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8월31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6% 늘어난 101조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언론들이 국가 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데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정작 경제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치보다는 2003∼2005년까지 나라살림의 적자 폭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13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난 3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적정 재정적자 규모와 재정건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5년 이내에 재정 파탄이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정치권을 포함한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문을 블러일으켰다.
특히 이 보고서는 당시 한나라당이 불을 지핀 국가채무 논쟁과 맞물리면서 재정위기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당시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올해 들어 당시 가정했던 재정적자 폭이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일회성 파문을 일으킨 뒤로는 더 이상 재정 위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여당이 만들어놓은 재정건전화 특별법이든 야당이 제출한 국가부채 축소와 재정적자 감축 특별법이든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경제팀이 모두 갈렸고 공적자금은 30조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8조원 수준이던 국채 발행을 오는 2002년까지 4조원 수준으로 줄인 뒤 2004년부터는 점차 상환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재정적자 폭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에서 2002년까지 1%로 줄여나간 뒤 2003년에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당초 2006년으로 잡고 있던 균형 재정 달성 시기를 2003년으로 앞당겼으며 올해 중 국채 발행 규모 역시 예산상의 11조원에서 8조원 이내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IMF 초기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물 위로 떠올랐던 재정파탄론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세입 쪽에서 상황이 크게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경제회복에 힘입어 경제회복`-`세수 증대`-`재정적자 축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에 공감하는 경제 전문가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조세연구원 박종규 박사의 지적.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행한 정부 보증채가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 2003, 2004년에 원금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보증채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균형재정 달성’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금보험료 100% 인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라고는 고작 8000억원 수준이다. 예보가 예금대 지급이나 증자 참여 등을 통해 쏟아부은 수십조원의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 보증채는 2001년에만 1조4640억원, 2002년 4조7215억원, 2003년 9조7371억원, 2004년 13조9728억원, 2005년 9조402억원 등이다. 예금보험공사뿐만 아니라 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도 수조원에 달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도 이들 채권의 이자를 정부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보증 책임만 있는 보증채라고 하기도 힘들다.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가 이자까지 갚아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재정에서 이자를 부담하기로 했고 국회도 이에 동의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증채 문제야말로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이를 놓고 ‘재정 위기가 온다, 아니다’를 따지는 데는 문제가 있다. 조세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빨리 우량은행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주가를 높여 시장에 매각하는 것밖에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 구조조정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따라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못하고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정부가 거둬들이고 있는 국민 세금을 비롯한 세입 구조는 아주 좋은 편이다. 지난 2월에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4조3000억원을 두고 이를 어디에 쓸 것인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애초 정부는 이를 저소득층 생계 지원 등 이른바 생산적 복지 비용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가 야당측으로부터 재정적자 감축에 사용해야 할 돈을 총선용 선심정책에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세계잉여금의 일부를 재정적자 감축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저소득층 지원에 투입하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현행 예산회계법만으로도 세계잉여금의 일부는 얼마든지 정부 경상 운영비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은 60년대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제정된 것이다.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현실은 물론 재정 악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세입보다는 세출 측면에서 현재의 재정 적자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남북경협자금 등이 세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을 새로 벌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생산적 복지’ 예산과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만으로도 세출이 크게 늘어나리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고영선 박사도 “가장 좋은 방법은 세출 규모를 엄격하게 줄여나가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물론 세출 규모를 지나치게 조이면 장기적으로 거시 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경기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세출 규모를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98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미국의 경우 예산통제법을 통해 세출 규모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30년 만에 재정적자를 탈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보통신 중심의 신경제로 인한 생산성 증가와 재정 흑자에 고무돼 클린턴 대통령이 오는 2013년까지 연방부채를 모두 없애겠다는 획기적 방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도 하루아침에 흑자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강력한 예산통제라는 무기가 동원되었다. 예산 당국이 지출 항목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출이 재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두 밝혀 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지출이 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될 경우 다른 곳에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만 한다. 이는 의원입법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국회법에서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경우 예산명세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 민원을 바탕으로 하는 무분별한 입법 추진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도 국회도 아직 ‘특단의’ 조처를 써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각종 기금 운영 문제도 재정 개혁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각종 사업추진 명목으로 설치 운용되고 있는 기금의 규모는 무려 200조원.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 돈이다. 이 기금은 국회의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운영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지적은 재정 위기 문제를 보는 정치권의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국회의 예산 심의 바깥에서 움직이는 돈이 총예산의 60%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설명대로 설령 한해 동안의 재정 균형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누적된 재정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재정 악화는 향후 실물경제의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길한 시나리오로 읽히게 마련이다. 재정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이는 결국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향후 재정운용 여건을 볼 때 가용재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하고 저소득층 지원, 지식기반 산업화, 나아가 삶의 질 개선 등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예산 당국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특히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역구 선심성 예산 요구를 줄이고 국민들도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조이는 데 참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4·13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난 3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적정 재정적자 규모와 재정건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5년 이내에 재정 파탄이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정치권을 포함한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문을 블러일으켰다.
