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시장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정부 대책이라는 게 늘 대증요법이었으니까. 큰 기대 안해요. 길게 볼 수밖에….”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9월1일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만큼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미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0% 가까이 폭락한 데다 지난 8월 말에는 연중 최저치마저 갱신했다. 이에 따른 심리적 허탈감 때문이었을까. 투자자들은 시체가 널려 있는 전쟁터에 뒤늦게 나타난 앰뷸런스를 바라보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9월1일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일반대기업의 코스닥 진입요건 강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첨단벤처기업 지원 △불요불급한 유무상 증자 억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코스닥에 등록하는 대기업에 대해 부여하던 특례를 폐지했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시장 진입요건과 동일한 요건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현재 자본잠식률 50% 미만에 부채비율 400% 미만이면 가능하던 진입 요건을 ‘자본잠식이 없고 부채비율 역시 업종 평균의 1.5배 미만일 것’으로 강화했다. 이는 코스닥에 등록하는 중소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은 대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는 경우 코스닥에 등록된 중소기업에 비해 시장 진입요건을 다소 느슨하게 적용해 왔다. 대기업을 ‘유치’해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과도기적 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해 자금을 독식하는, 본래의 코스닥시장 취지를 해치는 현상들이 벌어져 왔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남은 문제는 이러한 개선방안을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내놓은 기본 방향에야 토를 달 사람이 없지만 그동안 과거의 등록 요건만으로 코스닥 진입을 준비해온 대기업들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달 만에 재무 상황을 호전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채비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당장 정부 대책 발표 직후 코스닥 등록 심사를 앞두고 있는 LG텔레콤의 코스닥 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LG텔레콤은 9월 초 등록예비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단 이번 대책 발표에서는 현재 심사 중인 기업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LG텔레콤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월 협회 중개시장 운영규정을 개정한 뒤 서류를 제출하는 기업은 개정된 운영규정의 적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도 이러한 파장을 미리 의식한 듯 시행시기는 코스닥위원회가 정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는 배경에서다. 그러나 한 시장 관계자는 “벌써부터 코스닥을 노리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코스닥위원회를 상대로 로비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거래소시장이 다시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중견 대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시장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상장 요건이 완화됐다. 코스닥 시장에는 아직도 법인세 감면 혜택 등 특혜성 조치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책을 계기로 ‘코스닥=벤처, 거래소=비벤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코스닥 기업에서 거래소로 이전하기를 원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 기업의 30% 정도는 거래소 상장 요건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의 이번 코스닥시장 대책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내놓은 것 같다”며 “어차피 일일이 시장에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이상 정부 대책은 중장기적 기반 정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대책 발표 이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전반적 평가는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이미 발표 이전부터 충분한 예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수에는 상당히 선(先)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8월28일 코스닥 주가지수 선물을 개발한다는 방안이 알려지자 코스닥시장은 단기 폭등세를 연출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8월 초의 120선까지 상승하리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정작 대책 발표 이후에는 0.3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쳐 결국 110선도 돌파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시장 운영 규정을 고치거나 증권거래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당장 시장에 ‘반짝’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나온 부양책들이 수요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요불급한 유무상증자를 억제한다는 조치. 그동안 무분별한 ‘한탕주의식’ 증자가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의 수급균형을 깬 대표적 요인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은 공급 물량을 축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이 아니라 수요 측면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동안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는 그 시장이 매력적이라면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제한폭을 12%에서 15%로 확대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서는 대부분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코스닥시장의 투기적 투자행태가 3% 정도 가격제한폭을 확대한다고 해서 금방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서다.
