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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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맞춰주는 언행 기본적 관심·예의 표시

  • 입력2005-06-28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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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동료의 집들이 날이다. 즐겁게 식사하고 잡담을 나누는데 한 선배가 최근 방송가에서 뜨고 있는 어느 남자 아나운서를 칭찬했다. 나는 그 아나운서의 과거 경력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단박에 부정했다. “아니에요, 그건 잘 모르시는 말씀!” 분위기 썰렁.

    일전에 바보 흉내로 유명한 한 원로 코미디언이 미국에서 경험했던 웃지 못할 일화들을 토크쇼에 나와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나는요,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안가는 곳, 아니 못 가는 곳이 없어요.”

    “말이 왜 필요합니까? 으흥, 으으흥(고개를 앞 뒤, 좌우로 흔들며)만 알면 다 됩니다.”

    맞장구의 도사였다. 외국사람이나 한국사람이나 할 것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응대’ 즉 ‘맞장구’를 잘 치라고 강조한다.



    처음 대하는 외국 거래선과의 자리에서 기본적인 ‘예’(Yes) 외에 ‘물론이지요’(Of course) 또는 ‘당연하지요’(Absolutely) 등의 언어적인 응대와 머리나 손 등의 바디랭귀지를 적절히만 사용한다면 상대방은 우리의 영어가 능숙하지 못함에도 훌륭하다고 칭찬할 것이다.

    우리는 말로 주고받는 문화에 약한 민족이다. 약아빠진 장사꾼들 외에는 말이다.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정서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의 구성단위인 가족에서부터 수평적이라기보다는 ‘가장’ 또는 ‘맏이’라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존재에 순종하도록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는 경계가 없는 세상이다. 한국의 서울이나 내가 사는 미국 동부 버몬트라는 도시나 남아프리카의 경제중심지인 케이프 타운이나 러시아의 고도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의 다음 거처가 어디가 될 줄 누가 알까?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과 잘 살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맞장구를 잘 치면 됩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맞장구는 단지 말로만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경의와 관심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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