특히 이 보고서는 당시 한나라당이 불을 지핀 국가채무 논쟁과 맞물리면서 재정위기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당시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올해 들어 당시 가정했던 재정적자 폭이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일회성 파문을 일으킨 뒤로는 더 이상 재정 위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여당이 만들어놓은 재정건전화 특별법이든 야당이 제출한 국가부채 축소와 재정적자 감축 특별법이든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경제팀이 모두 갈렸고 공적자금은 30조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8조원 수준이던 국채 발행을 오는 2002년까지 4조원 수준으로 줄인 뒤 2004년부터는 점차 상환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재정적자 폭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에서 2002년까지 1%로 줄여나간 뒤 2003년에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당초 2006년으로 잡고 있던 균형 재정 달성 시기를 2003년으로 앞당겼으며 올해 중 국채 발행 규모 역시 예산상의 11조원에서 8조원 이내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IMF 초기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물 위로 떠올랐던 재정파탄론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세입 쪽에서 상황이 크게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경제회복에 힘입어 경제회복`-`세수 증대`-`재정적자 축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에 공감하는 경제 전문가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조세연구원 박종규 박사의 지적.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행한 정부 보증채가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 2003, 2004년에 원금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보증채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균형재정 달성’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금보험료 100% 인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라고는 고작 8000억원 수준이다. 예보가 예금대 지급이나 증자 참여 등을 통해 쏟아부은 수십조원의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 보증채는 2001년에만 1조4640억원, 2002년 4조7215억원, 2003년 9조7371억원, 2004년 13조9728억원, 2005년 9조402억원 등이다. 예금보험공사뿐만 아니라 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도 수조원에 달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도 이들 채권의 이자를 정부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보증 책임만 있는 보증채라고 하기도 힘들다.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가 이자까지 갚아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재정에서 이자를 부담하기로 했고 국회도 이에 동의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증채 문제야말로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이를 놓고 ‘재정 위기가 온다, 아니다’를 따지는 데는 문제가 있다. 조세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빨리 우량은행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주가를 높여 시장에 매각하는 것밖에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 구조조정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따라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못하고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정부가 거둬들이고 있는 국민 세금을 비롯한 세입 구조는 아주 좋은 편이다. 지난 2월에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4조3000억원을 두고 이를 어디에 쓸 것인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애초 정부는 이를 저소득층 생계 지원 등 이른바 생산적 복지 비용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가 야당측으로부터 재정적자 감축에 사용해야 할 돈을 총선용 선심정책에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세계잉여금의 일부를 재정적자 감축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저소득층 지원에 투입하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현행 예산회계법만으로도 세계잉여금의 일부는 얼마든지 정부 경상 운영비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은 60년대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제정된 것이다.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현실은 물론 재정 악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세입보다는 세출 측면에서 현재의 재정 적자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남북경협자금 등이 세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을 새로 벌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생산적 복지’ 예산과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만으로도 세출이 크게 늘어나리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고영선 박사도 “가장 좋은 방법은 세출 규모를 엄격하게 줄여나가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물론 세출 규모를 지나치게 조이면 장기적으로 거시 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경기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세출 규모를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98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미국의 경우 예산통제법을 통해 세출 규모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30년 만에 재정적자를 탈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보통신 중심의 신경제로 인한 생산성 증가와 재정 흑자에 고무돼 클린턴 대통령이 오는 2013년까지 연방부채를 모두 없애겠다는 획기적 방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도 하루아침에 흑자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강력한 예산통제라는 무기가 동원되었다. 예산 당국이 지출 항목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출이 재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두 밝혀 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지출이 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될 경우 다른 곳에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만 한다. 이는 의원입법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국회법에서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경우 예산명세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 민원을 바탕으로 하는 무분별한 입법 추진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도 국회도 아직 ‘특단의’ 조처를 써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각종 기금 운영 문제도 재정 개혁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각종 사업추진 명목으로 설치 운용되고 있는 기금의 규모는 무려 200조원.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 돈이다. 이 기금은 국회의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운영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지적은 재정 위기 문제를 보는 정치권의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국회의 예산 심의 바깥에서 움직이는 돈이 총예산의 60%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설명대로 설령 한해 동안의 재정 균형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누적된 재정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재정 악화는 향후 실물경제의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길한 시나리오로 읽히게 마련이다. 재정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이는 결국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향후 재정운용 여건을 볼 때 가용재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하고 저소득층 지원, 지식기반 산업화, 나아가 삶의 질 개선 등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예산 당국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특히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역구 선심성 예산 요구를 줄이고 국민들도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조이는 데 참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