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공화당은 국방정책과 군사력 강화라고 하는, 공화당이 대대로 지켜온 영토로 복귀했다.’
‘뉴욕타임스’의 8월2일자 사설 가운데 한 대목이다. 사설에서 말한 ‘어젯밤‘ 8월1일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이틀째 날이었다. 보브 돌 전 상원의원, 퇴역 장군 슈월츠코프,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쟁쟁한 전쟁 영웅들이 줄줄이 연단에 섰다. 하루 전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나와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이크를 잡았던 그 연단이었다.
특히 걸프전의 영웅인 슈월츠코프는 퇴역 전함 뉴저지호 함상에서 생중계된 대형 스크린을 통한 화상 연설로 전당대회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전 국방장관 딕 체니에다가 워싱턴에서 걸프전을 지휘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모습까지 겹쳐, 이날의 전당대회장은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연출한 이 대형 TV 쇼를 ‘걸프전 반창회 같은 모임’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공화당 외교 정책의 핵심을 건드린 마흔다섯 살 난 한 흑인 여성의 같은 날 밤 연설 내용을 음미해보는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부시 후보의 외교정책을 자문하는 핵심 측근으로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이날 밤 연설에서, 공화당이 차기 행정부를 구성할 경우 추진할 외교정책의 윤곽을 간접 화법으로 제시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하찮은 인도주의적 관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잠재적인 경쟁국들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차기 집권에 성공할 경우 ‘잠재적 경쟁국들’인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정책에서 과연 얼마나 큰 변화가 올 것인가. 민주당이 취해온 대(對) 북한 포용정책에서 탈피해 강경 일변도의 봉쇄정책으로 방향을 틀거나 최소한 포용 또는 개입(engagement)이라는 단어를 파묻어버릴 것인가.
우선 당면한 현안은 이른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 여부다.
NMD 구축의 가장 큰 구실은 북한이다. 이란이나 이라크 등도 지목되지만 우선 순위에서 북한을 뒷자리에 놓아본 적이 없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이 미 대륙에 날아올 수 있는 시점을 미 정보평가들은 2005년으로 잡고 있다. NMD 구축 완료 마감 시한 역시 2005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한적이나마 방어 체제의 초기 단계 구축 여부를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한다.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실패의 연속이다. 펜타곤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미사일 전문가 그룹조차도 NMD의 2005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코언 국방장관은 NMD의 시한 내 구축에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언 장관은 8월7일,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 시스템 추진 여부에 관한 자신의 권고를 늦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5년이라는 날짜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 국방부 대변인 베이컨의 해명이었다.
로켓 공학과 기술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 역학 관계도 NMD의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유럽의 동맹국들조차도 미국의 NMD를 가동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한 지 오래고, NMD가 겨냥한 사실상의 위협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상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NMD를 구축하느냐 마느냐를 고심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부시 후보 진영은 방어 체제 구축의 시점을 논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배치를 완료해 가동시키겠다는 것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장거리 탄도탄을 비롯한 대량파괴 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위하겠다는 것이 단기간 내 NMD 가동 구상의 배경이다.
미국 내 진보 진영의 NMD 구축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다. 방위산업체 로비의 폐해, 산적한 국내 현안을 외면한 무모한 군사비 지출 등 NMD 반대파가 내세우는 논리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NMD 추진파의 논리를 앞선다.
결국, 부시 후보가 NMD 실현에 목청을 높이고 있고, 차기 백악관 열쇠를 거머쥘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 개발 가능성을 꼬투리로 잡은 미국의 국가 미사일 방어 체제 구상이 부시의 계획대로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 후보 진영을 공화당 내의 강경파로 보기는 힘들다. 최소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한 부시 진영은 공화당 내 극우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화당 보수주의파의 가치를 대변하는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전쟁 영웅들이 모두 ‘신뢰할 만한 국제주의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북한의 국제 사회 등장은 미국이 대 동북아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도 북한의 변신에 따른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태동을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평한다.
남북한을 둘러싼 주변 4강의 새로운 역학 구도는 미국 보수주의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떤 형태로든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미국의 보수 언론들은 외교정책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시아의 강대국들과 미국이 영향력 쟁탈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의 배경에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위상 변화와 미 NMD 구상의 포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이 최근에 내놓은 한 보고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 강경한 언사로 미 국익 보호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켜 아시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든, 동맹국들의 철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군을 철수시키든, 미군 철수라는 결론은 이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내리는 결론은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해 아시아에 미군을 장기 주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신뢰할 만한 국제주의자들’이라고 지칭한 부시 진영의 외교 참모들 역시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이 보고서의 결론과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공화당의 집권 가능성, 북한의 변신에 따른 동북아 안보 환경의 변화 등 세 가지 요소가 얽히면서 공화당 집권시 대 북한 정책의 급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공화당이 국방정책의 하나로 부르짖는 NMD 구축의 실현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 외교 전략의 근본 바탕은 미 국익의 극대화라는 것이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미국의 외교정책이 조변석개식으로 급변하지는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이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의 8월2일자 사설 가운데 한 대목이다. 사설에서 말한 ‘어젯밤‘ 8월1일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이틀째 날이었다. 보브 돌 전 상원의원, 퇴역 장군 슈월츠코프,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쟁쟁한 전쟁 영웅들이 줄줄이 연단에 섰다. 하루 전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나와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이크를 잡았던 그 연단이었다.
