가 죽었을 때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되어 있었다.
반역혐의를 쓴 사생아에서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가 된 엘리자베스 1세의 드라마틱한 삶은 영화제작자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위기관리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경영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 책의 저자 액슬로드는 여왕의 리더십을 다음 10가지로 정리하고 다시 136가지의 세부적인 실천 목록을 작성했다.
1. 리더십의 첫째 교훈은 생존.2. 리더십 이미지를 창출하라. 3. 리더십에 소박한 풍모를 결합하라. 4. 전횡을 피하면서 대의명분을 창조하라. 5. 충직한 측근과 충직한 반대파를 동시에 구축하라. 6. 기업을 성장시켜 경쟁자를 분쇄하라. 7. 위기를 승리로 전환하라. 8. 권력을 장악하라. 9. 변명하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 10. 위대한 리더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명연설가요 뛰어난 문장가였다. 이 책은 여왕이 남긴 말과 글, 당시 역사가들의 기록을 통해 500년 전에 살았던 뛰어난 지도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대관식 때 사용한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내 높이 치켜들고 “영국을 남편으로 두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는 여왕. “나를 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것은 신이지만,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며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내 왕관의 영광으로 간주합니다.” 이처럼 멋진 연설을 할 수 있는 여인에게 매료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랴. 16세기 영국의 여왕이 21세기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앨런 액슬로드 지음/ 남경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35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