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8월8일자에는 ‘디지털 시대에 한국이 일본을 앞서 나간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도쿄와 서울을 비교하면서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으며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한 반면에 일본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미국 기자의 눈에 비친 경이로운 한국풍경―연말까지 4500만 한국 인구 중 절반 가량이 인터넷 사용자가 되며, 이미 270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주식거래의 50% 가량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며, 전국적으로 1만5000개의 PC방에서 청소년들이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을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신기술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정보통신 인프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만약 일본에서 매일 2시간씩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매달 10여만원의 통신비용을 내야 한다. 초고속 통신망(ISDN)의 설치비용은 100만원이 넘는다. NTT사가 통신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값비싼 사용료가 혁신을 가로막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가적인 지원 아래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며, 이미 핀란드에 버금가는 기술을 보유해 정보통신 강국 대열에 들어서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2005년까지 한국 가정의 95%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위크’는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 정보통신기술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속한 변화를 일본 역시 간과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의 계간지 ‘책과 컴퓨터’가 펴낸 ‘코리안 드림-한국 전자미디어 탐방’은, 비록 출판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본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을 공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 전문가 23명이 참가해 기고를 하거나 현장취재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총지휘자격인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의 미즈코시 신(水越伸) 교수는 “한국과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닮은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출판환경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대신 인터넷을 매개로 한 인쇄나 제본, 유통 등에서 일본을 확연히 앞서간다. 또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아이들의 공통점이지만 게임전용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그 대신 인터넷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한국과 일본의 ‘다름’에 주목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일본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들이 활기찬 이웃나라 한국의 변화 가운데 주목하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330개 출판사가 연합해 온라인 서점을 설립했다는 것, 둘째 신문의 전면 가로쓰기로 젊은 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셋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이 필수가 됐다는 것, 넷째 국민 4명 중 1명이 인터넷을 이용(99년 기준)하며, 다섯째 학술문헌-역사자료의 전자화(전자도서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불과 3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나타난 변화들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디지털화 과정을 살펴보고 파생되는 문제점을 꼼꼼히 체크해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일본인의 눈에 한국의 빠른 정보화를 비춰준 것은 영화 ‘쉬리’였다. 일본인들은 ‘쉬리’의 채팅장면에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채팅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대화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미즈코시 교수는 일본 정보화의 걸림돌로 일본글자가 갖는 한계를 들었다. 자신의 이름 ‘水越伸’(미즈코시 신)을 입력하기 위해 로마자(MIZUKOSHISHIN)를 쳐서 히라가나로 바꾸고 다시 한자로 전환하는 3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속도에서 일본을 앞지른 한국인들이 인터넷상에서 만나 대화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는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놀라움 자체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인 김양도씨(도쿄대 박사과정·사회정보학)는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미디어’라는 글에서 한국에 불어닥친 인터넷 붐의 배경을 ‘정보강국’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 ‘정보화’에 대한 국민들의 암묵적 동의, PC방이라는 문화장치의 발달 등으로 설명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한국의 디지털 문화가 발전됐고 결국 경제상황까지도 호전시켰다는 것이다.
학술정보의 디지털화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선 상태다. 미즈노 나오키 교수(도쿄대 인문과학연구소)는 “한국에서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신문기사는 데이터베이스로 검색하며, 대학도서관을 통해 학술정보를 얻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면서 일본도 인터넷을 통해 학술정보를 공유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의 온라인 서점을 취재한 무로 겐지(온라인판 ‘책과 컴퓨터’ 편집장)씨는 “99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한국의 온라인 서점은 데이터베이스가 미흡하고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즈니스의 성공 이전에 새로운 사회적 미디어로서 그 존재가치가 인정된다”고 했다.