특히 걸프전의 영웅인 슈월츠코프는 퇴역 전함 뉴저지호 함상에서 생중계된 대형 스크린을 통한 화상 연설로 전당대회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전 국방장관 딕 체니에다가 워싱턴에서 걸프전을 지휘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모습까지 겹쳐, 이날의 전당대회장은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연출한 이 대형 TV 쇼를 ‘걸프전 반창회 같은 모임’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공화당 외교 정책의 핵심을 건드린 마흔다섯 살 난 한 흑인 여성의 같은 날 밤 연설 내용을 음미해보는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부시 후보의 외교정책을 자문하는 핵심 측근으로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이날 밤 연설에서, 공화당이 차기 행정부를 구성할 경우 추진할 외교정책의 윤곽을 간접 화법으로 제시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하찮은 인도주의적 관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잠재적인 경쟁국들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차기 집권에 성공할 경우 ‘잠재적 경쟁국들’인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정책에서 과연 얼마나 큰 변화가 올 것인가. 민주당이 취해온 대(對) 북한 포용정책에서 탈피해 강경 일변도의 봉쇄정책으로 방향을 틀거나 최소한 포용 또는 개입(engagement)이라는 단어를 파묻어버릴 것인가.
우선 당면한 현안은 이른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 여부다.
NMD 구축의 가장 큰 구실은 북한이다. 이란이나 이라크 등도 지목되지만 우선 순위에서 북한을 뒷자리에 놓아본 적이 없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이 미 대륙에 날아올 수 있는 시점을 미 정보평가들은 2005년으로 잡고 있다. NMD 구축 완료 마감 시한 역시 2005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한적이나마 방어 체제의 초기 단계 구축 여부를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한다.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실패의 연속이다. 펜타곤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미사일 전문가 그룹조차도 NMD의 2005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코언 국방장관은 NMD의 시한 내 구축에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언 장관은 8월7일,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 시스템 추진 여부에 관한 자신의 권고를 늦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5년이라는 날짜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 국방부 대변인 베이컨의 해명이었다.
로켓 공학과 기술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 역학 관계도 NMD의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유럽의 동맹국들조차도 미국의 NMD를 가동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한 지 오래고, NMD가 겨냥한 사실상의 위협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상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NMD를 구축하느냐 마느냐를 고심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부시 후보 진영은 방어 체제 구축의 시점을 논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배치를 완료해 가동시키겠다는 것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장거리 탄도탄을 비롯한 대량파괴 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위하겠다는 것이 단기간 내 NMD 가동 구상의 배경이다.
미국 내 진보 진영의 NMD 구축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다. 방위산업체 로비의 폐해, 산적한 국내 현안을 외면한 무모한 군사비 지출 등 NMD 반대파가 내세우는 논리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NMD 추진파의 논리를 앞선다.
결국, 부시 후보가 NMD 실현에 목청을 높이고 있고, 차기 백악관 열쇠를 거머쥘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 개발 가능성을 꼬투리로 잡은 미국의 국가 미사일 방어 체제 구상이 부시의 계획대로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 후보 진영을 공화당 내의 강경파로 보기는 힘들다. 최소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한 부시 진영은 공화당 내 극우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화당 보수주의파의 가치를 대변하는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전쟁 영웅들이 모두 ‘신뢰할 만한 국제주의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북한의 국제 사회 등장은 미국이 대 동북아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도 북한의 변신에 따른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태동을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평한다.
남북한을 둘러싼 주변 4강의 새로운 역학 구도는 미국 보수주의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떤 형태로든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미국의 보수 언론들은 외교정책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시아의 강대국들과 미국이 영향력 쟁탈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의 배경에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위상 변화와 미 NMD 구상의 포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이 최근에 내놓은 한 보고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 강경한 언사로 미 국익 보호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켜 아시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든, 동맹국들의 철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군을 철수시키든, 미군 철수라는 결론은 이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내리는 결론은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해 아시아에 미군을 장기 주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신뢰할 만한 국제주의자들’이라고 지칭한 부시 진영의 외교 참모들 역시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이 보고서의 결론과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공화당의 집권 가능성, 북한의 변신에 따른 동북아 안보 환경의 변화 등 세 가지 요소가 얽히면서 공화당 집권시 대 북한 정책의 급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공화당이 국방정책의 하나로 부르짖는 NMD 구축의 실현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 외교 전략의 근본 바탕은 미 국익의 극대화라는 것이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미국의 외교정책이 조변석개식으로 급변하지는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이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점이다.