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대학 정모 교수(61)는 2000년 8월6일 오후 후배교수와 부부동반으로 전북 무주골프장을 찾았다. 날씨는 화창했다.
오후 3시쯤 두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3홀을 돌 때였다.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우르르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쩍’ 하며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가 내렸다.
이들과 함께 있던 캐디 양모씨가 “라운딩을 잠시 중단하셔야겠습니다”고 말했다. 캐디를 포함한 일행 6명은 18홀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그늘집’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골프장의 그늘집은 피뢰침이 있어 가장 안전한 곳이다.
정교수 일행이 페어웨이 가장자리 30m 높이의 소나무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소나무와 정교수 사이의 거리는 1m 정도. 공교롭게 그 소나무가 번개에 직통으로 맞았다. 나무의 표면이 ‘쩍’ 갈라졌다. 옆을 지나던 정교수와 캐디들이 기절해 바닥에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캐디들은 나중에 깨어났으나 정교수는 끝내 숨을 거뒀다.
우리 속담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엔 ‘살면서 벼락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고정관념이 들어 있다. 그러나 벼락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정교수는 눈 깜짝할 새 날씨가 뒤바뀌어 낙뢰를 맞아 숨졌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벼락’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종호씨(기상청 기상연구관·일본 오사카대학 대기전기학 박사)는 “벼락은 조금만 주의하지 않아도 사람을 덮치는 일상적 자연재해”라고 말한다. 이박사와 함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벼락상식’을 하나하나 깨뜨려보자.
벼락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벼락의 재앙은 이런 ‘착각’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구름층에서 지표면으로 떨어진 낙뢰는 국내(북위 32∼40도, 동경 124∼132도)에서만 95년 34만회, 96년 24만회, 97년 35만회, 98년 34만8000회가 관측됐다(‘낙뢰연보’). 그리고 벼락은 사람이 야외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오후 시간대에 주로 생긴다. 벼락은 여름에만 조심하면 된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여름에 벼락의 빈도가 높은 것(연간 총 발생 횟수의 70, 80%)은 사실이지만 97년의 경우 국내에서 관측된 벼락의 18%가 9, 10, 11월에 생겼다.
벼락맞는 사람 못 봤다 세계적으로 매년 97명이 낙뢰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98년 충남 서산 팔봉산 정상에서 등산객 황모씨(31)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벼락을 맞아 숨지는 등 매년 낙뢰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엔 모 장관의 부인이 골프를 치던 중 벼락에 희생되기도 했다. 벼락에 의해 전기선, 전화선, 인터넷 전용선 등이 끊기는 일은 더 비일비재하다. 벼락은 이런 사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2000년 5월19일 강원도 춘천시 한 주택에서 이혜자씨(59)가 낙뢰에 의한 전기합선으로 집안에 불이 나는 바람에 숨진 사고가 그 예다.
벼락은 재수가 없어 맞는다 미국에선 벼락칠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골프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돼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골퍼는 너무 ‘용감’하다. 경기도 한 골프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골퍼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경기를 멈출 줄 모른다”고 말했다. 캐디들이 경고해도 무시하고 끝까지 18홀을 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박사는 “벼락은 지표면에서 솟아오른 곳으로 향한다. 도심에선 곳곳에 빌딩과 피뢰침이 있어 사람이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골프장, 산 정상, 들판처럼 평평한 곳에 서 있는 사람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 김영하씨는 그의 단편집에서 ‘벼락을 일부러 맞기 위해 피뢰침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김씨도 벼락맞기는 ‘운’이 아니라 ‘확률’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벼락맞아도 산다 영화 ‘페노미논’에서 주연 ‘존 트래볼타’는 벼락을 맞고 초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는 영화일 뿐이다. 이박사는 ‘부도체’인 공기를 뚫고 올 정도(1억V 이상)의 벼락을 직통으로 맞으면 사람이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때 ‘감전’이나 ‘화상’이 아니라 ‘쇼크’로 인한 심폐기능의 정지가 사망의 주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다같이 벼락을 맞았는데 왜 정교수는 죽고 캐디 2명은 살았을까. 이박사는 정교수가 나무에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교수가 땅바닥의 ‘빗물’에 감전됐다는 것은 잘못된 추정이다. 나무를 내리친 벼락은 대부분 지표면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고압인 상태로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정교수는 나무에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공기를 통해 전기를 받아 사망한 것이다.”
여기서 ‘벼락이 칠 때 나무 근처로 가지 말라’는 경고의 해답이 풀린다. 그건 나무에 깔려 죽기 때문이 아니라 나무에서 한 번 ‘반사’된 벼락에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박사가 제시하는 나무로부터의 안전거리는 2m다.
시계, 목걸이 차고 있으면 더 위험하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 집단을 포함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박사는 “쇠붙이를 몸에 지니면 오히려 벼락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 자체가 이미 도체다. 따라서 몸에 착용한 금속이 벼락맞을 가능성을 더 높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벼락을 맞았을 때 체내의 장기로 흘러야 할 전류가 피부 표면의 금속으로 흐를 경우 생명을 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일본에서 있었다. 한 여성 골퍼가 벼락을 맞았는데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의 긴 ‘쇠 지퍼’로 전류가 흐르는 바람에 생명을 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채나 낚싯대, 우산을 드는 행위는 위험하다. 벼락은 ‘키가 큰 물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벼락칠 때 전봇대가 겁난다 벼락이 전봇대의 송전선을 때리는 경우는 실제로 많다. 그래서 전봇대가 가장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 전봇대 아래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전봇대 위에 걸쳐 있는 전선이 사람을 대신해 벼락을 맞아준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박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10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벼락을 만났는데 송전선 아래를 지나지 않던 3명만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이박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벼락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벼락을 아는 사람은 벼락을 맞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 두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3홀을 돌 때였다.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우르르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쩍’ 하며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가 내렸다.