한편 일본이 관심을 갖는 것의 하나는 한국의 영어교육 실태다. 한국과 일본은 ‘영어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입장. 그런 한국이 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영어 수업은 영어로’ 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는 것에 일본은 큰 관심을 보인다. 한국 영어교육 현황을 조사한 이토 미카(마츠카 음성학 연구소 연구원)씨는 “한국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영어교육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영어교육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온라인 유통은 한국 출판을 변화시킬 것인가’란 기고문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기호씨(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일본의 속성을 일본인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환경이 좋은 한국을 연구하고 배우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7월부터 1년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고 각계 전문가를 동원해 일본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바로 일본의 저력”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미즈코시 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처음에 서울에 가보니, 왠지 고도 성장기의 도쿄에 온 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는 식의 감상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 의식의 저변에는 한국을 얕보는 태도가 깔려 있고 그것이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미디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국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미국 기자의 눈에 비친 경이로운 한국풍경―연말까지 4500만 한국 인구 중 절반 가량이 인터넷 사용자가 되며, 이미 270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주식거래의 50% 가량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며, 전국적으로 1만5000개의 PC방에서 청소년들이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을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신기술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정보통신 인프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만약 일본에서 매일 2시간씩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매달 10여만원의 통신비용을 내야 한다. 초고속 통신망(ISDN)의 설치비용은 100만원이 넘는다. NTT사가 통신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값비싼 사용료가 혁신을 가로막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가적인 지원 아래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며, 이미 핀란드에 버금가는 기술을 보유해 정보통신 강국 대열에 들어서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2005년까지 한국 가정의 95%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위크’는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 정보통신기술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속한 변화를 일본 역시 간과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의 계간지 ‘책과 컴퓨터’가 펴낸 ‘코리안 드림-한국 전자미디어 탐방’은, 비록 출판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본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을 공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 전문가 23명이 참가해 기고를 하거나 현장취재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총지휘자격인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의 미즈코시 신(水越伸) 교수는 “한국과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닮은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출판환경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대신 인터넷을 매개로 한 인쇄나 제본, 유통 등에서 일본을 확연히 앞서간다. 또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아이들의 공통점이지만 게임전용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그 대신 인터넷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한국과 일본의 ‘다름’에 주목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일본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들이 활기찬 이웃나라 한국의 변화 가운데 주목하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330개 출판사가 연합해 온라인 서점을 설립했다는 것, 둘째 신문의 전면 가로쓰기로 젊은 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셋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이 필수가 됐다는 것, 넷째 국민 4명 중 1명이 인터넷을 이용(99년 기준)하며, 다섯째 학술문헌-역사자료의 전자화(전자도서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불과 3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나타난 변화들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디지털화 과정을 살펴보고 파생되는 문제점을 꼼꼼히 체크해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일본인의 눈에 한국의 빠른 정보화를 비춰준 것은 영화 ‘쉬리’였다. 일본인들은 ‘쉬리’의 채팅장면에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채팅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대화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미즈코시 교수는 일본 정보화의 걸림돌로 일본글자가 갖는 한계를 들었다. 자신의 이름 ‘水越伸’(미즈코시 신)을 입력하기 위해 로마자(MIZUKOSHISHIN)를 쳐서 히라가나로 바꾸고 다시 한자로 전환하는 3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속도에서 일본을 앞지른 한국인들이 인터넷상에서 만나 대화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는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놀라움 자체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인 김양도씨(도쿄대 박사과정·사회정보학)는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미디어’라는 글에서 한국에 불어닥친 인터넷 붐의 배경을 ‘정보강국’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 ‘정보화’에 대한 국민들의 암묵적 동의, PC방이라는 문화장치의 발달 등으로 설명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한국의 디지털 문화가 발전됐고 결국 경제상황까지도 호전시켰다는 것이다.
학술정보의 디지털화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선 상태다. 미즈노 나오키 교수(도쿄대 인문과학연구소)는 “한국에서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신문기사는 데이터베이스로 검색하며, 대학도서관을 통해 학술정보를 얻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면서 일본도 인터넷을 통해 학술정보를 공유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의 온라인 서점을 취재한 무로 겐지(온라인판 ‘책과 컴퓨터’ 편집장)씨는 “99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한국의 온라인 서점은 데이터베이스가 미흡하고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즈니스의 성공 이전에 새로운 사회적 미디어로서 그 존재가치가 인정된다”고 했다.
한편 일본이 관심을 갖는 것의 하나는 한국의 영어교육 실태다. 한국과 일본은 ‘영어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입장. 그런 한국이 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영어 수업은 영어로’ 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는 것에 일본은 큰 관심을 보인다. 한국 영어교육 현황을 조사한 이토 미카(마츠카 음성학 연구소 연구원)씨는 “한국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영어교육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영어교육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온라인 유통은 한국 출판을 변화시킬 것인가’란 기고문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기호씨(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일본의 속성을 일본인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환경이 좋은 한국을 연구하고 배우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7월부터 1년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고 각계 전문가를 동원해 일본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바로 일본의 저력”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미즈코시 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처음에 서울에 가보니, 왠지 고도 성장기의 도쿄에 온 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는 식의 감상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 의식의 저변에는 한국을 얕보는 태도가 깔려 있고 그것이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미디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국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