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3

..

세계의 화제작 부산에 총집합

  • 입력2005-06-22 14:4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의 화제작 부산에 총집합
    올해로 5회째 맞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과 남포동 일대 5개 극장 14개관에서는 각 부문에 걸쳐 55개국 211편의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레슬러’, 폐막작은 ‘화양연화’. ‘레슬러’는 캘커타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부다뎁 다스굽타의 신작.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는 올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로 불륜에 빠진 아내를 둔 남편의 복합적인 심리를 그려낸 수작이다.

    부산영화제에서는 올 한해 세계 주요 영화제의 화제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200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댄서 인 더 다크’,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지양 웬 감독의 ‘귀신이 온다’, 감독상을 받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또 하나’, 심사위원상의 ‘칠판’(사미라 마흐말바프) 등 칸 영화제 우수작품들이 총출동했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 달러 호텔’,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프루트 첸 감독의 ‘리틀 청’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는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의 활성화, 여성감독의 작품 비중 증가, 작가주의적 작품이나 신인 감독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중앙아시아 영화 특별전’은 우리에게 낯선 중앙아시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화사상 유례 없는 가족 영화제작 집단인 이란의 마흐 말바프 가족의 영화도 특별전에 소개된다.

    ‘춘향전’ 특별시사회도 열린다.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부터 최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까지 6편을 모은 회고전이 개최돼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한국 영화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시아 영화의 창’에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시아 감독의 신작 및 화제작 28편이 출품됐다. 올해 작품들은 주제 면에서 ‘금기’에 과감히 도전하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영화 ‘감각의 제국’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사무라이간 동성애를 다룬 영화 ‘고하토’를 들고 나왔고, 태국 용유스 통퀀턴 감독은 게이 선수와 레즈비언 코치로 구성된 배구팀이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철의 여자들’을 내놨다. 199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씨클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트남의 트란 안 홍 감독은 어머니의 기일에 모인 세 자매의 인생살이를 담은 영화 ‘여름의 수직선에서’를 출품했다. ‘붉은 수수밭’으로 89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중국의 장이모 감독은 ‘집으로 가는 길’에서 역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중국 지아장커 감독은 80년대 중국의 개방정책 시기에 한 시골 가무단이 겪는 변화의 모습을 그린 ‘플랫폼’으로 다시 부산을 찾는다.

    경쟁부문 12편 출품

    부산국제영화제 6개 부문 가운데 유일한 경쟁부문. 12편의 작품이 출품된 올해는 여성감독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이란의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은 ‘내가 여자가 된 날’에서 우화와 실험영화의 형식을 빌려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억압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대만의 비비안 청 감독은 ‘금지된 속삭임’을 통해 여성들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가족관계 및 이들의 꿈과 현실을 이야기한다. 홍콩 림위화 감독의 데뷔작인 ‘십이야’는 사랑하는 남녀간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

    ‘새로운 물결’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분야는 독립영화. 중국 딩 지안쳉 감독은 ‘삶은 한 조각의 종이처럼 나약한 것이다’라는 자신의 인생관을 ‘영화시’(Cine-Pome) 형식으로 표현했다. 의과대학을 중퇴한 한 남자의 자아찾기를 점프컷과 이중노출 등 다양한 실험적 영상으로 표현한 대만 우미선 감독의 ‘플라피 랩소디’, 우리나라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은 실험정신과 새로운 영화형식이 돋보이는 신선한 작품들이다.

    ‘춘향뎐’ ‘정’ 등 중진 감독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도 변함없이 주목받는 등 한국영화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 장편 극영화들의 등장이다. 베테랑 박철수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 작법에 디지털 기술을 끌어왔고, 신예 임상수 감독은 두번째 영화 ‘눈물’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박철수 감독의 ‘봉자’는 두 여자의 이상한 동거를 통해 여성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 임감독의 ‘눈물’에는 10대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도발적인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균동 감독의 ‘미인’,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 등 12편의 한국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월드 시네마 부문의 속 깊은 이야기들

    전세계 36개 국가에서 초청된 총 63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월드시네마 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20세기에 대한 반성과 21세기에 대한 전망이 여러 감독들의 관점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리스 영화 ‘페퍼민트’는 어린 시절의 동화 같은 영화이고,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는 스릴러물이다. ‘내 이름은 리타’는 70년대 독일에서 테러리스트 운동에 가담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 영국 영화 ‘사랑의 목소리’는 정신장애가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고 스웨덴 영화 ‘우리들의 1990년대’는 10명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