이들과 함께 있던 캐디 양모씨가 “라운딩을 잠시 중단하셔야겠습니다”고 말했다. 캐디를 포함한 일행 6명은 18홀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그늘집’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골프장의 그늘집은 피뢰침이 있어 가장 안전한 곳이다.
정교수 일행이 페어웨이 가장자리 30m 높이의 소나무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소나무와 정교수 사이의 거리는 1m 정도. 공교롭게 그 소나무가 번개에 직통으로 맞았다. 나무의 표면이 ‘쩍’ 갈라졌다. 옆을 지나던 정교수와 캐디들이 기절해 바닥에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캐디들은 나중에 깨어났으나 정교수는 끝내 숨을 거뒀다.
우리 속담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엔 ‘살면서 벼락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고정관념이 들어 있다. 그러나 벼락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정교수는 눈 깜짝할 새 날씨가 뒤바뀌어 낙뢰를 맞아 숨졌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벼락’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종호씨(기상청 기상연구관·일본 오사카대학 대기전기학 박사)는 “벼락은 조금만 주의하지 않아도 사람을 덮치는 일상적 자연재해”라고 말한다. 이박사와 함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벼락상식’을 하나하나 깨뜨려보자.
벼락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벼락의 재앙은 이런 ‘착각’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구름층에서 지표면으로 떨어진 낙뢰는 국내(북위 32∼40도, 동경 124∼132도)에서만 95년 34만회, 96년 24만회, 97년 35만회, 98년 34만8000회가 관측됐다(‘낙뢰연보’). 그리고 벼락은 사람이 야외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오후 시간대에 주로 생긴다. 벼락은 여름에만 조심하면 된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여름에 벼락의 빈도가 높은 것(연간 총 발생 횟수의 70, 80%)은 사실이지만 97년의 경우 국내에서 관측된 벼락의 18%가 9, 10, 11월에 생겼다.
벼락맞는 사람 못 봤다 세계적으로 매년 97명이 낙뢰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98년 충남 서산 팔봉산 정상에서 등산객 황모씨(31)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벼락을 맞아 숨지는 등 매년 낙뢰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엔 모 장관의 부인이 골프를 치던 중 벼락에 희생되기도 했다. 벼락에 의해 전기선, 전화선, 인터넷 전용선 등이 끊기는 일은 더 비일비재하다. 벼락은 이런 사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2000년 5월19일 강원도 춘천시 한 주택에서 이혜자씨(59)가 낙뢰에 의한 전기합선으로 집안에 불이 나는 바람에 숨진 사고가 그 예다.
벼락은 재수가 없어 맞는다 미국에선 벼락칠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골프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돼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골퍼는 너무 ‘용감’하다. 경기도 한 골프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골퍼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경기를 멈출 줄 모른다”고 말했다. 캐디들이 경고해도 무시하고 끝까지 18홀을 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박사는 “벼락은 지표면에서 솟아오른 곳으로 향한다. 도심에선 곳곳에 빌딩과 피뢰침이 있어 사람이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골프장, 산 정상, 들판처럼 평평한 곳에 서 있는 사람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 김영하씨는 그의 단편집에서 ‘벼락을 일부러 맞기 위해 피뢰침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김씨도 벼락맞기는 ‘운’이 아니라 ‘확률’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벼락맞아도 산다 영화 ‘페노미논’에서 주연 ‘존 트래볼타’는 벼락을 맞고 초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는 영화일 뿐이다. 이박사는 ‘부도체’인 공기를 뚫고 올 정도(1억V 이상)의 벼락을 직통으로 맞으면 사람이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때 ‘감전’이나 ‘화상’이 아니라 ‘쇼크’로 인한 심폐기능의 정지가 사망의 주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다같이 벼락을 맞았는데 왜 정교수는 죽고 캐디 2명은 살았을까. 이박사는 정교수가 나무에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교수가 땅바닥의 ‘빗물’에 감전됐다는 것은 잘못된 추정이다. 나무를 내리친 벼락은 대부분 지표면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고압인 상태로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정교수는 나무에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공기를 통해 전기를 받아 사망한 것이다.”
여기서 ‘벼락이 칠 때 나무 근처로 가지 말라’는 경고의 해답이 풀린다. 그건 나무에 깔려 죽기 때문이 아니라 나무에서 한 번 ‘반사’된 벼락에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박사가 제시하는 나무로부터의 안전거리는 2m다.
시계, 목걸이 차고 있으면 더 위험하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 집단을 포함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박사는 “쇠붙이를 몸에 지니면 오히려 벼락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 자체가 이미 도체다. 따라서 몸에 착용한 금속이 벼락맞을 가능성을 더 높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벼락을 맞았을 때 체내의 장기로 흘러야 할 전류가 피부 표면의 금속으로 흐를 경우 생명을 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일본에서 있었다. 한 여성 골퍼가 벼락을 맞았는데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의 긴 ‘쇠 지퍼’로 전류가 흐르는 바람에 생명을 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채나 낚싯대, 우산을 드는 행위는 위험하다. 벼락은 ‘키가 큰 물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벼락칠 때 전봇대가 겁난다 벼락이 전봇대의 송전선을 때리는 경우는 실제로 많다. 그래서 전봇대가 가장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 전봇대 아래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전봇대 위에 걸쳐 있는 전선이 사람을 대신해 벼락을 맞아준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박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10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벼락을 만났는데 송전선 아래를 지나지 않던 3명만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이박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벼락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벼락을 아는 사람은 벼락을 맞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