최근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벤처거품론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54%로, 거래소 평균치 8%의 약 7배에 이르고 안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65%로 거래소 평균치 148%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에 비하면 기업 가치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월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반면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장이 뜨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라면 유념해야 할 문제 한 가지. 미국의 나스닥시장에서는 해마다 신규 등록하는 기업보다 퇴출되는 기업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털릴 각오를 해야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9월1일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만큼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미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0% 가까이 폭락한 데다 지난 8월 말에는 연중 최저치마저 갱신했다. 이에 따른 심리적 허탈감 때문이었을까. 투자자들은 시체가 널려 있는 전쟁터에 뒤늦게 나타난 앰뷸런스를 바라보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9월1일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일반대기업의 코스닥 진입요건 강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첨단벤처기업 지원 △불요불급한 유무상 증자 억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코스닥에 등록하는 대기업에 대해 부여하던 특례를 폐지했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시장 진입요건과 동일한 요건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현재 자본잠식률 50% 미만에 부채비율 400% 미만이면 가능하던 진입 요건을 ‘자본잠식이 없고 부채비율 역시 업종 평균의 1.5배 미만일 것’으로 강화했다. 이는 코스닥에 등록하는 중소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은 대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는 경우 코스닥에 등록된 중소기업에 비해 시장 진입요건을 다소 느슨하게 적용해 왔다. 대기업을 ‘유치’해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과도기적 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해 자금을 독식하는, 본래의 코스닥시장 취지를 해치는 현상들이 벌어져 왔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남은 문제는 이러한 개선방안을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내놓은 기본 방향에야 토를 달 사람이 없지만 그동안 과거의 등록 요건만으로 코스닥 진입을 준비해온 대기업들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달 만에 재무 상황을 호전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채비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당장 정부 대책 발표 직후 코스닥 등록 심사를 앞두고 있는 LG텔레콤의 코스닥 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LG텔레콤은 9월 초 등록예비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단 이번 대책 발표에서는 현재 심사 중인 기업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LG텔레콤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월 협회 중개시장 운영규정을 개정한 뒤 서류를 제출하는 기업은 개정된 운영규정의 적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도 이러한 파장을 미리 의식한 듯 시행시기는 코스닥위원회가 정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는 배경에서다. 그러나 한 시장 관계자는 “벌써부터 코스닥을 노리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코스닥위원회를 상대로 로비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거래소시장이 다시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중견 대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시장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상장 요건이 완화됐다. 코스닥 시장에는 아직도 법인세 감면 혜택 등 특혜성 조치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책을 계기로 ‘코스닥=벤처, 거래소=비벤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코스닥 기업에서 거래소로 이전하기를 원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 기업의 30% 정도는 거래소 상장 요건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의 이번 코스닥시장 대책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내놓은 것 같다”며 “어차피 일일이 시장에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이상 정부 대책은 중장기적 기반 정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대책 발표 이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전반적 평가는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이미 발표 이전부터 충분한 예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수에는 상당히 선(先)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8월28일 코스닥 주가지수 선물을 개발한다는 방안이 알려지자 코스닥시장은 단기 폭등세를 연출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8월 초의 120선까지 상승하리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정작 대책 발표 이후에는 0.3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쳐 결국 110선도 돌파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시장 운영 규정을 고치거나 증권거래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당장 시장에 ‘반짝’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나온 부양책들이 수요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요불급한 유무상증자를 억제한다는 조치. 그동안 무분별한 ‘한탕주의식’ 증자가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의 수급균형을 깬 대표적 요인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은 공급 물량을 축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이 아니라 수요 측면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동안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는 그 시장이 매력적이라면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제한폭을 12%에서 15%로 확대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서는 대부분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코스닥시장의 투기적 투자행태가 3% 정도 가격제한폭을 확대한다고 해서 금방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서다.
최근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벤처거품론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54%로, 거래소 평균치 8%의 약 7배에 이르고 안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65%로 거래소 평균치 148%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에 비하면 기업 가치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월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반면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장이 뜨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라면 유념해야 할 문제 한 가지. 미국의 나스닥시장에서는 해마다 신규 등록하는 기업보다 퇴출되는 기업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털릴 각오를 해야 벌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